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와 사랑에 집착한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영화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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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와 사랑에 집착한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영화 ‘향수’
  • 부산시 북구 손다은
  • 승인 2019.10.0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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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수'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향수'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프랑스 생선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한 소년이 있다. 사생아로 버려진 소년의 불행한 삶 속에서 유일한 즐거움은 천재적인 후각을 사용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장바티스트 그루누이’, 영화 <향수>의 주인공이다. 어느 날 장바티스트는 한 여인의 향기에 매혹되어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 향기를 소유하기 위해 장바티스트는 향수 제조사의 제자로, 그리고 향수의 낙원이라 불리는 그라스로 향했고, 결국은 향기를 소유하는 법을 알아낸다. 하지만 그 방법은 살인이 필요했고, 장바티스트는 향기를 위해 살인자가 된다.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로 지정되어 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의문점을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 <향수>는 생각보다 선정적인 장면도 많이 나오고 잔인한 장면도 제법 존재한다. 나도 이 영화를 16세에 처음 보았는데 “내가 이 영화를 봐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됐는데, 전에는 그저 자극적으로만 다가왔던 장면이 다르게 느껴졌다. 우리의 눈으로 본 자극적인 장면들이 영화에서는 ‘후각’으로 표현된 것 같았다. 장바티스트는 후각으로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이 아닐까.

장바티스트는 향기에 집착했다. 그 향기를 소유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말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땐 그저 장바티스트가 자신의 재능인 후각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미쳐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보았을 때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장바티스트가 쫓았던 것은 향기가 아닌 사랑이 아니었을까? 장바티스트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단 한 번도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결여된 채로 살아온 장바티스트는 자신이 겪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처음으로 느낀 감정을 그저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느낀 것이다. 영화 속에서 장바티스트는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었지만 자기 자신의 냄새만은 맡을 수 없었다. 이것은 장바티스트가 자기 자신의 감정을 몰랐던 것을 나타낸 상징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영화 <향수>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긴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장바티스트는 미친 살인마인가, 아니면 그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불쌍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영화는 장바티스트의 삐뚤어진 욕망을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장바티스트에게 안쓰러움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말하듯이 한 살인자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사람들은 그저 살인자의 이야기를 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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