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없는 대한민국...직장 육아 병행 어려워 출산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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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없는 대한민국...직장 육아 병행 어려워 출산 기피
  • 취재기자 최유진
  • 승인 2019.09.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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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출산율 0% 대...17년째 초저출산국
경력 단절에 대한 여성들 우려가 저출산 불러

주부 김미선(34)씨는 예전에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던 중 가슴 한구석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1년 전 출산과 육아 문제 때문에 직장(승무원)을 포기하고 퇴사했는데 옛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일에 대한 미련과 회한이 물밀 듯이 밀려왔던 것이다. 김 씨는 “아기를 낳고 키우다 보니 다시 직장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도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직업을 포기하고 전업 주부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자신의 커리어에 집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요즘에는 경단녀라는 현실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학생 이은진(22, 부산시 진구) 씨는 “결혼을 하면 내 인생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텐데 아이까지 생긴다면 내 삶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엄마로서 살아야 한다는 게 싫다”고 말했다.

결혼은 출산과 경력단절로 이어지기 때문에 육아는 여자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성들도 있었다. 실제로 출산과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김나영(22, 김해시) 씨는 “아이를 낳게 되면 여자가 육아를 해야 하니까 오로지 배우자만을 보고 결혼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경단녀 문제는 예전부터 지속된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다. 25~29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5년 65.8%에서 2018년 70.9%까지 증가하였고 이후 하락하는 수준이 2005년 30~34세에서는 50.6%, 2018년 35~39세에서는 59.2%로 떨어지면서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들의 결혼, 출산 비율이 높은 시기인 30, 40대에는 여성고용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력단절 현황을 나타내는 여성 연령별 고용률 곡선에서 M커브는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사진: 입법조사처-경력단절여성현황 및 시점 보고서).
우리나라 여성의 경력단절 현황을 나타내는 여성 연령별 고용률 곡선에서 M커브는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사진: 입법조사처-경력단절여성현황 및 시점 보고서).

최근에는 자식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부모세대들과는 다른 개인적인 생활을 중시해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부부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들을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라고 한다. 많은 딩크족들은 임신으로 인한 신체변화, 육아로 인한 개인적인 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딩크를 결심했다. 실제 딩크족인 유튜버 헤일리는 “육아가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사진: 취재기자 최유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사진: 취재기자 최유진).

개인적인 생활을 중시해 비혼을 선택한 이들도 많아졌다. 이선주(23, 부산시 서구) 씨는 “주변에서 아이를 낳은 선배들을 보면 일을 마치자마자 아이를 데리러가고 출근 전엔 급하게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온다. 나는 내 생활이 중요한데 아이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다는 게 싫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2018년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77%다. 세계최초로 0명대가 나왔다. OECD 기준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일 때는 ‘저출산’으로, 이 기준이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합계출산율이다. 1.3명 이하일 때는 ‘초저출산’으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2002년부터 17년째 초저출산 국가인 유일한 나라다.

여성들의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가 비혼주의를 낳고 그 결과 출산율이 감소됐다. 김나영 씨는 “자녀양육에 대한 양육비 부담이 크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너무 적다”라고 말하며 정부의 지원을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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