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맛보고 가이소"...흥취와 인정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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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맛보고 가이소"...흥취와 인정 가득하네
  • 취재기자 안신해
  • 승인 2015.12.15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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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팔도 야시장 개장...세계 각국 다양한 먹거리에 풍물패 공연도
▲ 수영팔도시장과 야시장 입구(사진: 취재기자 안신해).

겨울이 한층 가까이 다가오면서 제법 매서운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든다. 12월 저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산 수영팔도시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쿵짝쿵짝 얼쑤~” “맛보고 가이소~” 수영팔도시장 입구를 지나 아케이드 구간으로 걸어 들어가자, 어둠이 점차 밝아지면서 흥겨운 음악소리와 함께 음식냄새, 사람소리로 시장이 가득 찼다. 이곳은 지난 4일 '세계의 맛과 팔도시장의 만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을 연 수영팔도야시장이다. 이로써 부평 깡통야시장, 초량 이바구야시장의 뒤를 이어 부산에서 세 번째로 야시장이 생겼다.

야시장을 운영하는 오후 7시가 채 되기도 전에, 시장 안은 각종 행사와 구경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울려 퍼지는 공연소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니, 시장 안 중앙광장에서 야시장 개장 선포식인 ‘얼쑤~난장’이 한창이다. 몇 겹으로 둥그렇게 둘러싸 구경하는 사람들 중앙에는 장터 길놀이를 마치고 온 풍물패와 광대가 공연하고 있고, 광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웃고 즐긴다. 우리나라 민속공연이 끝나자, 화려한 분장으로 이색적인 분위기의 외국인들이 차례로 등장해 세계민속춤공연을 이어 나갔다. 공연을 보기 위해 까치발을 든 채 기웃거리는 아이들 모습이나 다닥다닥 붙은 채 한 장소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웃고 즐기는 모습은 평소의 시장이나 도시에서 쉽게 보기 힘든 정감 넘치는 풍경이었다.

▲ 야시장 선포식 ‘얼쑤~난장’이 열리고 있는 수영팔도야시장 중앙광장. 한국 전통 농악팀과 각국 풍물패가 어울려 장관을 이뤘다(사진: 취재기자 안신해).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세 갈래로 뻗은 길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야시장 풍경이 드러난다. “해물 그득~한 파전 바로 구워드려요!” “귀여운 핸드메이드 마카롱 보고가세요!” 이런 호객행위가 한창인 곳으로 향하니, 갖가지 음식이 놓인 매대가 일렬로 들어서 있다. 이곳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로 시장 매대에서 만들고 판매하는 시장체험 행사인 ‘야간매점 3대 천왕’이 열리는 현장이다. 메뉴는 기름 떡볶이, 떡꼬치, 해물파전, 샌드위치 등으로 흔하디흔하지만 그 친숙함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모았다. 사람들은 1,000~2,000원 상당의 음식을 사들고 시장 구석에 삼사오오 모여 연신 “맛있네, 맛있어”를 연발했다. 인기 있는 음식들은 야시장을 개장한 지 한 시간도 채 되기 전에 재료가 소진돼 장사를 마쳤다.

야간매점 3대 천왕에 참가한 진옥이(53,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는 8팀 중 가장 먼저 음식재료가 동이 났다. 딸의 권유로 참가를 결심하게 된 진 씨는 간편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없나 알아보다 요즘 TV에 많이 등장하는 기름 떡볶이를 메뉴로 정했다. 진 씨는 “떡볶이는 호불호가 잘 갈리지 않아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며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너무 재밌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계속해서 이런 행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음식을 직접 만들고 파는 '야간매장 3대 천왕' 행사에 주민들이 참여해서 음식 솜씨를 겨루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신해).

야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먹거리다. 수영팔도야시장에는 인도네시아, 대만, 프랑스 등 10개 나라의 세계음식 14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그 중엔 '물방울떡,' '빠네스프'와 같이 익숙한 외국 음식도 있지만, 계란반숙을 고기완자로 싼 후 베이컨으로 감아낸 '스카치 에그'나 인도네시아 닭꼬치인 '사떼아얌'과 같은 생소한 외국 음식도 많다. 우리나라에선 자주 접하기 힘든 음식인 만큼 매대 앞은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지만, 흥겨운 음악소리를 들으며 한 입씩 음식을 나눠먹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는 이조차 즐겁게 한다. 많은 인파 때문인지, 정감 넘치는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야시장 안은 추운 겨울임을 잊을 만큼 따뜻했다.

친구와 함께 수영팔도야시장을 방문한 서연하(24,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 씨는 평소에도 퇴근길에 자주 이곳에 들른다. 서 씨는 “이 시간쯤에는 시장이 한산했는데 이렇게 밝아지고 북적거리니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 길에서 음식을 먹어도 이상해 보이지 않아 좋고, 오히려 더 맛있다. 매대 앞에 줄을 서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통행도 편리해지고 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야시장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다문화 음식들. 이들의 값은 1,000원에서 4,000원 정도로 매우 싸다(사진: 취재기자 안신해).

음식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매우 흥미롭다. 한 아주머니가 상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한국사람이냐고 묻자, 질문을 받은 상인이 한참을 생각한 뒤 어눌하게 “아니요, 중쿡 싸람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이런 대화는 야시장 안에서 흔히 오가곤 한다. 야시장 상인들이 모두 다문화 가정주부나 한국인 유학생들인 외국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 기업 ㈜지구촌식탁에서 다문화 가정 자립을 돕기 위해 고용한 사람들이다. 각 나라 음식을 그 나라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주니, 더욱 이국적이고 색다르게 다가온다.

다양한 나라 음식들이 판매되다 보니, 야시장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특히 여행객들보단 가족 단위로 방문한 다문화 가정이 많다. 필리핀 이주여성 이연희 씨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12년째다. 그녀는 야시장이 개장됐다는 소식을 듣고 딸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 어릴 적 즐겨먹던 사탕수수 음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씨는 “필리핀에서 먹던 맛이랑 비슷하다”며 “고향 음식을 딸들에게 맛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이 씨의 딸이 “이런 걸 어떻게 먹었어?”라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4일 개장한 수영팔도야시장은 팔도시장 내 새마을금고에서 고려왕족발까지 120m 구간에 위치하며, 운영시간은 매일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다. 또 매주 금, 토요일 오후 7시에는 거리공연을 여는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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