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립대 교수 성추행···피해 학생 공론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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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국립대 교수 성추행···피해 학생 공론화 나서
  • 취재기자 배수진
  • 승인 2019.09.0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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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 수치스럽지만 학우 추가 피해 막아야" 심정
동료 교수 학생 함께 한 회식자리에서 신체 추행해
부산 남부서, cctv 확인하고 강제추행 혐의 검찰송치

부산의 한 국립대 학생이 자신을 성추행한 교수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1일 밤 부경대학교 재학생 커뮤니티인 ‘부경in’에는 ‘저는 교수님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습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여학생 A씨는 남자 교수 B씨에게 추행을 당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두렵고 수치스럽다. 강제 성추행을 당하는 순간에는 두려움에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이 어려웠고, 이에 자괴감도 느꼈다"고 호소했다.

A씨는 "고소 이후 불안한 심리상태를 혼자 견디기 어려워 계절학기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중단한 후 고향에 내려와 정신과 치료와 함께 약을 처방받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많은 고민을 했으나 이 일을 공론화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학우분들이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현재 유사한 피해를 겪고 있는 학우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 용기를 내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며 "학교와 교수님들은 이 일을 통해 교내 성추행의 심각성을 통감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A씨는 B교수를 고소한 이후 일부 교수들이 자신과 가족을 찾아와 사과했으며, B교수 역시 성추행 다음날 자괴감과 죄책감을 느껴 사과를 원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저는 사실 교수님을 만나는 것이 많이 두렵다"며 "다음 날 아침 자괴감과 죄책감이 드는데 왜 바로 사과하지 않았나. 고소를 한 이후에야 사죄의 뜻을 전하는 교수님의 모습에서 도저히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확실하고 투명한 해결 과정과 올바른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며 "성추행 교수의 공식적인 사과와 해당 교수의 파면을 요구한다. 또한 학교 차원에서 이러한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기적인 성교육이 강화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A씨 학과 학생회 역시 교수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학생회는 "차마 말과 글로 담기에도 고통스러운 해당 사건에 대해 강하게 규탄하는 바이며, 현 사건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법적 대응을 비롯하여 강력한 대응을 할 것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 학우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여기며 현 사건이 투명하고 정직하게 처리되는 순간까지 피해 학우를 보호하고 함께 연대할 것을 분명하게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학생회는 "공론화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가해자가 정당하게 처벌받고 책임지는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 교내에서 또 다른 성폭력 사건으로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들에게도 위로와 연대, 지지의 마음을 보낸다"며 "학우 여러분들도 응원하고 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앞서 전날 부산 남부경찰서는 부경대 여학생 A씨를 성추행한 혐의(강제 추행)로 같은 학교 남자 교수 B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B교수는 지난 6월 동료 교수와 학부 학생이 함께 한 회식 자리에서 테이블 아래로 A씨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당시 상황을 확인하고 참고인 조사 등을 거쳐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부경대는 지난 7월 15일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 바로 B교수를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부경대 관계자는 "현재 B교수는 수업이나 학생 지도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며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이나 해임 등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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