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마라샹궈, 마라롱사...중국 발 매운맛 ‘마라’ 열풍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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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 마라샹궈, 마라롱사...중국 발 매운맛 ‘마라’ 열풍 뜨겁다
  • 취재기자 최유진
  • 승인 2019.06.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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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매운맛이 한국인 입맛 빼앗아
체인점 생기고, 편의점에서 마라 식품도 출시
재료 구입 쉽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간편
사람들은 마라탕에 중독돼 다른 물건의 가격을 말할 때 마라탕 몇 그릇 값이냐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글이 올라 왔다(사진: 서울대 대나무숲 홈페이지 캡쳐).
사람들은 마라탕에 중독돼 다른 물건의 가격을 말할 때 마라탕 몇 그릇 값이냐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글이 올라 왔다(사진: 서울대 대나무숲 홈페이지 캡쳐).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마라탕’에 미쳐있는 친구 때문에 고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 친구는 물건 값을 말할 때 마라탕 몇 그릇 값이냐고 말하는 등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는 마라탕 ‘드립(농담성 얘기란 의미의 속어)’ 때문에 주변 다른 친구들이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또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마라 음식’에 대한 찬양 글이 끊이지 않고 계속 올라온다. 바야흐로 대학가는 물론 한국에 마라열풍이 불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마라 식당 앞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선 마라의 정체가 궁금하다. 마라는 중국 사천지방의 향신료다. 기온차가 습한 기후로 인해 음식이 부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던 재료다. 마라에는 각종 향신료 성분인 육두구, 화자모, 후추, 정향, 팔각 등이 들어가서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이 난다. 중국에서는 마라가 들어간 탕 요리인 마라탕, 각종 재료를 마라 소스에 볶아 만든 요리인 마라샹궈, 마라 소스에 민물가재를 볶아 만든 마라롱샤 등 마라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즐겨 먹는다. 특히 마라롱샤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윤계상 扮)이 비닐장갑을 끼고 민물가재를 쪽쪽 빨아 먹던 그 음식이다.

중국당면, 숙주, 버섯, 배추, 양고기 등이 들어간 마라탕(사진: 취재기자: 최유진).
중국당면, 숙주, 버섯, 배추, 양고기 등이 들어간 마라탕(사진: 취재기자: 최유진).

중국당면이 들어간 국물에 마라를 넣고 각종 채소나 육류로 국물을 끓여낸 마라탕이 유행하면서 많은 먹방 BJ들도 마라탕을 시도했다. 그 중 자칭 마라탕 중독자 BJ ‘찌워니’는 마라탕을 일주일에 약 20번 먹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라탕은 친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처음 접했다. 첫 맛은 그저 그랬는데 일주일이 지났을 쯤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났다”고 마라탕을 먹게 된 계기를 밝혔다. 또 그는 “마라탕은 국물을 우려낼 각종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 보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잡다한 것을 다 넣어 먹더라.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만 넣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찌워니는 마라탕에 ‘목이버섯, 흰 목이버섯, 푸주, 두부피’가 들어가면 더 맛있다고 전했다.

한국 사람들은 왜 마라에 중독된 것일까? 우선 한국의 매운맛과 다른 마라만의 특별한 매운맛이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자신이 마라탕 중독이라고 밝힌 대학생 박수연(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처음엔 그저 매운 맛 중 하나였는데 며칠 뒤에 그 얼얼한 맛이 생각났다. 하루에 세 번 먹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마라 가게에서는 자신이 먹고 싶은 재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재료를 사진처럼 전시해둔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의 마라탕에 넣을 채료를 골라 담게 되고, 선택한 재료의 무게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사진: 취재기자 최유진).
대부분의 마라 가게에서는 자신이 먹고 싶은 재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재료를 사진처럼 전시해둔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의 마라탕에 넣을 채료를 골라 담게 되고, 선택한 재료의 무게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사진: 취재기자 최유진).

또 김세인(22, 부산시 북구) 씨는 “내 마음대로 재료를 골라서 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특히 원하는 종류의 면을 적당한 양으로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마라탕을 즐겨먹는 이유를 말했다. 마라탕과 마라샹궈를 파는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다양한 재료 중 원하는 재료를 손님이 직접 골라 음식을 먹게 한다. 손님들은 직접 진열대로 가서 콩나물, 배추, 버섯 등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바구니에 담은 후 무게에 따라 가격을 지불하면 된다. 사람마다 다른, 자신만의 마라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점이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라탕은 어디서 먹을 수 있을까? 마라탕은 전국에 있는 약 660여 개의 마라 음식 전문점에서 먹어볼 수 있다. 서울에만 320여 개 가게가 있다. ‘탕화쿵푸’, ‘라화쿵푸’, ‘라메이즈’, ‘하이디라오’ 등이 잘 나가는 마라탕 체인점이다. 마라탕이 유행하게 되면서 대학가나 도시의 중심지에는 이런 체인점은 물론 새로운 마라 음식점이 많이 생기는 추세다.

씨유는 편의점 최초로 마라상품을 냈다. 많은 사람들이 씨유의 마라 제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사진: 씨유 제공).
씨유는 편의점 최초로 마라상품을 냈다. 많은 사람들이 씨유의 마라 제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사진: 씨유 제공).

마라의 유행은 편의점에서도 계속 되고 있다. 씨유는 업계 최초로 마라 상품을 출시했다. 마라탕면뿐 아니라 마라만두, 마라탕면 스낵 등 먹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힘든 다양한 마라 상품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편의점 마라 제품은 저렴한 가격으로 집 앞에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희연(24, 부산시 사하구) 씨는 “편의점 마라 식품이 대중성을 노리고 애매하게 만들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집에서 마라탕을 먹고 싶을 때 종종 사먹는다”고 말했다.

마라소스는 인터넷에서 싸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사진: 햇살마미 블로그 캡처).
마라소스는 인터넷에서 싸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사진: 햇살마미 블로그 캡처).

마라탕을 집에서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원하는 사람은 인터넷이나 대형마트에서 마라소스를 구입할 수 있다. 끓는 물에 마라소스를 넣어 육수를 낸 후, 당면, 버섯, 청경채, 건두부, 새우 등 원하는 재료를 차례대로 넣어주면 마라탕 완성이다. 쉽고 간편한 과정에 마라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에서도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들어 먹는다.

모든 사람들이 다 마라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가에서 마라 열풍이 불고 있지만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음식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전인혜(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사람들이 하도 마라 마라 하길래 너무 궁금해서 기대하고 먹어봤는데 향신료 맛이 너무 강했다. 두 번은 안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성대학교에서 '세계음식문화의 이해' 과목을 강의하는 서정효 교수는 “프랑스의 마카롱, 베트남의 쌀국수처럼 다른 나라 음식이 대한민국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이번엔 중국의 마라탕이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마라탕은 한국의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새로운 매력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다. 각국 음식들이 글로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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