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우 칼럼]지랄하는 지정환과 개과천선한 최태원 그리고 사회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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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칼럼]지랄하는 지정환과 개과천선한 최태원 그리고 사회적책임
  • 대표/발행인 이광우
  • 승인 2019.05.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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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발행인 이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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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시빅뉴스>에는 얼마 전 작고한 지정환 신부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등장했습니다. 두 사람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사회공헌’ 혹은 ‘사회적책임’ 분야에서 그렇습니다.(이 칼럼에서는 두 단어를 동의어로 여기겠습니다. 실상도 그러합니다.)

지정환 신부는 벨기에 출신으로, 벨기에 식 이름은 디디에 세스테벤스입니다. 지정환이란 한국 식 이름은 ‘정의가 환하게 빛나게 하려고 지랄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지랄맞습니다. ^^

아시다시피 지 신부는 ‘임실치즈’의 산파입니다. 1959년 천주교 전주교구에서 사목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61년 전북 부안성당 시절에는 3년 동안 간척지 100㏊를 조성해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1964년 전북 임실성당 시절에는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산양을 키웠고, 산양유로 치즈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 신부는 거듭된 실패 끝에 1967년 드디어 임실읍 성가리에 한국 최초의 치즈 공장을 세웠습니다. 그는 유럽의 공장을 돌며 장인들로부터 직접 치즈 기술을 배워왔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어릴 때부터 치즈를 싫어했다고 하니, 그의 뜻과 행동에는 눈물겨운 데가 있습니다.

그 치즈가 지금은 임실을 상징하는 상품이 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추구하는 최태원 회장(사진: 더 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사진: 더 팩트 이새롬 기자, 더 팩트 제공).

지난 28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고민하는 내용의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 SOVAC)’란 행사가 열렸습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이 행사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행사의 목적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 구성원 간)연결과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부산의 삼진어묵이 비영리법인 ‘삼진 이읍’을 설립해 재래시장의 오래된 상점을 리모델링하는 등 지역재생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자신은 ‘독한 기업인’이었다가 개과천선(!)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이제 사회적가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사회가 지속가능해야 회사도 지속가능할 수 있고, 개인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합니다.

SK는 현재 ‘학교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란 주제 아래 플레이 스쿨(경쟁 없는 놀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에 도전하며 사회성과 협동심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때로는 굵직하고 때로는 아기자기한 사회공헌을 많이 실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 사회공헌대상 사회봉사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말은 나온 지가 제법 됐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중요도에 비례해 사회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책임의 질량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기업은 이윤추구 외에 환경경영, 윤리경영, 사회공헌 같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지 않으면 도태되게 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평판이 좋으면 수익이 생기고 그 수익은 기업의 존속성을 유지시켜 준다는 뜻입니다.

국제표준화기구는 아예 2010년 11월 1일 이른바 ‘ISO 26000’을 국제표준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규약은 통상 ‘SR 26000’이라 불리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을 말합니다. 이 규약은 기업 등이 의사결정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할 때, 능동적으로 사회에 이익이 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규약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구요? 가령 A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외면한다면, 이 기업은 외국 기업이나 정부 등에 자사 제품을 판매 혹은 납품할 때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의 적잖은 기업들이 단순한 봉사와 기부 행위를 넘어 사회의 궁극적인 발전을 위해 창의적인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거느린 BNK금융그룹만 해도 2012년부터 ‘행복한 금융’이란 슬로건을 채택했고, 본격적으로 금융적, 비금융적 사회적책임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비용과 내용 둘 다 좋은 평을 듣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룹 차원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선풍기를 지급했고, ‘빨간 우산 빌려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적극적인 인력 채용과 문화와 스포츠 지원 같은 굵직한 사업들이 다수 있습니다.

사회적책임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흥미로운 사례들을 더러 접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논그룹이 특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다논은 프랑스의 식품그룹입니다. 매출 규모가 30조 원인데, 사업 부문은 모두 4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각 부문 모두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올라 있습니다. 요구르트 세계 1위, 생수 세계 2위, 이유식 세계 2위, 기능성 건강식품 세계 3위 등입니다.

창업자 이자크 카라소는 아이들이 불량한 위생 탓에 장 질환으로 고생하는 걸 보고, 직접 다논이란 이름의 요구르트를 만들어 약국에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다논의 효시인데, 다논은 아들 다니엘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 아들 다니엘은 지금의 다논을 일군 장본인입니다. 다니엘은 ‘식품을 통한 인류의 건강 증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우리는 건강만 판다”는 핵심가치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건강만 판다? 다논은 그걸 증명해 보인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비스킷 LU는 1년 매출이 3조 원가량이나 됐지만, 버터를 많이 쓰는데다 초콜릿 코팅까지 돼 있어서 건강에 안 좋다는 이유로 매각해 버린 적이 있습니다. 핵심가치를 위해 핵심사업을 접은 것이었습니다.

다논은 또한 방글라데시의 궁벽한 시골 마을에서 그 일대의 우유를 받아 ‘샤크티 도이’라는 요구르트를 만들어 가난한 시골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100원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다논은 이익이 나면 전액 재투자를 하고 있는데, 방글라데시 안에 이런 형태의 공장을 50개 정도 더 구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쯤 되면, 다논은 단순한 ‘경영’이 아니라 ‘사상’을 구현하는 기업이라 불러야 하겠습니다.

이밖에도 알만한 기업들 다수가 흥미롭고 의미 있는 사회적책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는 사회적책임을 염두에 둔 ‘핑크 리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취지입니다. 에스티로더는 구매 고객들에게 150만 개의 핑크 리본과 유방암 자가 진단 기구를 제공했습니다. 현재 70여 개국에서 이 캠페인을 볼 수 있습니다.

디즈니는 누군가를 위한 봉사로 하루를 보내면 디즈니랜드 입장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선보였고, 라코스테는 자사 로고를 멸종위기동물 10종으로 대체한 폴로 셔츠 1775벌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1775벌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의 남은 개체 수를 뜻합니다. 미얀마 루프 거북(40장), 자바 코뿔소(67장), 카카포 앵무새(157장), 수마트라 호랑이(350장) 등등입니다.

저도 명색 한 회사의 ‘대표’이니 사회적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민은 많은데, 답은 잘 찾아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례를 소개하는 것도 사회적책임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까요? 즐거운 하루 누리시기 바랍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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