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도자 전문 '클레이아크 미술관,' 가을을 유혹
상태바
건축도자 전문 '클레이아크 미술관,' 가을을 유혹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5.10.10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축에 쓰이는 타일 등 도자류로 각 전시관 장식..다양한 볼거리, 체험 선사한다

김해 지역은 원래 조선시대 생활자기인 분청사기의 본고장이었으나,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차츰 그 빛을 잃었다. 그러다 현대에 이르러 김해에서 그 분청사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40여 년 전, 김해 도예촌에서 전국의 도공과 학자들이 모여 가야토기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시작하면서, 김해는 국내 최대의 분청사기 지역으로 복귀했다. 최근 경남 김해에서 건축과 도자의 만남이라는 특색을 내건 미술관이 생겼다. 바로 김해시 진례면 송정리에 위치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다. 김해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2006년 개관했으며, 전 세계에서 하나 뿐인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이다. 김해 도자기의 전통이 건축도자로 연결된 것이다.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입구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클레이아크(clayarch)’란 흙(clay)과 건축(architecture)의 상호 협력을 뜻하는 합성어로, 흙을 원료로 이용한 건축, 즉 건축도자를 의미한다. 건축도자의 예는 화장실과 욕실의 벽면과 바닥에 장식된 타일을 들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세면대와 변기도 마찬가지다. 건축도자는 알고 보면 우리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분야다.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제1전시관 돔하우스 외벽이 화려한 건축도자, 즉 타일로 장식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 제1전시관 돔하우스의 화려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돔하우스 건축물은 마치 도넛 모양처럼 둥근 벽을 따라 타일 장식이 둘러져 있다. 이 장식은 미술관 초대 관장이었던 홍익대 신상호 교수의 작품 <구운 그림(Fired Painting)>이며, 무려 5,000여 장의 타일로 이뤄진 것이다. 놀랍게도 가로세로 길이가 48cm로 모두 같은 타일들이 저마다 문양이 다르다. 게다가 타일은 흙으로 구워 만든 것으로 비와 바람에 강하기 때문에 색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돔하우스 자체가 건축도자 예술이자 미래인 셈이다.

▲ 미술관 언덕에 위치한 높이 20m의 클레이아크 타워도 1,000여 장의 타일로 덮여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제1·2전시관 돔하우스와 큐빅하우스, 클레이아크 타워, 피크닉 공원과 산책로, 연수관과 체험관, 교육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 왼쪽은 연수관, 왼쪽은 클레이아크 타워 옆으로 보이는 제2전시관 큐빅하우스 전경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연수관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따사로운 햇볕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특별전과 독특한 건축·조형물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김해시민 정모 씨는 오랜만에 딸과 사위, 손주들과 함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을 찾았다. 정 씨는 미술관 내 위치한 카페에서 가족, 친구들과 담소 나누는 것을 즐긴다. 카페 창가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정 씨는 온연한 가을 날씨를 실감했다. 정 씨는 이곳을 “커피를 마시기에 제격인 장소”라고 말했다.

미술관 내 조성된 산책로와 쉼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주말 나들이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안정모(38, 경남 김해시 장유면 율하리) 씨도 가족과 함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안 씨는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서 가까운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 안 씨는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며 “미술관에 산책로와 공원이 있어 가족들과 사계절 내내 나들이 오기 좋다”고 말했다.

▲ 미술관 내 산책로를 걷고 있는 사람들과 아치형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시민들이 건축도자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어린이와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도자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점토의 조형적 기법을 이해하고 재료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 도자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가 점토로 만든 작품은 전문가의 손길로 소성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사진 출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홈페이지와 블로그).

건축도자 교육 프로그램 ‘아트키친(ART-KITCHEN)’은 건축 재료인 10여 가지 색의 타일로 작품을 만드는 활동이다. 아트키친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단체 예약이 끊이지 않을 만큼 인기가 많다. 관람객 안정모 씨는 교육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아트키친에 참석 못한 아이가 속상해서 울었다”며 “전에 체험했을 때 무척 재밌어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 왼쪽은 아트키친 내부, 오른쪽은 어린이가 타일로 도안을 완성하고 있는 모습(사진 출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홈페이지).

