키오스크가 알바생 내몰고, 기계치 어르신 손님 내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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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가 알바생 내몰고, 기계치 어르신 손님 내쫓고...
  • 부산시 사하구 권지영
  • 승인 2019.10.0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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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2.9%)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8월에 최종 확정된 최저임금은 2020년 1월 1일부터 1년간 효력이 발생하는데,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무인시스템 단말기, 키오스크(kiosk)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영화관 두 곳의 풍경. 무인발권기로 영화를 예매하는 이들은 대부분 청년층이다(사진: 더 팩트 제공).
서울에 위치한 영화관 두 곳의 풍경. 무인발권기로 영화를 예매하는 이들은 대부분 청년층이다(사진: 더 팩트 제공).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인건비의 상승으로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 주문 결제 시스템이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키오스크란 음료를 파는 매점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공공장소 등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단말기를 말한다. 키오스크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물론 카페, 음식점, 영화관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부산시 사하구에 위치한 롯데리아 점포에서 일하는 한 친구는 무인 단말기 1대 가격이 700만 원 선이지만, 무인 단말기 1대당 약 1.5명의 인건비 절감 효과와 점포 회전율 증가 효과가 커서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에게는 무인 단말기가 오히려 장벽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무인단말기는 현금 사용이 불가하고, 주문 화면이 생각보다 높이 위치해있어서 키가 작은 어린이들은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 내가 직접 무인단말기를 써봤는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무인단말기의 위치가 너무 높이 위치해있다는 것 이었다. 휠체어를 탄 손님이나, 키가 작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계랑 친숙하지 않은 노년층이 상품을 주문하려고 할 때 발생한다.

내가 일하는 롯데리아 점포는 아파트 단지 밑, 그리고 대형마트 옆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점포 특성상 어린이들과 노년층이 많다. 내가 일하는 점포에서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은 오직 무인 단말기로만 주문을 받는다. 그래서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들은 햄버거 하나 주문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주문 화면의 작은 글씨는 노년층들이 접근하기 더 어렵게 만든다. 주방 안에서 일하고 있는 누군가가 밖으로 나가 주문을 받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와야 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처음 우리 점포에 무인 단말기를 설치한다고 했을 때 나는 알바생들이 할 일이 줄고, 편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일하는 직원 수는 줄어들었고, 주문방법을 모른다거나 사용 중 갑자기 에러가 생기는 등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알바생들은 일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내가 상품을 소비만 하는 입장이라면 너무 좋다고 말하겠지만, 소비자인 동시에 판매하고 있는 입장에서 무인 단말기의 도입이 과연 모두가 편리할지는 의문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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