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할머니, 할아버지 급식 도우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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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할머니, 할아버지 급식 도우미 등장
  • 취재기자 성하연
  • 승인 2015.11.2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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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손주처럼 돌봐 직장인 학부모들 '환영일색'...학생들도 친근감 나타내

김순덕(70, 부산시 진구) 씨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 난생 처음으로 ‘선생님’ 소리를 듣고 지낸다. 최근 노인복지관에서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응모해서 이 일을 시작한 그를 학생들이 ‘도우미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아이들한테 막대과자(빼빼로)도 받아봤다. 친 손주들 같이 나를 잘 따른다”고 말했다.

요즘 부산의 초등학교 교실 점심시간에는 할머니, 할어버지들이 급식 도우미를 하고 있는 모습이 흔히 보인다. 부산의 각 구별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2012년부터 ‘초등학교 노인 급식 도우미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초기에는 호응이 적다가 최근에는 당사자인 노인은 물론, 급식 도우미로 학교에 가기가 어려운 직장인 학부모, 그리고 어린 학생 모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시 북구 노인복지관 관계자에 따르면, 노인 급식 도우미 사업은 각 구의 노인복지관에서 해당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로 학기 초에 공문을 보내면, 신청한 초등학교에 한해 복지관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을 학교로 보내주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어르신 급식 도우미들은 주로 1학년이 급식을 돕고 있다. 노인 급식 도우미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주 5일 점심시간에 한 시간씩 배식과 뒷정리를 수행하고 월 20만 원의 임금을 받는다. 부산시에서는 동래구 78명, 북구와 중구는 각각 22명, 수영구는 12명 등 부산시 전체에서 1,300명의 어르신들이 급식 도우미로 참여하고 있다.

▲ 부산의 금강초등학교에서 할머니들이 급식 도우미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취재기자 성하연).

부산시 교육청 교육지원과 관계자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한 부모가족 등 아이들의 급식 도우미 참여가 어려운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아 학교 급식에 학부모 동원을 금지시켰다고 전했다. 그래서 노인 급식 도우미를 시행하지 않는 학교에서는 유급 배식 도우미를 채용하거나, 담임교사가 배식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노인 급식 도우미 사업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기도 한다. 직장인인 학부모 이윤미(39, 부산시 북구) 씨는 “맞벌이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급식 도우미를 하는 부모들은 한정적이다. 아무래도 일부 급식 도우미로 참여하는 학부모들이 담임선생님과의 접촉이 잦아질 수밖에 없어 직장인 학부모로써 불만이었는데, 할머니들 덕분에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말했다.

노인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많은 일자리 중에서도 초등학교 급식도우미는 평생 집안일을 해 오던 할머니들에게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일이다. 급식 도우미로 나선 이덕순(72, 부산시 동래구) 씨는 “이 나이에 잘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여태 주방 일을 해온 우리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이라며 “집에서 쉬는 것보다 이렇게 움직이면서 운동도 하고, 용돈벌이도 할 겸 신청했다”고 전했다.

급식 도우미로 나선 할머니들은 학생들을 친 손주들 대하는 마음으로 급식을 도와주고 있다. 박필점(7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우리 손주 어릴 때를 보는 것 같다. 친 손주들이 먹는 밥이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고 있다. 아이들이 밥을 맛있게 먹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보고 활력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노인 급식도우미 할머니들은 학생들에게 식사예절을 지도하거나, 편식 습관을 교정하기도 한다. 초등학생 주태빈(8, 부산시 북구) 군은 “원래 콩을 못 먹었는데 할머니가 밥 먹을 때 옆에 오셔서 콩을 먹으면 멋진 형이 될 수 있다고 했다”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셔서 시골에 있는 우리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금강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내년에도 노인 급식도우미 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학부모가 배식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됐다. 하지만 노인 급식 도우미 사업으로 인해 이 문제가 해결됐다. 조부모와의 접촉이 낮은 요즘 아이들이 할머니들을 통해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고, 노인들에 대한 공경심도 배울 수 있다. 여러모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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