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공녀’에서 나만의 소확행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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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공녀’에서 나만의 소확행 배우기
  • 부산시 해운대구 조재민
  • 승인 2019.09.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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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小確幸).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단어다. 전고운 감독의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의 소확행은 위스키 한 잔과 담배 한 모금, 그리고 사랑하는 애인이면 충분하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물가에 그녀가 포기한 것은 집.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자, 그녀는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다. 생존(의식주)과 취향 사이의 갈등을 자신의 방식대로 그려낸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소공녀>가 비현실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N포 세대 청춘의 공감을 자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미소가 친구의 집을 청소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미소는 가진 것이 없는 청춘이다. 집도 없고 변변한 직장도 없다. 친구에게 남는 쌀이라도 있으면 달라고 부탁 한다. 그럼에도 미소는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삶을 즐긴다. 집보다 자신의 작은 사치와 취향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미소의 삶은 스펙을 쌓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청춘들과는 다르다. 가진 것이 없더라도 당당하게 소확행을 누리는 미소의 삶은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서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영화 '소공녀'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소공녀'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미소는 한 손엔 캐리어를, 다른 한 손엔 계란 한 판을 들고 대학시절 밴드를 함께한 친구들을 찾아간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우리의 삶을 스스럼없이 반영한다.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링거를 맞아가며 일하는 ‘문영.’ 시댁 식구와 함께 거주하며 혹독한 가사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현정.’ 아파트 대출금을 갚을 생각에 막막한 이혼남 ‘대용.’ 집과 직장이 있어 행복할 것 같은 그들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 친구들을 통해 남들과 같은 삶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음을 얘기한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삶은 과연 행복한 것인지.

남의 집에서 빌붙어 살더라도 위스키 한 잔이 그녀에게 행복이다. 미소에게 집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는 가치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방식에 미소는 연연하지 않는다. 집이 없지만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며 산다. 오늘날 우리는 비현실적인 꿈을 꾸며 현실을 포기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현실과는 다르게 사는 미소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는 미소를 보며 나는 위로를 얻었다.

<소공녀>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느라 정작 자신의 행복을 잃은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보여준다.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통해 상황을 풍자하여 전달한 것은 훌륭하다. 다만 집이 없는 미소의 삶을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아쉬운 영화다. 팍팍한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며 공감할 수 있는 이 영화 한 편이야말로 우리에게 소확행이지 않을까.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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