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의 소외된 문화재, 우리 손으로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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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의 소외된 문화재, 우리 손으로 지켜요
  • 취재기자 최위지, 박세원
  • 승인 2015.10.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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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양산지역 활동단체 ‘이팝나무 더불어 숲’ 이야기

소외된 문화재에 관심을 갖고 직접 보살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경남 양산지역 활동단체 ‘이팝나무 더불어 숲’이다.

우리 문화재는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어 중앙 부처에서 직접 관리하기에는 인력, 예산상의 한계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활동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문화재를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 지킴이들은 문화재를 관리하고 그 상태를 점검해 개선해야 할 점을 문화재청에 보고하면, 해당 지역 문화재를 관리하는 부처는 이를 확인한 후, 문화재를 보수할 수 있게 된다. 지킴이들은 문화재와 정부 부처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양산시에 있는 보물 제74호 ‘통도사 국장생 석표’와 천연기념물 234호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를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 지킴이 단체 ‘이팝나무 더불어 숲’은 초등학생과 그 어머니들, 그리고 지도교사로 구성돼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여 담당 문화재를 관리한다. 회원들은 먼저 문화재 주변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거나 잡초를 뽑아 주위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그들은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고 있음에도 어느 누구하나 표정을 찌푸리는 사람도 없이 즐겁게 활동한다. 정화 활동이 끝나면, 어머니와 학생이 한 팀으로 짝을 지어 문화재를 살피는 모니터링 활동을 한다. 안내판, 편의시설, 관리시설, 재난대비 등의 관리 상태를 양호, 보통, 불량으로 평가하는데, 어머니와 학생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는 경우,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또 지도교사가 직접 문화재의 상태와 점검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주기도 했다.

평소 자녀와 역사공부를 하면서 전국으로 문화재 답사를 다녔다는 학부모 정미경(44, 경남 양산시 동면) 씨는 문득 우리 지역 내의 문화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역 문화재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자녀와 함께 지킴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문화재도 가꾸면서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만족스럽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 씨는 “집에서 게임이나 하던 아이들이 야외에서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문화재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찾아보는 모습을 보였고, 사회성도 많이 길러진 것 같아 좋았다”고 활동 소감을 전했다.

이들이 문화재를 보살피기 시작하면서, 문화재 주변에는 눈에 띄게 변화가 생겼다. 문화재가 깨끗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은 물론, 훼손됐던 문화재들도 서서히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서예지(증산초 5학년) 양은 통도사 국장생 석표를 관리하면서 훼손된 점들을 발견해 이를 문화재청에 개선해달라고 보고한 적이 있다. 그녀는 “우리의 노력으로 문화재가 실제로 개선되었을 때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활동 후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샘솟았다는 신종훈 (삽량초 5학년) 군은 “잡초 뽑기 등 주변정화 활동이 끝난 후 많이 깨끗해진 문화재의 모습을 바라볼 때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고장에 있는 문화재를 알고 보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학부모 박경희(45, 양산시 남부동) 씨는 이 활동을 통해 문화재와 역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박 씨는 자녀들이 문화재는 ‘내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문화재를 보살피면서 책임감 향상과 더불어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박 씨는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문화재를 가꾸는 활동을 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팝나무 더불어 숲’의 지도교사 정혜선(51) 씨는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소외된 문화재를 찾아 그것을 지속적으로 가꾸고 즐기기 위해 한 문화재 한 지킴이가 탄생했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지킴이 회원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재를 온전히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문화재 주변 정화, 모니터링, 홍보활동, 연구모임 등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정 씨는 “회원들은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통해 문화재와 역사가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되며, 문화재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가꾸고 싶은 문화재를 선정해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홈페이지(http://me2.do/Gun608Uz)에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이후 문화재청에서 활동 개시 통보를 받으면 위촉식을 가지고 교육을 받은 뒤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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