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유혹, 신종 ‘사다리 게임’ 대학가 강타
상태바
치명적 유혹, 신종 ‘사다리 게임’ 대학가 강타
  • 취재기자 손광익
  • 승인 2015.12.13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기도 쉽고, 베팅도 쉽고...청소년, 대학생 중독자 양산 '시간 문제'

대학생 장모(23, 부산 부산진구) 씨는 열심히 번 한 달 치 아르바이트 비를 날려버렸다. 바로 인터넷 불법 사이트의 ‘네임드사다리’라는 도박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씩 잃어가던 돈을 만회하려다 그의 아르바이트 월급 52만 원을 몽땅 잃었다. 당장 생계비마저 없어진 장 씨는 결국 친구의 돈까지 빌려 게임을 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친구 돈마저 잃게 된 것이다. 장 씨는 “니코틴 중독처럼 이 게임이 자꾸 생각이 난다”며 “이 게임을 끊는 것보다 담배를 끊는 게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네임드사다리는 ‘네임드’ 회사에서 개발한 도박용 사다리 게임이다. 이 게임은 사람들이 통상 종이에 그려 복불복을 행하는 사다리 게임과 같이 단순하고 친근하다. 네임드 측에서는 사다리 게임을 총괄 운영하고, 이 게임에 실제로 가입해서 돈을 베팅하는 곳은 여러 불법 도박 사이트가 맡고 있다. 사이트마다 배당금이 다르긴 하지만, 평균 1.98배의 배당률을 가지고 있다.

네임드사다리는 하루 24시간 동안 5분 간격으로 총 288회의 사다리 게임이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4분 30초 안에 아래의 그림처럼 화면에 나타난 사다리를 보고 3가지 베팅 방법 중 하나를 골라 베팅해야 한다. 3가지 베팅 방법 중 첫 번째는 출발지 두 개 중 한 곳에 베팅하는 것, 두 번째는 등장하는 가로줄의 수가 3개인지 4개인지를 골라 베팅하는 것, 세 번째는 출발지에서 사다리를 타고 도착하는 도착점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한 가지를 선택해 일정 금액을 베팅하는 것 등이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출발지 베팅 방법을 선택하고 오른쪽 출발을 예상했다면, 그곳에 1만 원을 오른쪽 출발지점에 베팅한다. 게임이 시작되면서 사다리가 오른쪽에서 출발했으면, 1.98배에 해당하는 배당금인 1만 9,800원을 벌게 된다. 반대로 사다리 게임이 왼쪽에서 출발했을 경우 걸었던 돈을 잃게 된다. 이게 1회 게임이고, 그게 모두 5분 안에 결정된다.

▲ 사진은 실제 네임드사다리 게임의 세 가지 베팅 방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을 보여주고 있다(사진: 네이버 블로그).

이렇게 이 게임은 개인전으로 진행되며, 그 게임에 참여한 타인이 무엇을 선택했는지와 무관하다. 또한, 게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사다리 게임만 알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스포츠 도박과 다르게 결과도 즉시 나타난다. 5분 간격으로 한 게임씩 24시간 계속 진행되는 이 게임은 회전속도가 빨라 인기 도박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이 불법 도박 게임을 즐기는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30대 이상이 주를 이루던 사다리 게임 도박 참여자들이 10대와 20대에게도 번지기 시작했다. 사다리 게임은 다른 도박 게임과는 다르게 단순 명확한 게임방식을 가지고 있고, 적중 확률이 50%로 높기 때문에 학생들이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뛰어들고 있다. 또한, 이 게임은 인터넷은 물론, 심지어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해 학생들의 접근을 부추긴다.

고등학생 이모(19, 부산 연제구) 군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사다리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게임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불법이라는 생각에 친구 아이디를 빌려 한두 번 해본 것이 고작이었지만, 할수록 빠져들어 결국 자신의 아이디를 만들게 됐다. 이 군은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도 사다리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친구들 사이에 돈을 따는 경쟁 구도가 생겨 더 열심히 하는 친구도 있고, 친구들끼리 게임 전략을 의논하거나 분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불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을까? 사다리 게임을 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들이 SNS 상에 버젓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불법 사이트들은 제재가 약한 SNS를 통해 광고되고 있다. 불법 사이트 접속은 SNS에 링크된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포털에 간단하게 ‘네임드사다리’를 검색해도 사다리 게임 불법 사이트가 버젓이 나타난다. 청소년들을 도박의 길로 안내하는 입구는 찾기도 쉽고 개수도 무궁무진하다.

▲ 페이스북에서 게시글과 댓글에 올라온 불법사이트 광고 글(사진: 페이스북).

사이트 회원가입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도박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회원가입 시 별도의 성인인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원가입에는 아이디, 비밀번호, 은행계좌, 휴대전화번호만 필요하다. 이렇게 가입 절차가 간단해 청소년들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대학생 진모 씨는 2개월 전 지인의 권유로 네임드사다리를 시작하기 위해 불법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사이트 가입 절차가 생각보다 간단해서 놀랐다. 진 씨는 간단한 사항을 적고 가입 완료 버튼을 눌렸다. 진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전화로 전화가 걸려와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한 것이 끝이었다.

▲ 네임드사다리 도박 사이트의 회원가입 절차(사진: 네임드사다리 게임 사이트).

베팅액수가 최소 5,000원에서 최대 200만 원까지 자율적으로 가능한 점도 문제다. 베팅을 소량의 금액으로 시작해 돈을 잃더라도 이론적으로는 이전보다 더 높은 금액을 투자하면 금방 본전을 회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5,000원씩 연속 4번을 실패해도, 다음 번에 2만 원 베팅에 성공하게 되면, 금세 본전이 회복된다. 이렇게 언제든지 한 번에 회복될 수 있다는 심리가 돈 잃는 감각을 무뎌지게 하고,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베팅하게 만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사디리 게임 도박 중독에 빠지고 있다.

이렇게 사다리 게임 도박 중독에 빠지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통계에 의하면, 2015년 등록된 도박 대상자 중에서 30대가 40%로 가장 많았지만, 그 뒤로 20대가 26.1%로 많았다. 또한,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의 통계에 의하면, 2015년 3월부터 현재까지 사이버 도박 혐의로 검거된 10대와 20대의 수는 전체 검거자 2,873명 중에서 974명이다. 이는 30대 1,271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이다.

▲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등록된 도박 대상자 연령대별 현황(사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학생 홍모(23, 경남 창원시) 씨는 대학교 앞에서 홀로 자취하고 있다. 그는 부족한 생활비를 벌고자 사다리 게임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달 생활비만 채우려고 시작했지만, 한 번 시작한 도박은 쉽게 끊기가 힘들었다. 사다리 게임을 끊기 위해 사이트 회원에서 탈퇴했지만, 머릿속에서 사다리 게임이 빙빙 돌면서 잊히지 않았다. 그는 결국 다른 사다리 게임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게임을 재개하게 됐다. 홍 씨는 “물론 돈을 잃기도 하지만, 마우스 클릭만으로 쉽게 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다시 사이트에 접속한다”고 말했다.

이런 인터넷 불법 사이트로 인한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11월 2일부로 ‘불법 사이버도박 척결을 위한 100일 집중단속’에 들어가서 현재까지 단속 활동 중이다. 경찰은 기존의 운영자 중심 처벌에서 벗어나 도박 행위자도 원칙적으로 전원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특히 도박 행위자가 3회 이상 적발 시 구속 수사까지 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