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을 존중하고 예우할 줄 모르는 나라가 강국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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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을 존중하고 예우할 줄 모르는 나라가 강국이 될 수는 없다
  • 부산 동래구 송영백
  • 승인 2019.09.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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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XtvN의 예능 프로그램 ‘최신유행 프로그램’이 시즌2를 시작하면서 예전에 방송됐던 영상들이 군인 비하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방송 오락프로그램에서 군인을 소재로 희화화하는가 하면 사회 전반적으로도 군인에 대한 인식이나 대우가 낮아 분단국 현실을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방송에서는 지난해 10월 군대를 제대했다는 자부심을 지나치게 내세우면서 군 생활을 반복해서 말하는 ‘군무새’(군대+앵무새) 에피소드를 내보냈다. ‘군무새’인 복학생은 말끝마다 후배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군대 이야기를 한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60군번인 월남전 참전용사인 교수님은 “월남전도 안 겪어본 놈이” 하며 주인공을 나무란다.

마지막은 48군번 6.25 참전용사인 노인이 등장해 “6.25 전쟁도 안 겪어본 놈들이 뭘 안다고!”라고 소리쳐 모두를 무릎 꿇게 만든다. 군인, 예비군뿐만 아니라 6.25 참전용사까지 웃음거리로 만든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물론 일각에서는 별것 아니라는 반응도 있다. “풍자 유머였는데 개그를 개그로 못 받아들인다”, “너무 예민한 반응이다” 등등.

XtvN 예능 프로그램 ‘최신유행 프로그램’에서 ‘군무새’들을 지적하고 혼내고 있는 48군번 6.25 참전용사(사진: XtvN 캡처).
XtvN 예능 프로그램 ‘최신유행 프로그램’에서 ‘군무새’들을 지적하고 혼내고 있는 48군번 6.25 참전용사(사진: XtvN 캡처).

군인들이 웃음거리 소재가 되고 비하의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스타벅스’에서는 특별이벤트를 실시했다. 대통령 특별 휴가증과 부대에서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군인에게 ‘오늘의 커피’ Tall 사이즈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남성 혐오 커뮤니티 및 SNS에서 난리가 났다. ‘군타벅스’ 또는 ‘군무벅스’라고 비아냥대며 스타벅스에 전화와 문자폭탄 등을 보내 항의하고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MBC 100분 토론 ‘게임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에서는 여성 대학생 방청객이 “군인에게 처음 사람을 죽이라고 했을 때는 죽이지 못하지만 계속해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학습시키다 보면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이게 된다. 게임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오죽하면 군인은 일반인 밑의 계급이라는 말로 ‘군바리(군인+개)’라는 말까지 붙었을까.

20대 청춘을 바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월급을 보자. ‘2020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에 병장 기준 월급이 54만 1000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순수 일과시간만 계산해 보더라도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친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6.25 참전용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참전유공자들에게 지급되는 참전 명예수당은 매월 30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자국의 군인을 비하하고 희화화하고 홀대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미국이 세계 최강국임은 군인에 대한 예우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4월 참전용사 조나단 터너 하사의 유골이 택배로 보내진다는 소식에 미 전역에서 수백 명의 오토바이 동호회 자원봉사자가 자발적으로 모여 미 대륙 3200㎞ 횡단을 호위했다고 한다.

2009년 10월29일 새벽 4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중 전사한 18명의 유해가 비행기에 실려 공군기지로 돌아올 때 새벽 시간임에도 운구가 끝날 때까지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미국 공항에선 "군인과 사회적 약자는 먼저 탑승하라"는 방송을 종종 들을 수 있다. 항공사측은 좌석에 여유가 있을 경우 이코노미석의 군인들을 우선적으로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준다. 일등석 승객들이 군인에게 자기 자리를 양보해주거나 식당에서 장병의 음식 값을 대신 지불하는 경우도 많다. 스포츠 경기장에선 휴식 시간에 군인들을 일어나게 해 박수와 환호로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제복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몸에 뱄다.

우리나라는 아직 분단국가다.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불리한 지리적, 정치적 상황 속에서 누구보다 이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군인들을 존경하고 예우해주지 못할망정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이며 존경하는 아버지 어머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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