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서미>의 개구리 캐릭터 ‘커밋,’ 한국서 때아닌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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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서미>의 개구리 캐릭터 ‘커밋,’ 한국서 때아닌 열풍
  • 취재기자 박신지
  • 승인 2015.11.0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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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밋 인형과 사진찍어 올리기 SNS 도배...인터넷 통해 공동구매하기도

1969년,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서 처음으로 방송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 나오는 ‘머핏(muppet)’은 인형의 일종이다. 머핏이란 실을 사용하거나 손에 끼워서 움직이는 인형을 가리키는 퍼핏(puppet)보다 정교한 기술을 사용해서 만든 인형이다. <세서미 스트리트>에는 여러 머핏 캐릭터가 나온다. 그중에는 빅 버드, 미스 피기, 포지 베어, 커밋 더 프로그(kermit the frog) 등이 있다. 1976년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버라이어티 쇼인 <머핏 쇼>가 만들어졌다. 2004년에는 머핏들이 출연하는 성인용 뮤지컬 <애비뉴 Q>가 공연되기도 했다.

▲ 머펫 쇼에 특별 출연 한 영국의 가수 겸 작곡가 엘튼 존(중간)과 머펫 쇼 출연진들. 중간 아래 커밋, 왼쪽 미스 피기, 오른쪽 포지 베어(사진: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gongryong72)

1970년대 <머핏 쇼>를 진행하던 ‘커밋’이라는 작은 개구리 인형이 4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원래 커밋은 인터넷에서 사진 전용 게시판에 사진이 아닌 글을 올릴 때 게시판 운영자에 의해 자동 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리는 용도의 사진(이를 짤림방지, 혹은 짤방이라고 한다)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 커밋이 이제는 사람들이 인기 구매하는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포털 사이트에 ‘커밋’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 글의 내용에 맞춰 재치 있는 짤방으로 사용되고 있다(사진 : 네이버 캡쳐)

커밋 인형의 구매 인기는 대단하다. 한 소셜 미디어에서 진행된 커밋 공동구매는 9차까지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공동구매가 끝난 이후에도 꾸준히 일반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커밋 사진을 보고 귀여워 하는 사람들이 늘자 커밋 공동구매를 진행한 한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 박모 씨는 “대략 2,000개 정도 팔렸다. 여전히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기가 많다”고 했다. SNS에서 커밋을 검색하면, 아래 사진처럼 커밋의 인기가 확인된다.

▲ SNS에 커밋을 검색한 결과와 9차까지 진행된 커밋 공구(사진: SNS 캡쳐)

인터넷에는 커밋이 사람 같은 각종 포즈를 취한 사진이 떠돈다(아래 사진 참조). 대구에 사는 직장인 안모(28) 씨는 “커밋은 표정이나 행동으로 온갖 애환을 표현할 수 있다. 내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SNS를 하면서 커밋 사진을 모으다가 공구에 참여해 인형을 산 하은진(22, 경기도 의정부) 씨는 “커밋 사진들을 보면 귀여운데 공감이 간다. 마치 커밋이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SNS에서 저렴한 가격에 공구를 하길래 샀는데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주현(26, 경남 김해시) 씨는 “인터넷을 하다보면 돈 속에서 샤워를 하거나, 여유롭게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진들이 있는데,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저 인형이 나보다 더 사람답게 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부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고 했다.

▲ 창밖을 보거나 지폐 속에서 목욕을 하는 것처럼 연출해 찍은 사진(사진: SNS 사용자 제공)

대학생 이은지(20, 부산시 사하구) 씨는 공동구매로 커밋 인형을 구입한 후 힘없이 늘어지는 인형을 뜯어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철사를 넣었다. 그녀는 “커밋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진을 너무 재밌게 봐서 나도 그런 사진을 찍어 보고자 커밋에 철사를 넣어서 커밋의 포즈를 바꾸며 놀 수 있다”고 말했다.

▲ 커밋 인형에 와이어를 넣는 모습(사진: SNS사용자 제공)

이성은(21, 부산시 금정구) 씨는 “커밋 사진 모음을 보면 인생을 대변해주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가끔은 나를 대신해서 여유로운 삶을 살아주는 것 같다”고 했다. 박동원(22, 부산시 남구) 씨는 “커밋 사진들을 보면 살아있는 개구리인가 싶을 때가 있다. 커피를 마시거나 과자를 먹는 등의 사진을 보면 너무 웃겨서 사진을 더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커밋 인형을 사서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서울의 이모(25) 씨는 “커밋은 표정도 귀엽고 철사를 넣어서 팔다리를 움직여주면 더 귀엽다. 내가 하고 있는 동작과 똑같이 커밋의 팔다리를 움직여서 사진을 찍으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사진을 SNS에 올리면 사람들이 귀여워하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 휴대폰을 만지거나 과자를 먹는 것처럼 연출해서 찍은 사진(사진: SNS 사용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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