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비제이들이 입는 명품 옷은 ‘등골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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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비제이들이 입는 명품 옷은 ‘등골 브레이커’
  • 취재기자 김현준
  • 승인 2019.04.2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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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저 옷 사줘” 조르는 자녀들에 부모님들 허리가 휜다 / 김현준 기자

김희진(가명, 39) 씨는 9세 초등학생 아들을 둔 주부 직장인이다. 어느 날 김 씨가 퇴근 후 집에 오니 아들이 구찌 브랜드의 옷을 사달라고 졸랐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비제이가 입은 옷을 보고 ‘필이 꽂혔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친구들이 그 옷을 입고 자랑하는 걸 보고 샘이 나더라는 말도 했다.

김 씨는 아들이 사달라고 한 그 옷이 다소 비싸게 보이기는 했지만 “아이들 옷인데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나” 하는 생각에 사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의 가격을 검색해본 순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예상 가격의 다섯 배나 되는, 사실상 어른들의 명품 옷 값이었던 것이다.

인기 유튜버인 김인한(가명) 씨의 유튜브 방송을 보고 많은 어린 학생들이 부모님에게 명품 옷을 사달라고 조른다(사진: 김인한(가명) 유튜브).

요즘 유튜브에서 일부 비제이들이 명품 옷을 입고 나와 자신의 부를 과시, 어린 초, 중학생들을 자극하면서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부모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그냥 윽박지르기만 하기도 난처하고, 그렇다고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려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 부모들에게 이들 유튜브발 명품 옷은 또하나의 ‘등골 브레이커’로 작용하고 있다. 때로는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단절, 심지어 가정 불화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장성호(가명, 54) 씨의 경우도 김 씨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장 씨의 고등학생 딸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팬이다. 장 씨의 딸은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음악방송에서 입고 나온 명품 옷을 보고 사달라고 한 달 동안 졸랐다. 장 씨는 수입이 넉넉지 못한 탓에 딸이 사달라고 하는 옷을 사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부녀 간의 의견이 충돌하게 되면서 대화가 단절되는 상태까지 오게 됐다. 장 씨의 딸은 장 씨에게 “만약 아빠가 옷 안 사주면 내가 알바해서 살 거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후로 장 씨의 딸은 학교를 마친 후 알바를 하고 있다. 장 씨는 학교를 다니며 알바까지 하면서 옷을 사려고 하는 딸이 안쓰럽기도 하고 이해가 안된다며, “제가 지금 없는 돈 있는 돈 모아서 딸에게 옷을 사줄지 말지 고민 중인데 한 번 사주면 계속 그런 사치를 부릴까봐 겁이 나네요”라고 걱정 섞인 목소리로 호소했다.

인기 유튜버인 김인한(가명) 씨는 인터넷 방송 중 스톤 아일랜드 패딩을 입고 나온 적이 있다. 김 씨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후에 초, 중, 고등학생 부모님에게 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 김 씨의 영상을 즐겨보는 많은 아이들이 김 씨가 입고 나온 패딩을 사달라고 조른다는 것이었다. 김 씨가 입은 명품 브랜드의 패딩 가격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였기 때문에 부모님이 쉽게 사줄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그러고 난 뒤 다음 유튜브 영상 업로드 때 김 씨는 이런 명품 옷을 입고 나오면 잘 모르는 애들이 부모님께 사달라고 조르는데 그러면 안된다며, “그런 메일을 받고 아차 했다. 그 이후로는 방송을 할 때는 절대 명품 옷을 안 입는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김아민(가명, 24) 씨는 명품 매장에 부모님과 함께 오는 초, 중학생들을 간간히 본다. 옷 값을 모르고 온 많은 사람들이 옷의 가격을 확인하고 놀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떼를 쓰고, 짜증을 내다가 매장을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 씨는 “매장에서 이런 일이 정말 많은데, 아이들이 너무 철이 없는 거 같기도 하죠”라며 “제가 어릴 때는 노스페이스가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렸는데 지금은 노스페이스 가격의 몇 배가 되는 옷들을 사달라고 조르니 등골 브레이커 수준을 넘어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현재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을 비췄다. 김 씨는 덧붙여 “근데 사실 많은 유튜버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명품 옷을 방송에 입고 나오거나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그러는데 아직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은 가격을 보지 않고 무조건 사달라고 하니까 유튜버들이 방송할 때는 그런 부분을 신경을 쓰고 방송을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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