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보이다. 내 꿈은 죽을 때까지 비보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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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보이다. 내 꿈은 죽을 때까지 비보잉하는 것"
  • 취재기자 김지원
  • 승인 2015.11.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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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비트 리듬따라 오늘도 몸 흔드는 29세 명효영 씨의 자유 영혼 이야기

오늘날 청년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청년들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학벌과 직장, 금전적인 조건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현대 사회풍조에 동조된 청년들은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사회풍조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청년이 있다. 강렬한 비트 음악이 흐르는 무대 위, 화려한 퍼포먼스로 비보잉을 하는 명효영(29)은 “자신의 꿈은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부산의 ‘오샤레크루’라는 비보잉 크루를 대표하고 있으며, 자신의 성에서 따온 ‘m’과 흥겹게 춤을 춘다는 의미인 ‘rock’을 딴 닉네임 ‘엠락’으로 불린다. 예술과 힙합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비보이 외에도 의류 디자이너, DJ, 문화행사와 파티 기획자, 댄스학원 강사로 활동 중이다.

▲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보이 명효영(사진: 명효영 씨 제공).

그는 1987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초등학생 시절부터 만화가 김수용의 <힙합>이라는 만화책을 보고 춤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만화책의 인물들의 춤추는 동작을 따라해 보면서 자연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ITV(현 경인TV)의 <댄스불패>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당시 두각을 나타내던 서울의 ‘리버스’라는 비보이 그룹의 일상을 보여준 장면을 보고, 그는 본격적으로 비보이라는 꿈에 큰 불을 지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친구들과 놀고 즐기는 추억을 포기할 정도로 방과 후나 주말에도 춤 연습을 했다. 그는 “그 당시 머릿속에는 춤밖에 없었다. 춤은 당시 내 삶에 떼어낼 수 없는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가 춤에 빠져 춤에만 몰두하자, 부모님과 트러블이 잦았다. 중, 고등학교 때까지는 어렸을 때 한 번쯤 해보는 것으로 춤을 생각했던 그의 부모가, 2006년 그가 대학에 들어가서도 춤에 빠져 살자, 본격적으로 춤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춤을 고집하고 전문적 춤꾼으로 나서자, 그의 춤에 대한 열정이 부모님의 생각을 서서히 바꿨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결코 가볍게 춤을 추지 않는 것을 느끼고는 지금은 그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는 “돈 잘 벌고 잘 먹고 잘살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돼서 좋은 아들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가 춤을 계속 하면서 힘든 점은 이제는 부모님의 반대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잘 따라주지 않고, 춤에 집중할 시간이 많아 돈 벌 시간이 줄자, 생활비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늘었다. 춤을 전업으로 하는 비보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입을 위해 다른 일을 하며 춤을 병행한다. 그 역시 현실과 타협해 다른 일들로 수입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돈을 벌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고하고, 그가 춤을 계속 추구하는 것은 춤 속에서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찾을 수 있다는 춤의 매력 때문이다. 그는 “춤으로 표현하며 경쟁하고, 경쟁을 통해 발전하고 화합하며, 댄서에 대한 존중과 더 나아가 힙합문화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만 12년 이상의 활동을 해왔다. 예술이나 문화 쪽으로 성공하기 위해 서울이나 해외로 유학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물론 서울이나 해외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는 21세 때, 대회 참가를 목적으로 일본에서 춤을 춘 경험이 있다. 이후로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을 춤을 통한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방문했다. 하지만 그는 부산의 힙합문화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 체류하기보다는 부산의 다음 세대에게 부산의 힙합문화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부산에서 어렵게 힙합을 시작한 이전 세대 댄서들을 통해 비보잉을 배웠다. 그는 선배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그들의 전통을 후배들에게 전하기를 원한다.

▲ 비보잉을 하는 명효영의 모습(사진: 명효영 씨 제공).

부산의 비보잉 문화를 키우기 위해 그가 속한 오샤레크루는 비보이 관련 행사, 배틀, 워크샵 등의 비보이 댄서들의 교류 기회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그의 비보이 공연은 주로 부산, 경남 지방의 각종 문화행사에서 이뤄진다. 여러 기업이나 단체들이 직원 송년회나 회사 단합대회 등의 기업행사에 그들을 초대한다, 간혹 브랜드 홍보 촬영에 비보이 장면이 들어가면, 그들은 춤을 공연해 촬영에 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부산불꽃축제,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생활문화 예술축제 ‘춤출까예’에서 공연했고, 휠라 신제품 홍보 촬영을 한 바 있다. 그리고 비보이들을 위한 ‘부산시티 브레이커스’라는 비보이들의 파티도 주최했다. 그는 “부산에서 힙합 공연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의 힙합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것이고, 댄서들이 설 자리가 많아져서 부산 문화가 흥겨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위해 노력하는 열정을 가진 그에게 사람들은 동경어린 시선을 보낸다. 그는 요즘 주위사람들에게 “부럽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는 요즘 젊은 후배들에게 거짓 없이 순수함을 잃지 말고 좋아하는 분야에 푹 빠져보라고 권한다. 그는 “주위 시선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원하는 것을 펼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없길 바란다. 세상은 되게 넓다. 다 돌아다녀봐라”고 외친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는 부산의 비보이다.

▲ 부산불꽃축제에서 무대에선 오샤레크루(사진: 취재기자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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