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때 마술에 빠져...대입도 포기하고 마술 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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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때 마술에 빠져...대입도 포기하고 마술 외길
  • 취재기자 신우승
  • 승인 2015.12.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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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마술사 한재문 씨, "마술도 한류의 원천, 마술계의 '싸이' 되고 싶다"

사람들은 마술을 속임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마술이 속임수인 줄 알면서도 마술을 보면 또 신기해한다. 서울 한강나루에서 한 남자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술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그 자리의 관객들도 역시 속임수 마술을 보면서도 마술의 신기함에 심취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마술 전문 도우미라기엔 매우 어려보이는 여자 아이가 서 있었다. 도우미 아이는 줄을 가위로 잘라준다거나, 풍선을 불어 주는 등 공연을 진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마술사의 전속 도우미가 아니라 관객 중 한 명이었다. 관객을 마술 속으로 끌어들여 ‘관객과 함께 하는 마술’로 그는 마술의 속임수를 관객과의 소통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한강나루에서 ‘관객과 함께 하는 마술’을 공연한 마술사는 한재문(22) 씨다. 한 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마술공연에 관객을 참여시키는 방법을 그의 마술 공연만의 매력으로 삼고 있다. 그는 “관객 없는 저의 마술공연은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한재문 씨의 공연에는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이 마술 도우미가 된다(사진: 취재기자 신우승).

 

▲ Rupa.Jr 한재문 마술사(사진: 한재문 씨 제공)

한 씨는 초등학생이 된 2001년에 마술을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꼬마 한 씨는 TV에서 마술을 본 후 “너무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 마치 놀이동산을 처음 가 본 느낌”이라고 했다. 마술의 신비함을 마음에 간직하던 그는 13세의 나이에 동네 문화센터에서 마술을 배우는 계기를 갖게 됐다. 그는 3개월 간 문화센터에서 마술을 배우자마자 솟아나는 ‘학구열’에 이끌려 계속해서 마술학원에서 마술을 배웠다. 그 후 마술 독학을 계속해서 그는 꽤 수준 높은 청소년 마술사가 됐다. 2010년, 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학교 내 마술 동아리 단장을 맡아 학교 축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는 동부산대학 매직엔터테인먼트학과에 진학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마술을 배우게 되면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마술공연을 펼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의 마술의 독창성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대학 진학을 전격 취소했다. 대신, 그는 마술회사에 입사하여 거리공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 씨는 “마술에서 나만의 개성을 유지하기 위해 마술하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어깨너머로 다양한 마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 씨는 마술회사에 입사한 이후 꾸준히 국내 공연 활동을 펼쳤다. 서울, 대구, 부산 등 국내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그는 관객들이 자신의 마술 공연을 보고 박수 치며 환호해 줄 때마다 큰 힘을 얻었다. 그 속에서 그는 관객들이 기억에 남을 만한 마술 공연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때 그의 머리를 스친 생각은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을 마술 공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설정하면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관객과 함께 하는 마술 공연’이었다. 현재 그가 진행하는 마술공연에는 항상 관객의 참여가 있어야 공연 진행이 가능하다. 그의 공연에 관객이 도우미가 되는 것도 관객과 함께 하자는 그의 마술 철학의 연장이다. 그렇게 그는 마술을 통해서 관객과 소통한다.

▲ 한재문 씨가 중국 상하이에서 마술공연을 하는 모습(사진: 한재문 씨 제공).

그는 2013년부터 해외 공연을 시작했다. 그의 해외 공연은 호주, 말레이시아 등으로 이어졌다. 첫 해외 공연지는 호주였는데, 그는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영어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그는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자 마술 공연 후에 호주에 머물면서 영어를 공부했다. 국내로 복귀한 뒤에도 그는 영어 공부를 그치지 않았고, 일부러 이태원 거리로 나가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그의 영어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그는 국내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언어 장벽 때문에 해외진출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국내 마술사들을 해외로 보내 공연하게 도와주는 사업을 2014년부터 시작했다. 한 씨가 해외 현지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국내 마술사들이 해외에서 부담 없이 공연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 씨는 유명한 외국 마술 공연자들을 한국에 초청해서 한국에서 공연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 씨는 한국 마술의 국제화 내지는 ‘마술 한류’를 해외에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 한국 문화예술의 질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해외 공연은 2013년 8월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 고아원 아이들을 위한 마술 공연이었다. 그 고아원 아이들은 자기가 버려지고 필요 없는 아이들이라 생각해 기가 많이 죽어있었다. 하지만 한 씨의 마술공연을 보고, 그 아이들은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한 씨는 “고아원 아이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다”며 “마술이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경기도 광명시의 광명 사거리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한재문 씨(사진: 취재기자 신우승).

그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한국의 마술공연, 마술문화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 씨는 “앞으로도 마술 공연을 계속 할 것이다. 또 신진 마술가들에게 국내 무대 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더 나은 환경에서 마술을 공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재문 씨는 관객과 함께 하는 마술을 가지고 마술 한류를 해외에 알리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가 마술계의 싸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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