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링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익명성이 낳은 폐해 속출 ‘에브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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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링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익명성이 낳은 폐해 속출 ‘에브리타임’
  • 취재기자 도민섭
  • 승인 2019.05.29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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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60만 대학생 이용 최대 앱...관리 미비해 인신공격 성희롱 욕설 많아

에브리타임(에타)은 시간표 및 학업 관리, 학식, 열람실 등 유용한 학교생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대학생을 위한 앱이다. 대학생을 위한 앱인 만큼 전국 약 400개의 캠퍼스와 약 360만 대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D 대학교 19학번 이모(20) 씨는 에타는 대학생 필수 앱이다안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1위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은 전국 400개 캠퍼스의 재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사진: 에브리타임 앱 캡처).
국내 1위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은 전국 400개 캠퍼스의 재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사진: 에브리타임 앱 캡처).

에타는 학교 인증을 거치면 같은 캠퍼스의 학생들과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강의 정보 공유를 위한 강의 평가와 중고 교재 거래도 가능하고, 학생들이 직접 게시판을 개설해 운영하기도 한다.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정보 교환도 편리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에브리타임은 각종 게시판을 통해 정보 공유 및 중고 책 거래, 강의평가를 볼 수 있다(사진: 에브리타임 앱 캡처).
에브리타임은 각종 게시판을 통해 정보 공유 및 중고 책 거래, 강의평가를 볼 수 있다(사진: 에브리타임 앱 캡처).

에타의 최대 장점은 커뮤니티 운영 시스템 자체가 익명성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자유게시판’, ‘비밀게시판등 다양한 게시판에서는 익명을 통해 개인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진로 결정에 있어 조언을 받기도 하며, 더 나아가 실제로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양질의 도움을 받는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에타의 익명성에 기반한 커뮤니티 운영 시스템을 무기 삼아 악용하는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온라인에서 자신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에 대해 욕설, 인신공격 등을 가한다. 익명으로 작성됨에 따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무책임한 글을 읽은 학생들이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되고 유언비어가 퍼지기도 한다.

‘익명성’을 통해 많은 대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익명성’을 무기 삼아 남을 헐뜯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도민섭).
‘익명성’을 통해 많은 대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지만 ‘익명성’을 무기 삼아 남을 헐뜯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도민섭).

지난해 부산대에서는 미투 운동이 일어나자 에타에서 피해자와 미투에 연대하는 학생들의 신상을 퍼트리거나 몽키XXX로 척추를 부숴버리겠다는 협박 글이 올라오는 등 2차 가해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성차별, 성희롱 등 조롱을 하는 게시글이 증가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게시글도 하루를 멀다하고 올라온다. 대학생 박모(24) 씨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들이 많다우리 학교 학생 수준이 이 정도인가라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게시글도 필터링 없이 올라오고 있다(사진: 에브리타임 앱 캡처).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게시글도 필터링 없이 올라오고 있다(사진: 에브리타임 앱 캡처).

게시글 뿐만 아니라 1:1 대화 시스템인 쪽지를 통해서도 불쾌감을 주는 일이 다반사다. 익명으로 게시글이 게재되지만, 게시글 작성자에게 쪽지를 보낼 수 있다. 쪽지를 통해 익명의 작성자에게 인신공격을 하거나, 성적인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쪽지는 개인 간의 사적인 대화이므로 반말, 비하 등에 대한 제재는 가해지지 않는다. 다만 차단 기능을 이용하여 더 이상 쪽지를 받지 않을 수는 있다.

1:1 쪽지를 통해서도 특정인에게 불쾌감을 준다(사진: 에브리타임 앱 캡처).
1:1 쪽지를 통해서도 특정인에게 불쾌감을 준다(사진: 에브리타임 앱 캡처).

에타는 누구나 게시판을 만들고 자신이 만든 게시판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글이 올라오는 자유 게시판비밀 게시판에는 관리자가 따로 없다. ‘욕설·비하·음란물·개인 정보가 포함된 게시물, 특정인이나 단체·지역을 비방하는 행위 금지등의 이용 규칙이 있지만 관리자가 없어 무용지물이다.

에타의 모든 게시물은 자동신고처리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며, 게시 가능 여부에 대해 사전 검토를 하지 않는다. 글이 삭제되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자동신고처리시스템은 신고가 일정 건수 이상 되면 자동으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누적 신고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고 제도가 있긴 해도 단발적인 대처 방안에 불과하다.

에타에서 개인 정보 침해,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을 당해도 신고를 통해 에타 내에서는 게시글 삭제가 한계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기관에 직접 의뢰해야 한다고 에타에 명시돼 있다.

성희롱, 인신공격 등 게시글 관리에 대해 에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했지만, 에타 관계자는 에타 홈페이지, 문의하기, 약관 등 외의 정보는 서비스 보안 상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에타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환경에서도 대학생들의 소통 문화를 장려하고 다양한 정보까지 공유할 수 있는 최대 커뮤니티다. 그렇기에 익명이라는 가면에 숨어 커뮤니티의 본질을 흐리는 사례가 고착화되는 것은 아닌지 더 크게 우려된다. 대학생 톱 커뮤니티로 올라선 에브리타임의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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