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승객 외면하는 버스들..."뭐 그리 바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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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 승객 외면하는 버스들..."뭐 그리 바쁜교"
  • 취재기자 이령희
  • 승인 2015.12.10 23: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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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무정차 통과 민원 급증...30여분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 발 동동

대학생 방민영(21,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씨는 아침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어이없는 상황을 겪었다. 다음 버스를 타라는 버스 기사의 손짓과 함께 기다리던 버스는 그의 앞을 무참히 지나가 버렸다. 그는 10분을 더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다음 버스마저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렸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을 소요한 그는 결국 지각하고 말았다. 방 씨는 “탈자리가 없다며 손을 흔드는 기사 아저씨가 너무 얄미웠다”며 “자리가 없으면 버스 수를 늘리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분 1초를 다투는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정류장에 서지 않는 버스는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버스의 무정차 통과는 고쳐지지 않는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의 병폐 중 하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8조 항에 따르면, 버스가 무정차 통과할 시 해당 운전기사는 과태료가 부과되며, 1년 이내에 3회 이상 재위반할 경우에는 운수 종사자 자격이 취소되는 강도 높은 법적 규제가 존재한다.

9월 18일 자 연합뉴스 등 여러 언론에서는 올해 시내버스와 관련해서 접수된 교통불편 신고 중 무정차 통과 신고가 서울은 56.7%, 인천은 42%, 전주는 45.2%를 각각 차지했다. 이렇듯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도시에서 버스 무정차 민원 건수는 매번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불편을 주고 있다.

정차하지 않는 버스기사들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불필요하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돼서 추가 교통비까지 지출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 장다연(21,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아침 등굣길에 기다리던 버스가 정차하지 않아 급하게 지하철을 이용해서 학교에 간 번거로운 일을 당했다. 또 직장인 전정숙(49, 부산시 사하구 장림동) 씨도 정류장에 전 씨 외에도 몇 명이 더 있었지만, 버스가 그냥 지나가 버려 결국 택시비를 들여 귀가해야만 했다. 전 씨는 “버스비 1,200원 들 걸 택시비로 6,000원을 써버렸다”며 “한 번 그러면 이해하지만, 여러날 이러니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버스 기사가 승객을 무시하고 지나가게 되면 시민들도 부산시청 교통과에 불편신고접수를 하거나 운수회사에 전화해서 민원을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부산시청 버스불편신고 게시판에 글을 게재해도 “서비스 개선과 이용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올라올 뿐 확실히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은 없다. 또 버스가 그냥 지나가 버리자, 바로 운수회사에 전화를 건 대학생 이모(24) 씨는 차 번호도 물어보지 않고 사과 전화를 버스기사에게 시키겠다는 말만 한 뒤 전화를 끊어버린 버스 히사 상담원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씨는 “버스 회사에 전화하고 더 열만 받았다”며 “무정차하는 기사가 얼마나 많길래 버스 회사 상담원 태도가 이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부산 사하구 괴정동 괴정시장 앞 정류장에서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서지 않은 채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은 정류장에서 무정차하고 달리는 버스를 찍은 것이다(사진: 취재기자 이령희).

그러나 버스기사들은 배차 시간에 쫓겨 빠르게 달리다 보면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오길주(55, 부산시 서구 암남동) 씨는 정차 횟수라도 줄여서 배차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정류장에 승객이 기다리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손님을 두고 무정차하게 되고 무정차 신고를 받게되어, 오 씨는 벌점, 안전교육, 과태료 부과 등 돌아오는 후폭풍을 모두 받아야 했다. 오 씨는 “기사들도 주의가 필요하지만, 버스를 놓쳤다고 홧김에 무정차라고 신고하는 시민들도 있어 답답하다”며 “손님들도 버스가 오면 조금 정류장에서 나와서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승객이 스마트 폰에 집중하다가 버스를 놓치고는 버스가 그냥 지나갔다며 신고를 하고, 그 바람에 문책을 받게 되는 버스 기사들은 억울하다.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황연하(68,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씨는 스마트폰에 집중한 나머지 경적을 울려도 버스가 오는 것을 보지 못하는 40-50대 승객이 특히 많다고 말했다. 그들은 뒤늦게 버스를 타고 난 후 버스 기사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황 씨는 “버스 기사만 뭐라고 할 게 아니라 승객들도 버스를 기다릴 때는 스마트 폰 사용을 자제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교통관리부 관계자는 자기 기준에서 무정차를 판단하고 신고하고 난 뒤 CCTV를 확인해보면 승객과실인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CCTV를 무조건 확인하기 때문에 무작정 신고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며 “신고 시 승객들은 버스번호, 버스 방향, 위반시간을 정확히 말해주어야 증거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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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명옥 2016-08-09 10:02:26
위반차량 신고처좀 알려주세요.
50분에 한대있는 버스 그냥 지나칠때 그 기분 아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