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문 딜레마...닫자니 소방법 위반, 열자니 사고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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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문 딜레마...닫자니 소방법 위반, 열자니 사고 통로
  • 취재기자 김한솔
  • 승인 2015.12.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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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개폐장치 도입이 해결책...비용과 안전성이 관건

지난 10월 8일 용인의 아파트에서 50대 여성이 하늘에서 떨어진 시멘트 벽돌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벽돌은 떨어진 지점은 개방된 채 부실한 관리 속에 방치된 아파트 ‘옥상’ 이었다. ‘용인 초등생 벽돌사건’은 옥상을 개방 해놓고 특별한 관리, 절차 없이 방치되고 있는 옥상이란 공간의 부실한 관리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실한 관리 속 방치되는 옥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 관리) 1항에 따르면, 피난시설을 폐쇄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되며 위반 시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되어있다. 건물 옥상은 중요한 피난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시 개방이 원칙이다. 그래서 옥상을 개방했는지 여부는 소방시설 점검의 대상이다.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5조 소방시설 등의 자체점검 등에 따르면, 건물주는 건물 옥상이 충분히 상시 개방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연 1회 이상 자체점검하거나 소방업체에 위탁하여 점검한 후 결과를 보관하고 관할 소방서에 제출하여야 한다.

실제로 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개방된 옥상이 피난시설로서 큰 기능을 한 사례가 많다. 일례로 2015년 1월 13일 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아파트 화재 당시 주민 22명은 열려 있는 옥상문을 통해서 옥상으로 대피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 부산진구 양정의 한 빌딩 옥상 문이 개방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잠겨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한솔).

이렇게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난 공간으로서 옥상의 중요성이 입증된 사례가 많다. 그래서 소방 당국은 건물 옥상문 상시 개방이 원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과 교육 당국은 옥상 문을 평소에 잠가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경찰, 교육당국에게 옥상은 생활안전, 범죄 취약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옥상은 화재 문제 대처를 위해 상시 개방되어있어야 하는 공간인 것은 맞다. 그러나 동시에 범죄나 안전에서 취약한 공간이다. 그래서 섬세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상은 범죄에 대단히 취약한 지역이다. 2013년 7월 31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등지에서 옥상 배관을 타고 내려와 아파트 베란다로 침입해 절도 행각을 벌인 사례가 있었다. 부산진경찰서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최근 부산에서도 옥상 배관을 타고 내려가 절도를 일으키는 사건이 꽤 있다. 옥상이 취약지역인 것은 맞다. 우선은 건물 관리자 측에서 철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고, 그다음 경찰 측에서 보완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용인 벽돌 사건 같은 경우도 처음이 아니다. 2007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6년 12월 서울시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중학생이 개방되어있는 옥상에 올라가 벽돌을 떨어뜨려 지나가던 아파트 주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개방된 채 방치되는 옥상은 투신자살의 장소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2013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살펴보면, 2013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1만 4,427명인데, 전체 자살자 중 투신 자살자는 2,184명이다. 이 통계에 구체적인 투신장소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아파트 옥상 등의 건물 옥상은 언론에 수시로 등장하는 투신장소다.

건물 관리 측은 옥상에 대해 곤란하기만 하다.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옥상 문을 개방해야 하는 걸 알고 그 중요성도 알지만, 닫아두라는 주민들의 민원도 그에 못지않다. 소방점검 등 여러 문제 속에서 옥상문의 개폐 여부는 매우 난처한 사안인데, 일단은 잠가두었다가 옥상 열쇠를 꼭대기 층 주민들에게 배부해 필요할 때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옥상에 대해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앞으로 신축되는 고층건물 옥상에 평상시에는 문이 잠겨 있다가, 화재 등 비상시 화재감지기를 통해 화재 사실이 확인되면, 수신기 등의 신호를 받아 문이 자동으로 개방되는 ‘자동개폐장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그동안 경찰과 교육 당국에서 옥상을 평소 닫아 두도록 하고, 소방당국에서 대피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 열 감지 자동개폐장치 구성도(사진: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신축되는 건물에만 해당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부경대 소방공학과 최준호 교수는 “옥상 자동개폐장치 같은 이런 시설은 법적으로 아직까진 설치의무가 없고 대중화되기까지 비용, 안전성 등의 문제로 인한 한계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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