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길산 시인 새 시집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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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 시인 새 시집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 선봬
  • 취재기자 송정빈
  • 승인 2019.05.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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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피고 짐, 그 경계에서, 얇은 막처럼 떨리는 노래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시인의 욕망과 아쉬움 담아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사진: 시빅뉴스 편집국).
동길산 시인의 시집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사진: 시빅뉴스).

경남 고성 산골과 대도시 부산을 오가며 사는 동길산 시인이 새 시집 <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를 냈다. 시인동네 시인선 106번째다.

시인은,

"방문을 열면 저 아래 저수지 물안개
마당 높다란 감나무 새소리
낮아도 낮지 않고
높아도 높지 않은
2019년 봄, 어실마을 촌집에서"

라는 말로 시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시를 풀어내는 곳이 고성 산골의 거처란 뜻이다. 거처는 낮은 것도 아니고 높은 것도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딱 맞는 높이다.

따라서 이번 시집의 맥락은 <새는> <감나무 요가> <어느 꽃도 어느 잎도> <강물 벚꽃> <홍시> <나무뿌리 계단> <산 그림자> <저수지> <빗방울> 같은 시편들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에 대한 차분한 관조와 내밀한 동조로 이루어져 있다.

때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자연과 하나가 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시인은 새가 자신을 피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멀어도 한참은 멀었구나
손바닥에 놓인 땅콩을 낚아채기는커녕
다가가기만 하면 달아나
나이 쉰이 넘도록
나는 근처도 가보지 못한 自然 (시 ‘자연(自然)’ 부분)“

이라고 자탄한다.

그러면서 특유의 엉거주춤을 곁에 둔 채 저수지와 물수제비를 뜬 돌들과 청둥오리와 물고기를 통해 깨달음의 의미와 가능성을 가늠해 보기도 한다.

“비스듬히 던진 돌이 풍덩 빠지자
순간의 깨달음을 얻은 물이
부처가 손가락 원을 내보이듯
수면에 원을 내보였다가 슬그머니 거둔다
슬그머니 거두는 속이 얼마나 깊은지 보려고
서너 번은 돌을 던지는데
던지는 족족 방긋방긋 웃는다
들어가 보지 않으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속을
청둥오리 들어갔다간 한참을 붙잡혔다 나오고
내가 던진 돌은 도저히 가닿지 못할 거리에서
물고기는 풍덩 해탈하는 소리를 낸다
소리 낸 물고기는 보지도 못했는데
저수지가 얼마나 크게 웃었던지
방긋방긋 둥근 원이 내가 선 곳까지 밀려온다“ (시 <저수지> 전문)

백인덕 시인은 해설을 쓰면서 동길산의 시세계를 ‘내밀(內密)과 외화(外華) 사이에서’라고 정의했다. ‘사이’에 주목했다. 백 시인은 “내밀해진다는 것은 결국 쇠퇴하는 현상의 다른 말이고, 외화한다는 것은 스스로 비어간다는 것의 가시적 표지일 뿐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시적 지향이기에 탓할 수는 없지만, 이번 시집을 읽기 위한 방점은 결국 ‘사이’에 찍을 수밖에 없다”라고 적었다.

한편, 동길산 시인은 1989년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했으며, <뻐꾸기 트럭> 등 다섯 권의 시집과 <우두커니> 등 다섯 권의 산문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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