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촬영 된다”...화장실 탈의실 등 몰카 두려움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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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촬영 된다”...화장실 탈의실 등 몰카 두려움 극심
  • 취재기자 김수현
  • 승인 2019.06.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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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감지 카드’ 등 물품도 출시돼 씁쓸...강력한 대책 절실
상대방의 신체 부위를 찍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이를 유포하는 것은 엄연한 성범죄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상대방의 신체 부위를 찍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이를 유포하는 것은 엄연한 성범죄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지난 5월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승강장에서 30대 남성이 불법촬영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휴대전화 공기계로 여성들의 신체부위를 58장이나 촬영하다 붙잡혔다. 휴대전화 공기계가 몰래카메라(몰카) 전용으로 악용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몰카를 들키지 않고 찍는 제품들이 출시돼 단속이 시급하다. 포털사이트에 ‘몰카용’이란 검색어를 넣으면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소개된다. 몰카용 드론부터 USB 타입의 초소형 카메라도 있다.

경찰청 공식 블로그인 ‘폴 인 러브’에도 몰카 범죄에 악용된 초소형 카메라를 공개하고 있다. 경찰청은 자동차 열쇠, 담배갑, 시계, 안경 등에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물건은 일반 CCTV 판매업소나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몰카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불법촬영의 대표적 장소인 공중화장실 몰래카메라는 공포의 대상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불법촬영의 대표적 장소인 공중화장실 몰래카메라는 공포의 대상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몰카는 촬영방법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초소형 카메라를 화장실 등에 은밀하게 설치해 찍거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몰래 찍는 방식이 그것이다. 설치를 통한 불법촬영은 흔히 공중화장실, 숙박업소, 탈의실 등에서 이뤄진다. 화장실에는 스프링클러, 수리를 가장한 출입문, 벽 등에 카메라가 설치된다. 유리가 많은 숙박업소는 특성상 TV액정, 거울, 창문 등에 부착돼 있는 경우가 많다. 탈의실은 벽 구석에 주로 카메라가 설치된다. 대중목욕탕, 수영장, 직장 등에서 촬영된 경우도 많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성폭력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 중 불법 촬영 및 영상 유포가 많았다. 경찰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불법촬영 피해자 수를 조사한 결과 남성 77명, 여성 1150명, 2017년에는 남성 199명 여성 5515명이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 여대 앞 사진관에서 불법촬영을 하다 적발된 20대 사진관 남자 직원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남자는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총 225명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옷매무새를 다듬어 준다며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여 명의 여대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이 큰 피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가볍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은 정신병 치료와 초범인 점, 유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많은 여성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신변을 위협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디지털 성범죄는 많은 여성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신변을 위협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몰카 범죄가 만연하다 보니 여성들은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함과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예진(22, 울산시 울주군)씨는 “화장실 가면 카메라가 숨겨져 있지 않은지 꼭 확인한다”며 “우리 학교의 경우 중앙도서관에서 카메라가 발견된 적이 있어서 그 쪽 화장실은 잘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 모(22, 거창군 거창읍)씨는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내가 나오는 동영상을 올릴까봐 두렵고 무섭다”면서 “지하철 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에 가는 게 겁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운영 실적을 보면 2018년 4월부터 12월까지 불법 촬영 피해 건수 1699건 가운데 65.2%는 학교나 회사 등에서 잘 아는 지인이나 전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모르는 사이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범죄는 34.8%였다. 이는 불법촬영 범죄가 공공장소가 아닌 사적인 장소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 공중화장실의 출입문에 나 있는 구멍이다. 몰카가 있는 구멍이라고 특정하기 어렵지만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여성들이 임시로 휴지를 이용해 막아 놓았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여성 공중화장실의 출입문에 나 있는 구멍이다. 몰카가 있는 구멍이라고 특정하기 어렵지만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여성들이 임시로 휴지를 이용해 막아 놓았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몰카가 성행하다 보니 이를 막는 물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송곳 등 날카로운 물건을 들고 다니며 의심되는 구멍에 찔러 카메라를 파손하거나 액상 하우징 실리콘을 구매해 구멍에 짜 넣어 막는다. 이들 물품을 모아놓은 ‘몰카 금지 응급 키트’라는 것도 나왔다.  키트에는 마스크, 스티커 등이 들어있어 여성들의 신변 보호와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빨간 셀로판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셀로판지를 휴대폰 액정에 붙인 후 플래시를 켜고 동영상을 작동해 의심이 가는 곳에 갖다 대면 불빛이 카메라에 반응하면서 숨겨놓은 곳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몰카 감지 카드’에는 빨간 셀로판지가 붙어있어 수시로 꺼내 카메라를 확인할 수 있다(사진: 김리아 씨 제공).
‘몰카 감지 카드’에는 빨간 셀로판지가 붙어있어 수시로 꺼내 카메라를 확인할 수 있다(사진: 김리아 씨 제공).

‘몰카 감지 카드’라는 제품도 있다. 가격이 2000~5000원이다. 지갑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일반 카드 크기의 제품으로 경찰서 전화번호나 긴급 상담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빨간 셀로판지가 붙어있어 휴대폰 플래시를 이용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엔 핑크가드라는 제품도 출시됐다. 특수 형광물질인 이 핑크가드는 정부의 물자조달 감독 및 관리기관인 조달청의 벤처창업 혁신상품으로 선정됐다. 이 핑크가드를 화장실 격벽에 도포하여 범죄자의 손이나 의류 등에 묻으면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고 잘 지워지지 않으며 자외선 특수 장비를 이용하면 핑크색으로 발광되어 침입 흔적 및 범죄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는 공중화장실 특성상 휴대폰의 와이파이 기능을 켰을 때 난해한 이름의 무선 인터넷이 있다면 근처에 몰래카메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간단한 방법으로 몰카를 사전에 찾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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