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보행자 사고의 주범은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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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보행자 사고의 주범은 안전불감증
  • 경남 거제시 강은혜
  • 승인 2019.09.30 19: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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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이익- 쾅!” 문방구에서 나오던 어린 시절 나의 눈앞에는 조금 찌그러진 채 가만히 서 있는 차와 당황한 운전자, 그 앞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또래 남자아이가 비치고 있었다. 그 아이는 곧이어 도착한 구급차에 몸을 싣고 서서히 멀어져 갔지만, 고통에 잔뜩 일그러진 아이의 얼굴과 잔잔히 떨리던 몸, 그리고 사방에 흩뿌려져있던 새빨간 피는 내 뇌리에 강하게 박혀 한동안 떠나지 않고 몇 날 며칠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다.

스마트폰을 보며 무단횡단을 하는 학생의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스마트폰을 보며 무단횡단을 하는 학생의 모습(사진: 더 팩트 제공).

당시 사고는 아이의 무단횡단으로 인해 일어났다. ‘별일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횡단보도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에서 몰래 무단횡단을 한 것이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올 것이라 미처 예상하지 못한 차에 부딪히는 원인이 된 것이다. 이처럼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바로 ‘안전불감증’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매년 상당히 많은 수의 생명들이 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발표한 교통사고 통계에 의하면, 2018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781명이며, 이중 보행자 사망자 수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40%인 1487명이다. 특히 무단횡단 사망자는 518명으로 보행 사망자의 34.8%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비단 보행자의 잘못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운전자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도 매우 잦다. 경찰청은 2018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46명임을 밝혔다. 한국도로공사 또한, 같은 해 졸음운전 및 주시 태만으로 인한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153명임을 밝혔다. 이 같은 통계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여전히 많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들처럼 안전불감증은 나 역시도 항상 품고 있던 생각이었다. 실제로 직접 사고를 목격하기 전까지는 나도 종종 급하다는 이유로 무단횡단을 했고, 차를 탔을 때 몸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안전벨트 또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를 직접 목격한 후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아이의 얼굴에 내 얼굴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안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실제로 각종 사고는 누구에게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 일이 발생했을 때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시각매체를 이용하거나 3D 체험 등을 통해 직접 경험해보면서 수시로 교육해야 한다.

교통사고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악몽과도 같다. 예고 없이 들이닥치며, 그것은 피해자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인생을, 혹은 함께 누릴, 더없이 커다랄 행복들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만연하게 퍼져있고, 그 때문에 매년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사람들이 안전불감증을 고칠수록 사건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설마 무슨 일 있겠어?’와 같은 안일한 생각들을 버리고 ‘내가 꼭 해야만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률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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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표 2019-10-01 20:08:39
안전불감증에 빠진 모습은 너무 무서운 것 같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후에 깨닫는 것은 너무 늦습니다.
안전불감증에 빠지지 않도록.....
과거의 사고들을 살펴보며 경각심을 키우는것이 중요한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