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의 소프라노에게 아직도 인생은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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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세의 소프라노에게 아직도 인생은 배움터
  • 김성건
  • 승인 2013.01.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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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학교 음악학부 교수이자 예술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인 소프라노 박미경 교수가 성악가이자 음악 교육자로서 폭넓은 연구 활동을 인정받아 세계 3대 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2011년 판에 등재된다.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는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과학, 예술 등 각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인물의 프로필과 업적을 등재하는 인명사전이며, 전 세계의 인명사전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인명사전에 저의 이름이 올라가게 돼 정말 기뻐요. 무엇보다 제가 성악가뿐만 아니라 음악 교육자로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가장 기쁜 점이에요.” 그녀가 음악 교육자로서 연구 활동을 인정받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박미경 교수는 화가인 어머니에게 예술적인 재능을 물려받아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음악을 시작했고, 음악 인생 50여년을 ‘마이스터(장인) 정신’으로 활동해 왔다. 박 교수는 “득음의 경지에 이르고 장인 정신을 발휘해 성악 실력을 갈고 닦는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자신의 음악 인생을 회상했다.

음악을 향한 박미경 교수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박 교수는 방학 기간이 되면 음악회 활동과 작품 연구를 위해 어김없이 러시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 해외로 떠났다. 잦은 해외 활동 때문에 학부장 자리도 모두 젊은 교수들에게 양보했으며, 음악 활동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방해되는 요소들은 과감히 포기했다. 그녀가 아직 미혼인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박 교수는 “해외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홀몸이 편하더군요”라고 웃어 넘겼다.

음악을 향한 열정과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박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모스크바 라흐마니노프 홀’에서 가진 독창회를 비롯해, 총 20회의 독창회를 가졌으며,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국내외 음악회 활동을 통해 성악가로서의 명성을 높이 쌓아왔다.

성악가로서 명성을 높여가고 있던 박미경 교수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중대한 사건이 있었다. 2010년 9월 5일, 박 교수의 회갑을 축하해 주기 위해 그녀가 가르쳐 온 제자들과 후배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제자들과 후배들은 박 교수의 회갑을 축하해주고 여태까지의 가르침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박 교수는 그 자리에 모인 제자들과 후배들을 보며 문득 “이런 환대를 받을 만큼 교육자로서 내 역할을 다해왔는가”라는 반성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음악 실력과 예술적 발전만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음악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활동은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회갑연를 계기로 박미경 교수는, 그동안 성악가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후진들에게 공부의 발판을 마련하는 교육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인생 가치관이 바뀌면서 교육에 대한 사고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예술적인 능력만 중요하게 생각해 학생들이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완벽한 예술가가 되기를 기대했고, 능력이 부족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은 단호하게 정리하고 돌려보냈었다.

하지만 현재 박 교수는 음악을 배운다고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있다. 박 교수는 “예술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음악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해요. 학생들이 취직도 하고 시집도 가야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학부장 자리도 마다해오던 박미경 교수는 현재 예술대학 학장을 맡으며 교육자와 음악계 지도자로서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다. 박 교수는 “음악 실력을 키우는데 인생을 바치다 보니 음악으로 인생을 배워서 말투, 행동, 사고방식 하나하나에 음악의 영향을 받았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언행이 독특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 편이죠”라며 지도자 역할을 처음 배우는 것에 대한 어려운 점을 말했다.

지난 50여년의 인생을 오직 ‘예술가의 장인 정신’을 추구하며 달려왔고 마침내 성악가로서 세계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 소프라노 박미경 교수. 그녀는 61세의 나이에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와 음악계 후진들의 앞날을 밝혀주기 위해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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