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호텔? 아닙니다. 유기견 호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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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호텔? 아닙니다. 유기견 호텔입니다"
  • 취재기자 박가영
  • 승인 2015.11.1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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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인들, 애견 맡겨놓고 연락 두절... 입양 안된 강아지들 안락사 운명
▲ 부산시 양정동에는 애견거리라 불릴 정도로 애견샵이 많이 들어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가영).

유기견은 길거리에 버려지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최근에는 애견샵이나 동물병원의 애견 호텔에 강아지를 맡겨놓고 찾아가지 않는 형태의 애견 유기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시 진구 양정동 애견거리에서 애견샵을 운영하는 최모(30) 씨의 가게에는 유기되는 강아지가 1년에 네 마리 정도가 발생한다. 가게 앞에 버려지는 강아지는 1년에 세 마리, 호텔에 맡겨진 뒤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강아지가 1년에 한 마리 꼴이다. 그는 "강아지를 가게 앞에 묶어놓고 가거나, 애견 호텔에 맡겨놓고 주인이 연락 두절되는 일이 빈번하다"며 “애견거리에 있는 가게 중에 이런 일을 안 겪은 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견호텔은 집을 비워야하거나 강아지를 돌볼 수 없는 일이 생긴 견주들을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강아지를 맡아주는 서비스다. 애견 호텔 하루 비용은 1만 5,000원부터 강아지의 크기와 시설, 지역별로 다양하게 책정된다. 견주들은 본인 이름과 연락처와 같은 기본 정보를 제공하면 다른 별도의 절차 없이 간단하게 강아지를 애견 호텔에 맡길 수 있다.

애견 호텔에 강아지를 버린 견주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맡긴 애완견 견주와 연락이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견주가 애완견을 찾아가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부산시 진구에서 애견미 용샵을 운영 중인 김모(31) 씨는 최근 반려견 한 마리를 더 키우게 됐다. 애견호텔 서비스에 애완견을 맡기고 간 손님이 강아지를 찾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십 차례의 전화 끝에 겨우 연락이 닿은 견주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는 형편임을 호소했다. 김 씨는 견주의 사정이 딱해 할 수 없이 강아지 입양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버려지는 강아지를 매 번 떠맡을 수는 없는 일이다"며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그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견주에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이모(32, 부산시 동래구) 씨 또한 주인이 버리고 간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견주가 백내장까지 온 늙은 강아지를 호텔에 맡기고 찾아가지 않은 것이다. 이 씨는 주인과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강아지를 치료할 형편이 되지 않으니 잘 키워달라는 말 뿐이었다. 이 씨는 "나이 들고 병든 강아지는 이런 일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어릴 때는 귀여워 해주다가 늙고 병들면 치료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애완견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견주와 연락이 아예 두절되는 경우도 있다. 양정동 애견샵 주인 최 씨는 2주 동안 강아지를 맡긴 견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강아지를 맡길 당시 받아놓은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구청에 신고했다. 알고 보니, 견주의 집은 압류된 상태였고, 결국 견주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연락을 받지 않으면 방법은 구청에 신고하는 것 뿐”이라며 “간혹 이렇게 신고해도 견주 자체를 찾을 길이 없는 상황도 생기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네이버에는 한 익명의 네티즌이 자신이 일하는 애견샵에 강아지를 유기하고 간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글이 올라왔다. 전북에서 애견 미용사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얼마 전 말티즈 두 마리의 미용을 맡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견주는 돌아오지 않았고, 유일하게 남기고간 연락처는 수일이 지나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강아지들은 자신이 키우더라도 견주는 처벌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애견 호텔 측에서는 애견 유기를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애견샵 주인 최 씨는 가게에 유기되는 강아지들을 줄이기 위해 애견 호텔을 이용하는 견주들에게 실명 확인을 거쳐 거주지, 연락처, 이름을 적는 계약서를 쓰게 하고 있다. 만약, 견주가 강아지를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면 견주의 연락처로 구청에 신고하겠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주가 행방불명이 되거나 연락 후 2주가 지나도 데려가지 않는 강아지들은 분양하거나 유기견 보호소로 보낼 수밖에 없다. 유기견 보호소에서도 분양되지 않는 강아지들은 결국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동물을 유기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3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은 모두 등록해야 하는 반려동물등록제의 시행과 과태료 부과에도 불구하고, 유기견은 매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유기견은 25만 마리에 달하며, 지난해 유기된 개는 6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반려견이 원주인에게 돌아간 것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려견을 15년 째 키우고 있는 임영신(43, 강원도 원주시) 씨는 애견샵에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책임감 없이 무턱대고 강아지를 사는 것이 문제다. 강아지를 유기하는 사람들은 강아지를 외적인 귀여움만으로 물건 사듯이 구입하는 것 같다. 한 생명을 입양하는 일인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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