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나는 부산 진구(이후 북구로 분구, 지금은 사상구이다) 주례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가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외출하실 때 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부산 가나? 올 때 맛있는 거 사 올끼제?”

그렇다. 우리가 사는 곳이 행정구역상 부산이었지만, 농사를 짓고 살았으니 스스로 시골이라 생각했다.

용두산공원, 동래금강원, 동래동물원 나들이는 지금으로 치면 해외여행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시절이었다.

동래동물원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동물원 개원 시기였던 1965~6년 쯤, 대충 내 나이 6~7살 무렵에 첫 나들이를 한 것 같다.

처음 본 동물원. 시골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말로만 들었고 그림으로만 보았던 사자, 호랑이, 기린, 얼룩말, 원숭이, 독수리….

그리고 30년이 훌쩍 지나 다시 동물원을 찾았다. 동물들은 있었지만 모든 시설이 낡아 있었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다시 세월이 흘렀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동물원은 결국 폐쇄되었다.

동물원 뒷담을 넘어 들어가 옛 모습을 찾아보았다. 동물들이 놀던 터는 그대로였는데 동물 대신 잡초만 무성했다. 순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쳤다. 한여름 요란한 매미소리 곁으로 그 옛날 아이들이 뛰놀면서 조잘대던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 했다.

사진가 문진우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