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2.9%)원 오른 시간 당 8590원으로 책정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 인상률이 가장 낮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정치권에서 불거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13시간 동안 회의를 열고 이날 새벽 5시 30분쯤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내년 최저임금 최종안으로 근로자위원은 시급 8880원을, 사용자위원은 시급 8590원을 각각 제시했다. 결과는 11대 15, 기권 1명으로 사용자 측이 제시한 안이 더 많은 지지를 받아 채택됐다.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137만~415만 명이다. 영향률은 8.6%~20.7%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 2019년 10.9%였다. 2020년은 2.9%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만약 남은 임기 2년 동안 공약을 실천하려면, 매년 약 8% 가량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저임금 의결과 관련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어려우리라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찌감치 고백하고 사과했다”며 “그 시점부터 인상 속도 조절은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공약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총리는 이어 “노동자의 안정적인 삶과 경제 사정,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할 기업주들의 부담 능력 등을 골고루 감안해 결론 내린 것으로 안다”며 “노동계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표결에 참여해서 결론을 내려준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라 다음달 5일까지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할 예정이다. 다만 인상안이 고시되기 전에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최저임금 적용은 내년 1월 1일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