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뉴스 채널이 있지만, 나는 JTBC의 앵커브리핑을 선호한다. 객관적이면서 뉴스의 이면을 짚어주는 것도 좋지만, 손석희 앵커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 노회찬 의원에 대한 앵커브리핑은 큰 화제를 모았다. 동갑내기 친구를 떠나보내는 먹먹함이 묻어났다. 노회찬 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글을 한번 써보려 한다.
노회찬의 복주구와 앙월구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회찬의 입은 복주구(覆舟口)다. 복주구는 양쪽 입 끝이 힘없이 축 처진 모양으로, 배가 뒤집힌 형국이다. 그래서 가난과 고난이 많은 상으로 본다. 관상학에서는 그렇게 풀이한다.
반면 앙월구(仰月口)는 천상의 달을 향하듯 양쪽의 입 끝이 힘차게 올라간 모습으로, 귀격이자 관운이 좋은 입으로 본다. 흔히 눈썹과 함께 ‘폐미복주구(閉眉覆舟口)’ ‘개미앙월구(開眉仰月口)’라 한다. 눈썹이 열려서 인당이 넓어지면 귀격이고, 눈썹이 닫히면 천격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노회찬의 입은 복주구였는가? 아니다. 노회찬은 한국의 ‘이튼스쿨(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경기고의 72회 졸업생이다.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보면 복주구가 아니다. 그 후의 이력을 보자.
노회찬은 1980년 노동운동에 뛰어든 뒤, 1989년에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사건으로 구속돼 3년형을 살았다.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나 삼성X파일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가 대법원의 유죄판결로 인해 의원직을 잃었다.
창원 성산에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나, 드루킹한테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던 중 투신자살했다.
노동운동을 통해 알게 된 심상정 국회의원과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정의당에 이르기까지 30년을 함께 하며 진보정치의 험준한 능선을 걸었다. 노회찬의 표현을 빌리자면, “빵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 수많은 패배로 점철된 진보정치의 역사가 그를 복주구로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쉽게 말하자면, 앙월구는 ‘웃는 상’이고, 복주구는 ‘울상’이다. 안면해부학을 통해 설명을 해보자면, 웃을 때(smile) 윗입술을 들어 올리는 근육이 있고, 입 꼬리를 들어 올리는 근육이 있다.
윗입술을 들어 올리는 근육이 상순비익거근, 상순거근이며, 입 꼬리(口角)를 들어 올리는 근육이 대소 관골근이다. 물론 웃을 때 입 꼬리를 가장자리로 당겨주는 것은 소근(risorius)이다. 반면에 얼굴을 찌푸릴 때(frown)는 아랫입술을 아래로 당기는 근육과 입 꼬리를 아래로 당겨주는 근육이 있다. 아랫입술을 아래로 당기는 근육은 하순하제근, 구각을 아래로 당기는 근육은 구각하제근이다.
의학적으로 웃을 때는 10개가량의 근육을, 찌푸릴 때는 6개의 근육을 쓰고 다양한 근육과 신경이 연합작용을 하지만 대표적인 근육만을 소개했다.
사람은 감정에 반응하여 표정을 짓는다. 표정을 지을 때 안면근육을 쓴다. 어떤 감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어떤 표정을 지속적으로 짓고, 안면의 어떤 근육을 지속적으로 쓴 결과가 앙월구이거나 복주구가 된다.
아마 노회찬의 환한 웃음 이면의 복주구는 그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선택할 수 있었다. 노동운동이 아닌 쉽고 편한 길을 갈수 있었다. 그의 동기들이 그랬듯 의사, 변호사, 교수의 길을 갈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했다. 고난의 길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걸어야할 가치 있는 길이었다.
웃으면 복이 와요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웃으면 상순거근과 관골근이 작용하여, 윗입술과 입 꼬리를 들어 올리고 앙월구를 만든다.
복주구를 앙월구로 만들기 위한 성형시술도 많이 발달되어 있다. 보톡스를 맞거나 안면리프팅을 할 수도 있다.
인생은 설탕물도 소금물도 아니다. 반반이다. 영어로 ‘bitter-sweet(달콤쌉싸름한)’가 인생이다.
고난도 웃으며 극복할 수 있을 때 인생의 복이 깃든다. 성공했거나 건강한 사람의 입술은 앙월구가 많다. 다만 가치 있는 복주구도 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고, 정치인 노회찬과 노동운동가, 자연인 노회찬이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그렇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