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가객’ 정태춘 박은옥, 부산 팬과, 20년만에 통했다
상태바
‘시대의 가객’ 정태춘 박은옥, 부산 팬과, 20년만에 통했다
  • 차용범
  • 승인 2019.05.12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부산 콘서트]부산공연에 중장년층 몰려 환호
정태춘·박은옥 콘서트 공연 장면(사진: 부산문화 제공)
정태춘·박은옥 콘서트 공연 장면(사진: 부산문화 제공)

정태춘·박은옥은 역시 50·60세대의 잊을 수 없는 ‘시대적 가객(歌客)’이다. 그들의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날자, 오리배’ 부산공연이 실증한 부분이다. 정태춘은 시적이면서 역사의식을 담은 노랫말과 한국적인 포크 선율로 대중들과 함께한 가요계 음유시인이다. 박은옥은 한국 포크음악의 전형으로 불리는 서정적 명곡들을 발표하며 큰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포크 여가수다. 두 사람은 1980년 신인 시절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같은 주옥같은 명곡을 발표하며 삶과 음악, 문화예술의 동반자로 활동했다.

시대 아픔·삶 느낌 공감하는 감성의 힘

왜 그들을 ‘시대적 가객’이라 하는가. 최근 밀레니엄 세대들은 정태춘·박은옥을 낯설어  한다. 그들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나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은 윤정희 커플도 더러 생소하다. 정태춘·박은옥, 백건우·윤정희는, 내가 ‘우리 시대’라고 표현하는 50·60세대의 대중스타였던 것이다. 최근의 ‘나훈아 팬덤’은 그 윗세대의 현상이고.

그런 면에서, 정태춘·박은옥은 분명, ‘우리 세대’와 깊이 소통하며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리는 감성의 힘을 갖고 있다. 그 시대의 아픔과 삶의 느낌이 듬뿍 배어있는 노래와 가슴으로 함께 공감하며 울고 웃는 사이인 것이다. KBS <콘서트 7080>의 진행자 배철수가 “난, 최백호 형의 노래를 들으면 늘 눈물이 난다”고 얘기한, 그 ‘우리 시대의 가객’ 최백호처럼.

정태춘·박은옥의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날자, 오리배’. 관객들과 함께 보낸 지난 40년을 되짚으며, 노래로 소통해 온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였다. 정태춘 1집 '시인의 마을', 박은옥 1집 '회상'부터 지난 4월 발매한 40주년 기념음반 ‘사람들 2019’까지, 그들의 대표곡들을 모두 들려줬다. 지난 10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다.

정태춘·박은옥이 콘서트를 연 것은 2009년 30주년 기념공연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부산 콘서트를 대행운영한 (주)부산문화 박흥주 대표의 기억으로, 부산 콘서트는 20년만이다. 이번 전국투어는 활동 40년의 음악사적, 사회적 의미를 조망하는 기념사업,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정태춘·박은옥 40주년 콘서트 '날자, 오리배' 부산공연 포스터.(사진: 차용범)
정태춘·박은옥 40주년 콘서트 '날자, 오리배' 부산공연 포스터.(사진: 차용범)

데뷔 40주년 기념 투어... 이틀간 부산 팬 만나

“이제 막 40세를 맞은 정태춘입니다.” 정태춘의 오프닝 인사에 중·장년층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그들을 환대했다. “보고 싶었다”는 아우성(?)도 나왔다. 정태춘은 <서해에서>로 막을 올렸다. 데뷔 앨범 '시인의 마을' 수록곡이다. 박은옥은 이어, 데뷔 앨범 타이틀곡 <회상>을 불렀다. 둘은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번갈아가며 불렀다.

정태춘·박은옥은 세월처럼 숙성하고,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그들의 히트곡을 불렀다. <촛불> <윙윙윙>, <떠나가는 배>, <시인의 마을>..., 모두 17곡을 불렀다. 박은옥은 본공연이 끝날 무렵, 준비한 편지도 읽었다. “40년이 됐다 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처음 여러분을 뵙게 된 그 때부터./정말 감사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참 의미있는 날들이었습니다./뜨거운 환대와 박수 여러분께 돌립니다./행복하세요. 모두...”

공연 뒤의 긴 여운... 팬과 깊이 소통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은 쉬이 헤어질 수 없었다. 공연장 로비에서 정태춘의 기념앨범 '사람들 2019'을 구입, 사인을 받고, 시집 <노독일처>, 노래 에세이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도 샀다. 두 사람의 주요활동을 정리한 전시자료와 정태춘의 붓글과 사진 작품들도 감상했다. 20년만에, 부산 팬과 깊이, 넓게 소통한 시간이었다. 이번 투어는 올 4-6월, 9-11월, 전국 15개 도시 공연장을 도는 순회공연이다

정태춘·박은옥 40주년 부산공연의 전시 프로그램. 부산 관객들이 정태춘의 붓글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사진: 차용범)
정태춘·박은옥 40주년 부산공연의 전시 프로그램. 부산 관객들이 정태춘의 붓글과 사진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사진: 차용범)

공연장 로비에서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김준기 총감독을 만났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기대효과를 압축해서 설명한다. 정태춘 예술의 동 시대성 공유와 계승작업,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 실현이다. 그는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대중음악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중음악 소비를 하지 않았던 30-50대 문화소비자들이 다시 대중음악 소비를 하는 취향을 형성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정태춘·박은옥은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했다. 데뷔 40년의 포크 듀오에게 헌정하는 특집이다. 그들의 TV출연은 20년만이다. 정태춘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은 목소리로 대표곡 <북한강에서>로 오프닝을 장식,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어, KBS 1TV <열린음악회>. 프로그램 전체를 정태춘·박은옥을 중심으로 한 미니 콘서트로 꾸몄다. 그들은 왜, 어떻게, 두 프로그램에 출연했을까. 지금 상황으로, 그들이 출연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은 그 둘 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우리 방송의 음악 프로그램은 수적으로는 적지 않다. 이전보다 음악 프로그램이 아우르는 음악의 장르와 취향의 영역도 넓어졌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들, 주로 ‘경쟁’을 포맷으로 삼고 있다. 온전히 노래나 가수 자체에 집중하며 음악을 감상할 프로그램은 몇 개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KBS는 <콘서트 7080’> 그 중년층을 위한 라이브 음악을 선보이며 장수한 프로그램을 지난 해 11월 종영했다. 7080년대의 낭만을 기억하는 세대를 위한 유일무이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을, 14년만에 폐지한 것이다. KBS는 장수 프로그램들을 폐지, 대신 <오늘밤 김제동>, <대화의 희열> 등을 편성했다. 아, 이제 ‘우리’, 50·60세대들은 ‘우리’ 7080년대의 낭만을 어디서 공유하며 그 시절을 기억할 것인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