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사로잡은 실버 유튜버... 그 숨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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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사로잡은 실버 유튜버... 그 숨은 비결은?
  • 취재기자 김동현
  • 승인 2019.05.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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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컨텐츠에 질려버린 젊은층... 연륜 있는 조언에 감동 느껴

젊은층의 전유물이었던 유튜브에서 어르신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구독자 수가 10만 명이 넘는 실버 유튜버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올해로 73세인 박막례 할머니의 채널은 구독자 수가 무려 88만 명에 육박한다. 81세 최고령 먹방 유튜버인 김영원 할머니의 구독자 수도 약 30만 명으로 두터운 팬덤을 자랑한다. 또 최근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가 ‘전국노래자랑’에서 손담비의 ‘미쳤어’를 열창하는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244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3월, KBS 음악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할담비’라는 별명과 인기를 얻은 지병수 할아버지는 현재 유튜브 활동과 동시에 광고, 예능계를 종횡무진 하고 있다(사진: KBS 유튜브 캡처).
지난 3월, KBS 음악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할담비’라는 별명과 인기를 얻은 지병수 할아버지는 현재 유튜브 활동과 동시에 광고, 예능계를 종횡무진 하고 있다(사진: KBS 유튜브 캡처).

이러한 실버 유튜버들의 행보에 젊은층은 열광하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주요 구독층은 18세에서 34세에 이르는 젊은 시청자이며, ‘할담비’로 불리는 지병수 할아버지 채널의 구독자 역시 60% 이상이 1834세대다. 박막례 할머니의 채널을 구독 중인 박도현(31, 부산 부산진구) 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할머니의 영상을 처음 접했는데 지금은 새 소식 알람이 뜰 때마다 곧바로 볼 정도로 광팬이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박막례 할머니가 멋있고 조금은 서툰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와서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글로벌 명사로 자리매김한 박막례 할머니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지난 4월 유튜브 CEO 수잔 워치스키가 박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고 함께 방송을 진행했다(사진: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캡처).
이제는 글로벌 명사로 자리매김한 박막례 할머니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지난 4월 유튜브 CEO 수잔 워치스키가 박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고 함께 방송을 진행했다(사진: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캡처).

대학생 김선혜(23, 부산 사상구) 씨 또한 실버 유튜버 애청자다. 평소 먹방에 관심이 많던 김 씨는 지인이 공유한 링크를 통해 먹방 유튜버 ‘순이 엄마’의 영상을 접했고 구독까지 하게 됐다. 김 씨는 “항상 자극적인 먹방만 봐서 질렸었는데 순이 엄마의 먹방은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연세가 있는 분이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인싸 음식’을 드시며 평가하는 모습이 신선하다”며 “나도 이분처럼 젊게 늙고 싶다”고 말했다.

먹방을 주 컨텐츠로 하는 실버 유튜버, 순이 엄마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일명 ‘인싸 음식’ 맛보고 솔직한 감상평을 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ASMR 마이크를 이용해 적나라한 음식 씹는 소리 또한 이 채널의 묘미로 꼽힌다(사진: 순이 엄마 유튜브 캡처).
먹방을 주 컨텐츠로 하는 실버 유튜버, 순이 엄마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일명 ‘인싸 음식’ 맛보고 솔직한 감상평을 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ASMR 마이크를 이용해 적나라한 음식 씹는 소리 또한 이 채널의 묘미로 꼽힌다(사진: 순이 엄마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실버 유튜버에게 열광하는 주 요인으로 ‘신선함’을 꼽았다.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노인이 젊은 세대의 문화를 배우고 따라하는 모습에서 신선함과 재미를 전달한다는 분석이다.

‘감동’과 ‘편안함’ 또한 젊은층이 실버 유튜버를 찾게 되는 요인 중 하나다. 유튜버의 의도가 보이는 자극적인 컨텐츠에 스트레스를 느낀 일부 젊은 시청자들이 느린 템포의 실버 유튜버로 넘어오고 있다. 직장인 권태영(29, 부산 동래구) 씨는 “실버 유튜버 영상은 조회 수나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서 좋다”며 “있는 그대로의 어르신들을 볼 수 있어서 편안하게 시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신준우(26,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면접 준비를 하며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영상을 보는데 그분들이 툭 던지는 조언에 감동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신 씨는 “사실 취업에 여러 번 실패를 하면서 노인들을 ‘꼰대’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지만실버 유튜버를 통해 어르신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반성했다.

이처럼 젊은층은 실버 유튜버 특유의 여유로움에 편안함을 느끼고 그들의 연륜 있는 조언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얼마 전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기글로 꼽혔던 ‘박막례 할머니 명언’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맞춤법도 틀리고 거창한 메시지도 아니지만 오히려 젊은층은 “무겁지 않은 말이기에 공감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 교수는 “젊은 세대는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힘든 현실에 지쳐있다”며 “모진 세월을 견뎌낸 노인들의 삶이 젊은 세대에게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희망적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박막례 할머니 명언’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강요나 무거운 조언이 아닌 그저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며 담담하게 툭 던지는 박 할머니의 말이 젊은층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사진: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트위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박막례 할머니 명언’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강요나 무거운 조언이 아닌 그저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며 담담하게 툭 던지는 박 할머니의 말이 젊은층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사진: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트위터 캡처).

50대 이상의 실버 세대가 콘텐츠 생산자로 떠오르게 된 요인은 유튜브 사용 시간의 증가로 보인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달 기준 국내 사용자들의 유튜브 사용시간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의 사용시간이 101억 분으로 가장 길었다. 그 다음으로 10대(89억 분), 20대(81억 분), 30대(61억 분), 40대(57억 분)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 시간이 지난해(51억 분) 대비 두 배나 늘었다는 사실이다. 와이즈앱 관계자는 “50대 이상의 1인당 평균 유튜브 사용시간은 아직 10대, 20대보다 적지만 이용자 수가 크게 늘면서 총 사용시간이 전 세대 1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결과에 전문가들은 비교적 일과 시간에 자유로운 50대 이상이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하는 다른 세대에 비해 장시간 유튜브 사용이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와이즈앱이 지난 4월 발표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유튜브 사용자의 사용시간이 전 세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대비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자료: 와이즈앱 제공).
와이즈앱이 지난 4월 발표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유튜브 사용자의 사용시간이 전 세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대비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자료: 와이즈앱 제공).

더이상 유튜브는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기를 익숙하게 다루는 실버 세대가 늘고 있고, 미디어 시장인 유튜브에서도 중요한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로 인해 생겨난 실버 유튜버가 젊은층과의 접점을 제공함으로써 세대 간 갈등을 좁혀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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