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뉴스의 일요 터치]‘화성연쇄살인사건’ 보도와 ‘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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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의 일요 터치]‘화성연쇄살인사건’ 보도와 ‘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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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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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

1.

“김어준의 뉴스공장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00 진범 확률 99%'”

“‘화성연쇄살인사건’ 형사 하승균 ‘범인은 히키코모리 가능성’”

“화성 용의자 이00의 폭력성...과도한 구타습관 ‘부모도 못 말려’”

“사물함 여성사진 10장…화성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성도착증일수도”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결혼 후 범행 끊으려 했지만 본능 못 참은 듯”

“화성연쇄살인 이00, 독방 가자 두문불출…심리 변화 징조?”...

이상은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일부 매체들의 기사 제목이다. 모두 추측성이고,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2.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어느날 ‘느닷없이’ 특정됐다. 갑작스런 언론보도 때문이라고 한다. 경찰은 마지못해 브리핑을 하는 듯 보였다. 보도자료는 21줄. 경찰로서는 ‘역사적인 개가’를 올린 셈인데 이상할 정도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미 실명까지 다 공개된 상황이었다.

경찰이 소극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됐다. 우선, DNA가 일부 증거물과 일치한다는 것 외에는 확인 조사가 전혀 안 돼 있다는 것. 아닌 게 아니라, 당장 혈액형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강필원 국과수 법유전자과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DNA 정보가 특정인과 매칭 됐을 때, 이론적으로 봤을 때는 지구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훨씬 그 이상의 신뢰도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DNA 오염이나 시료 조작으로 인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입을 위험성이 있고, 검사 과정에서 오류가 안 난다는 보장도 없다는 반론을 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5년간 3100건 중 26건의 감식 오류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 맹신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경찰이 피의사실유포죄를 두려워했다는 것. 이 추정은 피의사실유포 행위에 대한 경찰의 ‘과감한’ 관행을 감안했을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렇다면 경찰에게 무언가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건 아닐까?

어쨌든 언론은 앞서 나가도 한참을 앞서 나갔다.

일단 이모 씨는 ‘용의자’로 특정됐을 뿐이다. 용의자란 ‘의심은 가지만 뚜렷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이모 씨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모 씨는 현재 교도소에 있는 무기수로서 사실상 방어권도 행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언론은 엄청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정해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용의자’ 신분에 불과한 ‘이모 씨’를 두고 언론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마치 진범인 것처럼 몰아가는 건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형법상의 피의사실유포죄를 감안했을 때 상당히 위험하고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시빅뉴스> ‘정해영의 법률산책’)

3.

우리 언론이 ‘기레기(기자 쓰레기)’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좀 더 이성적이고 진지해져야 하겠다. 특히 ‘느닷없는 일’이 벌어지면, 특정 세력이 언론을 음험하게 악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한번쯤 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참고로, '공영방송' KBS1은 지난 9월 19일 9시 뉴스 때 32분 동안 이 사건기사 하나만 보도했고, 곧바로 지역뉴스(부산)로 넘어갔다.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기사를 비롯한 다른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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