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책에 빠지게 하는 마법의 소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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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책에 빠지게 하는 마법의 소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경남 김해시 안우주
  • 승인 2019.09.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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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북커버(사진: 인터파크 도서 캡쳐).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표지(사진: 인터파크 도서 캡쳐).

학창 시절 때 책에 관련된 과제가 나오면 싫었다. 나는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간략한 줄거리만 보고 과제나 수행평가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다. 성인이 되고 책에 관심이 생겼지만, 똑같은 분야의 유명한 책만 몇 권 읽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또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의 독서법과 책을 대하는 태도는 그 정도였다. 하지만 곧 이 행동들을 부끄럽게 만든 책을 만났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신의 카르테> 시리즈로 유명한 나쓰카와 소스케의 첫 판타지 소설이다. 그의 데뷔작 <신의 카르테>는 일본 쇼각칸 문고 소설상 수상에 이어 2010년 일본 서점대상 2위에 올랐고, <신의 카르테 2>, <신의 카르테 3>, <신의 카르테 0>로 이어진 시리즈는 일본에서 합계 32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대형 인기 작가의 신작이라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이 책은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됐던 <은하철도의 밤>의 21세기판이라는 평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또한 책의 의미에 대해 상기시켜주는 책이라 평가받으며 일본 주요 일간지에 실리는 등 이름을 알렸다.

줄거리는 이렇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주인공 린타로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고서점을 닫고 일면식도 없던 고모와 같이 살게 될 신세가 된다. 어느 날 고서점을 정리하던 린타로에게 낯선 목소리가 들렸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고양이었다. ‘얼룩’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린타로에게 다짜고짜 책을 구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린타로는 기묘한 상황임에도 책을 무척 좋아했기에 부탁을 받아들이고 얼룩과 함께 책을 구하러 미궁에 들어간다. 미궁 속에서 책은 잘못된 신념을 가진 자들을 만나 가둬지고 잘리고 버려져 있었다. 린타로는 그들을 설득해 책을 구해 내야 한다. 린타로와 얼룩은 무사히 책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세 유형의 사람들을 통해 독자에게 세 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을까?’, ‘책을 빨리 읽는 것이 좋을까?’, ‘잘 팔리는 책만 파는 것이 좋을까?’라고 말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가두는 자’ 장에서는 한 달에 책을 100권 읽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며 한 번 읽은 책들을 거대한 투명케이스에 담아 전시해버린다. 그리고는 5만 7000여 권의 책을 읽었다며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했다. 소설이라 많이 과장됐지만, 나의 모습과 비슷했다. 나도 소설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책이 책장에 쌓여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을 한 번 읽고 나서 다시 꺼낸 적이 없었다. 책을 가두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독서법과 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해준다.

어렸을 때 나는 즐겁게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은 두 번 세 번 읽어도 질리지 않고 재밌었다. 책이 주는 의미와 즐거움을 커가면서 잊어버린 것 같다. 다행히도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통해 독서의 의미를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책을 읽을 때 즐겁지 않다면, 단순히 독서량을 자랑하려고 책을 읽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이 주는 깊은 의미와 순수한 즐거움을 찾아가길 바란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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