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서 처음으로 방송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 나오는 ‘머핏(muppet)’은 인형의 일종이다. 머핏이란 실을 사용하거나 손에 끼워서 움직이는 인형을 가리키는 퍼핏(puppet)보다 정교한 기술을 사용해서 만든 인형이다. <세서미 스트리트>에는 여러 머핏 캐릭터가 나온다. 그중에는 빅 버드, 미스 피기, 포지 베어, 커밋 더 프로그(kermit the frog) 등이 있다. 1976년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버라이어티 쇼인 <머핏 쇼>가 만들어졌다. 2004년에는 머핏들이 출연하는 성인용 뮤지컬 <애비뉴 Q>가 공연되기도 했다.
1970년대 <머핏 쇼>를 진행하던 ‘커밋’이라는 작은 개구리 인형이 4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원래 커밋은 인터넷에서 사진 전용 게시판에 사진이 아닌 글을 올릴 때 게시판 운영자에 의해 자동 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리는 용도의 사진(이를 짤림방지, 혹은 짤방이라고 한다)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 커밋이 이제는 사람들이 인기 구매하는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커밋 인형의 구매 인기는 대단하다. 한 소셜 미디어에서 진행된 커밋 공동구매는 9차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공동구매가 끝난 이후에도 꾸준히 일반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커밋 사진을 보고 귀여워 하는 사람들이 늘자 커밋 공동구매를 진행한 한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 박모 씨는 “대략 2,000개 정도 팔렸다. 여전히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기가 많다”고 했다. SNS에서 커밋을 검색하면, 아래 사진처럼 커밋의 인기가 확인된다.
인터넷에는 커밋이 사람 같은 각종 포즈를 취한 사진이 떠돈다(아래 사진 참조). 대구에 사는 직장인 안모(28) 씨는 “커밋은 표정이나 행동으로 온갖 애환을 표현할 수 있다. 내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SNS를 하면서 커밋 사진을 모으다가 공구에 참여해 인형을 산 하은진(22, 경기도 의정부) 씨는 “커밋 사진들을 보면 귀여운데 공감이 간다. 마치 커밋이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SNS에서 저렴한 가격에 공구를 하길래 샀는데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주현(26, 경남 김해시) 씨는 “인터넷을 하다보면 돈 속에서 샤워를 하거나, 여유롭게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진들이 있는데,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저 인형이 나보다 더 사람답게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부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고 했다.
대학생 이은지(20, 부산시 사하구) 씨는 공동구매로 커밋 인형을 구입한 후 힘없이 늘어지는 인형을 뜯어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철사를 넣었다. 그녀는 “커밋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진을 너무 재밌게 봐서 나도 그런 사진을 찍어 보고자 커밋에 철사를 넣어서 커밋의 포즈를 바꾸며 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21, 부산시 금정구) 씨는 “커밋 사진 모음을 보면 인생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가끔은 나를 대신해서 여유로운 삶을 살아주는 것 같다”고 했다. 박동원(22, 부산시 남구) 씨는 “커밋 사진들을 보면 살아있는 개구리인가 싶을 때가 있다. 커피를 마시거나 과자를 먹는 등의 사진을 보면 너무 웃겨서 사진을 더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커밋 인형을 사서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서울의 이모(25) 씨는 “커밋은 표정도 귀엽고 철사를 넣어서 팔다리를 움직여주면 더 귀엽다. 내가 하고 있는 동작과 똑같이 커밋의 팔다리를 움직여서 사진을 찍으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사진을 SNS에 올리면 사람들이 귀여워하고 좋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