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과 상관없이 이춘재 화성연쇄살인 진범 확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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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과 상관없이 이춘재 화성연쇄살인 진범 확정 가능
  • 취재기자 배수진
  • 승인 2019.09.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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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면조사 진행···연쇄 살인범 강호순 수사했던 프로파일러 투입
5,7,9차 사건 증거 DNA와 일치···범인으로 확정되면 검찰 넘길 듯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가 경찰 대면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경찰은 용의자 자백 없이도 진범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건 재조사를 통해 이 씨를 진범으로 볼 상당한 증거가 나오면, 이 씨의 자백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기관으로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의 대면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자백과 상관없이 용의자를 진범으로 볼 충분한 근거가 나오면 자체적으로 범인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18일부터 3차례에 걸쳐 부산교도소에서 이 씨를 대면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부터 3일 동안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24일 4차 대면조사를 진행한다. 그동안의 경찰 대면조사에서 이 씨는 지속적으로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면조사에 과거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수사를 담당하며 자백을 받아냈던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이춘재와 대화를 이어가며 ‘라포(rapport·친밀감)’를 형성해 자백을 끌어내고, DNA가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범죄에 대한 진술도 받아낸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씨의 자백과 상관없이 다른 증거가 충분할 때 수사기관으로서 이 씨를 진범으로 확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이같은 입장은 DNA 증거의 정확성과 이 씨의 거주지 등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10차례 발생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가 이 씨의 DNA와 거의 일치하는데, 이 씨 이외에 다른 사람의 DNA일 경우는 거의 0에 가깝다. 범인 이외에 3건의 사건에서 동일 인물의 DNA가 검출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낮다. 또한 이 씨의 본적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로, 2번째와 6번째 사건이 일어난 지역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공식 브리핑에서 용의자를 이 씨라 특정하지 않을 정도로 발표에 신중한 입장이다. 50여 명이 소속된 매머드급 수사본부를 차린 경찰은 최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DNA와 주거지 외에 최대한 관련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소 전 사건 수사기관이 알리지 못하도록 규정한 피의 사실 공표죄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경찰은 이 씨의 이감 신청도 고려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적으로 이감을 요청할 사안이 되는지, 또 이감이 수사에 필요한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법무부에 이 씨의 이감을 아직 정식으로 요청하지 않은 상태다.

이춘재는 충북 청주에서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994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당시 흉기와 범행에 썼던 수면제 등을 모두 치웠던 이춘재의 범행은 화장실 손잡이와 세탁기 밑에서 피해자 혈흔이 나오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10차 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1991년 4월과 이 씨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경기 화성과 청북 충주 일대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채 발견된 여성이 있는지 다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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