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의 법률산책] 대한민국에서 2개 이상의 국적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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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의 법률산책] 대한민국에서 2개 이상의 국적을 가질 수 있을까?
  • 정해영 변호사
  • 승인 2019.06.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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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의 법률산책
정해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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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국적이란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한국해양대가 추천한 총장임용 1순위 후보자의 총장 임용제청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학내에는 아들의 병역문제가 걸림돌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고 들었다.

보도를 보면, 후보자의 두 아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인데 초등학교 때 한국으로 들어와 복수 국적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뒤 고3과 중3 때 미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후 대학 진학 전에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함에 따라 병역이 자동으로 면제됐다.

여기에서 말하는 '복수 국적'이란 무엇인가.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국적을 보유하는 것을 ‘복수 국적’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두 개 내지 세 개의 국적을 가질 수 있을까? 두 개 이상의 국적을 가질 경우, 자신에게 유리한 국적을 주장하면서 국방의 의무 혹은 납세의 의무 등을 면제받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제2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을 정하고 있는 법률은 ‘국적법’이다.

대한민국의 현행 국적법에 의하면,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일 경우 출생에 의해서 국적을 가지게 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속인주의(屬人主義)라고 한다. 물론, 출생에 의하지 않고, 외국인이 한국 부모에게 입양되거나, 외국인이 귀화(歸化)하는 경우 등에도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있다.

한편,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출생지주의 내지 속지주의(屬地主義)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미국에서 출산을 하면 어느 나라 국적을 가지게 될까? 한국 국적법에 의하면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되고, 미국 수정헌법에 의하면 미국 시민권을 가지게 된다. 즉, 복수 국적을 가지게 된다.

한국 국적을 가진 여성이, 자녀가 복수 국적을 갖게 하기 위해 원정 출산을 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 국적법은 출생 당시 모가 자녀에게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원정 출산을 한 경우, 그 자녀가 한국 국민으로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외국 국적을 포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무부 및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청은 원정 출산을 통한 복수 국적의 취득을 엄격히 관리 감독하고 있다.

물론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청이 과도하게 복수 국적 소지를 제한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필자가 복수 국적자를 대리해서 진행한 행정 소송 사건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대한민국 여권(사진: 픽사베이 제공).
대한민국 여권(사진: 픽사베이 제공).

복수 국적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변호를 맡은 복수 국적자의 모친은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한 후, 유학을 목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출산을 하게 되었다. 출산 얼마 후, 건강이 너무 나빠진 의뢰인의 모친은 양육 등을 이유로 유학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후, 의뢰인은 복수 국적자로서 한국에서 국방의 의무까지 모두 마쳤는데, 법무부 소속 부산출입국외국인청장은 의뢰인의 모친이 원정 출산을 하였다고 의심하면서 의뢰인에게 외국 국적을 포기하라는 취지의 처분을 하였다.

이에 필자는 복수 국적자인 의뢰인을 대리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유학생활을 목적으로 미국으로 가 출산을 한 것을 두고, 외국 국적 취득 목적의 원정 출산이라며 외국 국적을 포기하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다. 국민의 복수 국적 유지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이처럼 현행 국적법은 국민이 복수 국적을 유지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생활을 하는 복수 국적자는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을 서약하여야 한다.

결국, 복수 국적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여러 가지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국방의 의무 및 납세의 의무 등을 준수하여야 하고, 이러한 의무를 피할 목적으로 외국 시민임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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