미술관 내 산책로와 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입구는 항상 열려 있다. 저녁에도 미술관 내 산책로와 전시관 건물 주변을 둘러 걸으며 운동하는 주민이 많다. 인근 주민 김모(43, 경남 김해시 진례면) 씨는 최근 들어 매일같이 이곳에서 이웃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씨는 산책로가 짧고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걷기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 제1전시관 돔하우스에서 ‘삶의 수작(手作) making life’展이 열리고 있다(사진 출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홈페이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6개월마다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올 하반기 기획전 ‘삶의 수작(手作) making life’展은 산업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도시민들이 일상에서 사라진 손작업에 대한 가치를 재인식시키려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다. ‘삶의 수작(手作) making life’展은 이달 8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110일간 돔하우스 제1, 2갤러리, 중앙홀에서 개최된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매년 주제가 있는 정원을 조성하여 관람객에게 보다 다양한 문화예술을 전하고 있다. 현재 돔하우스 우측 아티스트 가든에서 두 번째 정원전 ‘아버지의 정원-어떤 정원에 대한 현고학(現古學)적 사색’展이 마련돼 있다.

▲ 돔하우스 우측 아티스트 가든에서 야외 전시 중인 ‘아버지의 정원’展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아버지의 정원’展는 조경가 박승진과 건축가 정상철의 합작으로 70년대 도시 주택의 조그마한 정원을 재현했다. 이 전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소규모 개인 주택의 정겨운 모습을 낮은 담장과 정원의 식물, 빨간 우체통과 자전거, 개와 고양이 등을 통해 끌어내고 있다. 이 정원에서 주택에 살았던 사람은 추억을 만나고, 아파트 세대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계속된다.

▲ ‘아버지의 정원’展의 우편함과 정원, 제2주차장 쪽에서 담장 너머로 보이는 모습(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세라믹창작센터’를 운영하여 전문가의 예술 창작을 지원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세라믹창작센터는 예술가에게 건축도자 또는 도예 작업에 안정된 공간과 편리한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 유일한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이다 보니, 세계적인 도자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최근 이곳에서 한국과 호주 도예작가들이 만나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상반기 특별전 ‘한계를 넘어(Beyond Limitations)’展을 선보였다.

김해시 진례면 일대에서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10일간 김해도예협회가 ‘제20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개최한다. 이 축제 기간에 ‘김해분청도자관’에서 김해 분청사기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보고, 도자 예술의 현대와 미래를 감상하러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으로 가을 나들이를 떠나 보는 건 어떨까.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버스를 이용해서 가려면 부산이나 인근 도시에서 진례행 시외버스를 타고 진례농협에서 하차하여 미술관까지 5분가량 걸어가면 된다. 김해 시내에서는 김해 44번 버스를 타고 진례농협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김해나 부산지역에서는 경전철을 타고 수로왕릉역에서 하차하여 진례면 시내버스 44번을 이용하거나, 김해외동터미널에서 진례행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 진례행 버스를 타고 진례면사무소 또는 진례농협이 있는 곳에 하차에 5분 정도 걸어가면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도착한다(사진 출처: 네이버 지도 캡처).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관람권 매표와 입장은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휴관일은 1월 1일, 설, 추석을 비롯해 매주 월요일이다. 법정 공휴일과 겹치는 월요일은 정상 운영하며 그 다음날 휴관한다.

관람 요금은 성인은 2,000원, 중고등학생과 군인은 1,000원, 초등학생은 500원이다. 단체 관람은 20명부터 요금이 할인된다. 매월 둘째주 토요일,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드림데이로 당일 하루 동안 전시관 무료입장이 적용된다. 단, 체험프로그램은 제외된다.

도자 체험 프로그램 체험료는 완성된 작품을 굽지 않고 바로 가져가는 무소성(자기를 가마에 굽지 않는 것) 과정이 5,000원이며, 작품 제작 후 미술관 자체 시유(施釉: 기물의 표면에 유약을 입히는 일) 및 소성(가마에 굽는 일)을 거쳐 완성하는 소성 과정이 1만 원이다. 아트키친 체험료는 제품 별로 1개당 1만 원, 또는 1만 5,000원이다. 단체 20인 이상은 단체 할인 아이템에 한해서 20%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미술관 내 커피점 ‘폴인카페’에서 도자 장식, 티셔츠 등의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전시관 내 사진 촬영은 작품보호와 작가의 저작권 문제로 불가하지만, 전시관 외부와 야외 전시품 촬영은 관계없다. 관람 문의 연락처는 055-340-7070이며, 해당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clayarch.org)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