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의 법률산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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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의 법률산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단상
  • 정해영 변호사
  • 승인 2019.08.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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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의 법률산책
정해영 변호사
정해영 변호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발효 한 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달 16일 시행됐다.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한 달 사이에 시민단체 ‘직장 갑질 119’에 1700건이 넘는 갑질 제보가 접수됐다.

그 중에는 회사 대표가 화장실 입구와 사무실 등에 CCTV 10여 대를 설치해 직원들을 감시하고, 집에서 남은 음식을 가져와 직원들에게 억지로 먹였다는 게 있다.
권고사직을 강요받은 직원이 이를 거부하자 ‘직장 분위기 훼손’을 이유로 해고한 사례도 있다.

같은 기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은 379건으로 근무일 기준 평균 16.5건이다.

유형별로는 폭언이 40.1%로 가장 많았고, 부당한 업무 지시나 부당한 인사가 28.2%, 험담이나 따돌림이 11.9%로 뒤를 이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가 제기한 진정이 4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300인 이상 사업장, 100인 미만 사업장, 300인 미만 사업장의 순이었다

이 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근거 법률 및 내용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별도의 법이 아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안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둘째,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경우, 피해자가 요청하면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가해자에 대하여는 징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사용자는 신고한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셋째,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담은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직장 내 괴롭힘 사례들...업무시간 외 카톡, 식총, 권주, 업무 안주기 등등

그렇다면 어떤 행위가 불법적 갑질이 될까. 반복적인 폭언과 협박은 당연하고, 커피 심부름 등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을 시키는 것도 해당된다. ​일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괴롭혀서도 안 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과 성과를 조롱해서도 안 된다.

본인 의사를 무시한 음주나 흡연, 회식 참석 강요는 안 된다. ‘원샷’이나 사발주를 강요하는 행위, 심야나 주말에 카톡을 하고 대답을 요구하는 행위, 소위 ‘식총(식사 총무)’을 강요하는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팀장이 중요한 업무에 대비해 보완을 지시하는 행위 등 사회통념상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에서의 업무 지시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보지 않는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사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용어 자체가 법률적으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다.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 회사 대표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에 실시된 소위 ‘김영란법’처럼 ‘반쪽’짜리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용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긴 하지만, 사용자가 피해자 및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주장이 있다.

결국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해서는 이전과 같이 명예훼손, 모욕, 폭행 또는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하거나,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회사의 사장 혹은 대표가 괴롭히는 경우에는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으로도 신고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회사 내에서 조사를 하는 경우, 피해자가 보호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5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서 반쪽자리 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기업의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질병도 산재가 되나?

근로기준법과 함께 산업재해보상보험법도 동시에 개정 시행되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이라고 명시했다.

그동안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실제 사례는 흔치 않았는데, 위 개정 조문으로 인해 앞으로 산재 인정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을 계기로 직장인들 모두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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