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간소음...갈등 심화돼 살인까지 벌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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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층간소음...갈등 심화돼 살인까지 벌어지기도
  • 취재기자 이민재
  • 승인 2019.04.24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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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파트 91.9%가 벽식 구조...합리적 조정으로 해결해야 / 이민재 기자

편히 쉬어야 할 공간인 집에서도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과의 사이도 점점 나빠진다. 항의를 받는 쪽도 항의하는 쪽도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다.

박인숙(48,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휴대폰 진동 소리를 느껴 잠에서 깼는데 자신의 것이 아니다. 다른 가족들 것도 아니라고 한다. 바로 윗집에서 나는 휴대폰 진동 소리다. 계속해서 울리는 진동 소리에 인숙 씨는 예민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새벽에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와 수돗물 소리 등이 들린다. 화난 인숙 씨는 가끔 소심한 복수를 한다. 개를 키우는데 평소에 짖으면 조용히 시키지만, 위층이 시끄러우면 놔둔다. 인숙 씨는 “다른 시간에는 이해하지만, 새벽에는 좀 많이 화나요”라며 “저도 모르게 소음을 같이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라고 말했다.

층간소음에 시달린 아파트 아랫집 거주자가 윗집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다(사진: 이민재 기자).

방음이 너무 안 돼서 엘리베이터 소리까지 들리는 집도 있다. 10층에 사는 안수정(23, 경남 양산시) 씨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너무 무섭다. 엘리베이터에서 문 열리는 소리, 층수를 알리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 수정 씨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집에서도 들려 나중에 혹시 모를 범죄가 생길까 봐 무섭다. 수정 씨는 “남들이 내 집 층수를 알 수도 있다는 게 싫어요”라고 말했다.

혹시 모를 보복이 두려워 항의를 못 하는 사람도 있다. 1층에 사는 곽희지(23, 경남 양산시) 씨는 2층 주민 때문에 불안하다. 2층 주민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새벽에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술 마셨다는 생각이 들어 쉽게 찾아갈 수 없다고 희지 씨는 말했다. 희지 씨는 “아파트는 주택이 아닌데 왜 사람들이 혼자 산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반대로 아래층 주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마늘을 빻은 김지예(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아래층 주민인 할머니가 항의한 뒤로 집에서 조심했다. 그 뒤 할머니는 집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올라왔다. 지예 씨의 가족과 다투기 시작했고 급기야 할머니는 경찰까지 동원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지예 씨는 그저 억울할 뿐이다.

할머니의 행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지예 씨의 집 현관문을 세게 두드렸다. 또 베란다 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 아파트단지에 울릴 정도의 소음이었다. 참다못해 지예 씨는 동영상을 찍어 고소할 생각까지 했다. 지예 씨는 “경찰을 불러서 우리 집이 못 살아서 마늘 빻는 기계로 종일 마늘 빻는다는 말이 제일 어이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층간소음은 사소한 문제뿐만 아니라 큰 사건으로 번지기도 한다. ‘우퍼 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해 같이 소음을 일으키고, 크게는 살인사건도 일어난다. 지난해 10월 만취한 주민이 층간소음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폭행해 숨지게 한 일이 있다.

한국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벽식 구조로, 소음에 취약하다. 2009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의 91.9%가 벽식 구조다. 벽식 구조란 기둥 없이 천장을 받치는 형태를 말한다. 그래서 벽식 구조는 벽을 타고 공명을 한다. 위층에서 발생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디서 오는지 모를 소리일 경우가 더 많다.

층간소음은 법적 규제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1분 동안 일정 크기 이상의 소리가 나야 하고 고의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법적 규제가 어렵다 보니 자칫 보복하려다가 되려 신고당하는 경우도 있어 조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을 조기에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를 개설했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에 대하여 전문가 전화상담 및 현장 소음측정 서비스를 제공하여 당사자 간의 이해와 분쟁 해결을 유도한다. 신청 대상은 전국 공동주택 거주자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 전화 상담 서비스가 2018년에는 2만 8000여 건으로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사진: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캡처).

층간소음사이센터의 상담원 조민우 씨는 “상담이 접수되면 제일 먼저 소음이 나는 세대에 우편물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소음이 나는 세대의 상담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우 씨는 신고했다고 착각할 수 있어서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민우 씨는 “저희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먼저 전달한 후에 우편물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민우 씨는 생활 소음은 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건물 문제나 부가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사이센터에서는 층간소음 ‘맞춤형 서비스’를 관리사무소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민우 씨는 “신청한 세대에는 예방 방법에 관해 상담과 PPT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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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서포터 2019-04-25 16:37:15
못살아서 마늘빻는 기계로 하루종일 마늘을 빻는다니...
얼마나 부자길래 그런 기계를 사서 돌리는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