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쓴맛 단맛...영화 ‘더 킹’이 그린 세상
상태바
권력의 쓴맛 단맛...영화 ‘더 킹’이 그린 세상
  • 충남 천안시 이예진
  • 승인 2019.09.27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부터 말해보고자 하는 내용은 권력에 관한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권력이 있고 그것은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서로 다르다. 2017년 개봉작인 영화 <더 킹>은 그런 권력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우리는 평범하게 검사 일을 하던 한 명의 남자 검사가 우연히 권력을 맛보고, 그 권력 때문에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달콤한 권력, 쓰디쓴 권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특히 한강식 부장검사는 영화 내에서 대표적인 권력자로 표현된다. 그는 고등 및 지방검찰청의 책임 검사인 검사장의 자리까지 올라가 더 큰 달콤함을 맛보려는 욕심 많고 권위적인 권력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 '더 킹' 홍보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더 킹' 홍보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권력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가지고 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 그래서 나 또한 ‘만일 불합리한 일을 당했어도 그 가해자가 권력자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또한 그러면서 권력자에게 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래서 마음속 한편으로는 그들이 권력자를 이기고 정의구현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내 상황이 피 권력자의 입장과 비슷하기 때문에 든 생각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면, 그 달콤함에 취해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권력은 가져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권력의 맛이 얼마나 달콤한지 가상으로라도 알려주려 한 것 일지도 모른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영화가 개봉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더 킹>이란 영화를 떠올리면 이 대사가 먼저 생각난다. 나는 그 이유가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어쩌면 이미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본다. 어떤 이슈를 덮기 위해 또 다른 이슈를 이용하는 일. 평범한 사람들은 이슈로 이슈를 덮지 못한다. 이슈로 이슈를 덮을 수 있는 사람들, 그래야만 하는 사람들은 추측건대 우리보다 높은 위치에 있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2010년 초반만 해도 사람들은 이슈로 이슈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연예계를 뒤흔드는 큰 이슈가 생기면 의심을 할 수 있게 됐다. 무엇을 덮기 위해 이 이슈가 터졌나 하고 말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 생각했던 권력자는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 그리고 그 시절 물리적인 폭력을 일삼던 아이들 정도였다. 그들이 그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되면서 권력에 대한 생각은 차츰 넓어졌고, 권력이 얼마나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됐다. 예를 들어, 건물주와 세입자의 관계,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의 관계 등. 갑과 을의 관계에서 세입자는 건물주에게, 아르바이트생은 사장에게 두려움을 갖는다. 이 두려움은 세입자와 아르바이트생이 을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더 킹>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이런 갑과 을의 상하 관계를 더욱 현실적으로 잔혹하게 표현했다. 그 중 권력을 갖고 싶다면 자존심이나 정의감 따위는 버려야 한다는 식의 모습이 나올 때면, 이것이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의 이면인 것만 같아 마음 한 구석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영화를 봤던 할머니는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정의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좋은 사장님, 좋은 건물주가 남아 있다고 말이다.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금 처해있는 자신의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세상 안에서 맛본 두려움에 서둘러 체념하기보다는 희망을 품고 살기 위해 노력해보자.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