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변기 투기 꼼수, 큰 낭패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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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변기 투기 꼼수, 큰 낭패당한다
  • 취재기자 정지행
  • 승인 2015.12.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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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 비용 아끼려다 변기 막히면, 수십 만 원 들어...불법 음식물 분쇄기도 등장

부산 해운대구에서 자취하는 회사원 정모(29) 씨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 몇푼을 아끼려다 최근 낭패를 겪었다. 그녀는 요리와 식사 후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종종 변기에 버리곤 했던 것. 국물뿐만 아니라 덩어리가 큰 음식물도 서슴지 않고 버렸다. 그 결과, '뚫어뻥(변기나 주방 등의 막힌 부분을 공기 압력을 이용하여 뚫는 도구)'으로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변기가 심하게 막히는 바람에 결국 전문 배관공을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지불한 돈은 수십만 원. 불과 몇천원의 돈을 아끼려다 배보다 배꼽이 백배나 큰 손해를 당한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자,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나 음식물 쓰레기통에 모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변기에 버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변기에 버림으로써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천 부펑구에 사는 주부 김모(38) 씨는 세수하다가 그녀의 집 변기에 무엇인가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알고 보니 버리지도 않은 음식물 쓰레기가 배수관 막힘 현상으로 인해 윗집에서 역류한 것이다. 김 씨는 “윗집과 실랑이 끝에 더 이상 음식물 쓰레기를 볼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 부산 해운대구의 RFID방식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기계 (사진: 취재기자 정지행)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의 무게에 따라 수수료가 부과되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2013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는 지역이나 거주 형태별로 운영 방식이 다르다. 주민들이 편의점 등에서 납부칩이나 스티커를 구입한 후 수거 용기에 붙이면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를 비우면서 칩과 스티커만 떼어가는 방식인 ‘납부칩 방식,’ 세대별 배출원 정보가 입력된 전자태그가 달린 수거함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 자동으로 측정된 무게가 환경공단에 통보돼 배출한 분량만큼 수수료가 부과되는 방식인 ‘RFID 방식’이 있다. 그리고 편의점 등에서 수수료를 미리 내고 구입한 음식물 쓰레기 전용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제도인 ‘전용봉투 방식’도 있다.

단독주택과 음식점은 전용봉투 방식과 납부칩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공공주택이나 아파트는 RFID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데, 공공주택과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점차 RFID 방식이 보편화됐다. RFID 방식은 교통카드를 리더기에 대면 요금이 표시되듯, RFID 태그가 부착된 쓰레기 수거용기나 카드를 대면 무게가 바로 뜨기 때문에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변기에 몰래 버리는 등 꼼수가 많이 발생한다. 부산시는 올 1월 1일부터 음식물 쓰레기 수수료를 조정했는데, 단독주택에서 사용하는 봉투(3ℓ) 가격은 기존 180원에서 240원으로 올렸고, 공동주택의 RFID 방식은 음식물 쓰레기 1kg를 버리는 비용이 68원에서 95원으로 인상됐다.

부산 남구에 사는 대학생 박모(25) 씨는 야식을 자주 시켜먹곤 했는데, 항상 닭 뼈나 홍합껍질 등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쓰레기가 생겼다. 닭 뼈나 홍합껍질 등은 분해성이 떨어져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는데, 오래 보관하면 냄새가 나고 벌레가 꼬여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나 그는 그마저도 큰 부피와 무거운 무게 때문에 돈이 더 들까봐 변기에 몰래 버리곤 했다. 그의 자취방 변기는 아직 막히진 않았지만, 볼일을 보면 2-3번은 더 내려야 대소변이 완전히 내려가게 됐다. 그는 “언제 변기가 막혀 엄청난 돈이 나올지 몰라 하루하루 마음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수도권의 단독주택과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는데, 서울시에서는 구청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의 25개 구 중 21개 구의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2ℓ)은 40∼130원에서 140∼160원으로 올랐으며, 2017년까지 서울의 모든 자치구는 최대 5배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종량제 정책이 음식물 쓰레기를 변기에 그대로 버리는 사람이 생기는 결과에 대해, 부산시 의회 보사환경위원회 이경혜 의원은 노컷뉴스 인터뷰에서 “각 가구에 부과된 비용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보다는 변기나 싱크대, 하수구에 버리는 불법 처리와 무단 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이렇게 무단 투기된 음식물 쓰레기가 10년 이상 진행해 온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완전히 수포로 돌리고 심각한 생활환경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H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변기에 버리는 사람이 많지만, 증거가 없어 일일이 색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에서 엄격한 정책을 실시하거나 주민들이 음식물 사용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싱크대에 설치된 음식물 분쇄기 (사진: JTBC 뉴스)

한편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시행으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디스포저, 즉 가정용 음식물 분쇄기가 국내에 확산되고 있다. 음식물 분쇄기는 주방 싱크대에서 하수구로 내려가는 길목에 부착되어 모터가 음식물 찌꺼기를 갈아 배수설비를 통해 공공 하수도로 바로 흘려 보내는 장치다. 음식물 분쇄기가 불법은 아니지만 음식물 찌꺼기를 분쇄했을 때 음식물 찌꺼기 고형물의 80%는 소멸하고 20% 미만은 오수와 함께 배출하는 ‘감량형 분쇄기’만 사용 가능하며, 환경부 장관의 인증절차를 거친 제품만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부 장관의 인증을 거치지 않은 불법 가정용 음식물 분쇄기가 인터넷과 다단계를 통해 판매가 이뤄져 불법유통이 근절되지 않아 환경오염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정명희 의원은 11월에 실시한 부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불법 주방용 오물분쇄기 사용으로 하수처리 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분쇄한 음식물쓰레기를 별도로 수거하지 않고 하수도로 흘려보내면 하수관거가 막히거나 수질오염, 하수 침전물 처리 비용 증가 등의 원인이 된다”며 “오물분쇄기를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찌꺼기를 걸러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처리함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사이트(www.zero-foodwaste.or.kr)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서는 음식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음식물 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집에서 식사하는 식구와 횟수를 파악하여 일주일 단위로 메뉴를 정해놓고 필요한 재료만 구입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과일을 먹고 나면 항상 과일 껍질이 남는데, 사과껍질이나 귤껍질은 지퍼팩에 욕실이나 방안에 넣어두면 훌륭한 방향제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환경공단 사이트를 이용하면, 식재료를 줄이는 방법, 식재료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 등 음식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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