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무법자' 자전거족, 교통안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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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무법자' 자전거족, 교통안전 위협한다
  • 취재기자 성하연
  • 승인 2015.10.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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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한가운데 질주, 역주행도 일쑤..’ 자전거충(蟲),‘ 신조어도 등장

주부 이윤정(47, 부산시 북구) 씨는 최근 운전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이 씨는 어두컴컴한 저녁 부산 금곡동의 한 왕복 8차선 도로에서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1차선 한가운데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해오는 자전거가 나타났다. 그 자전거를 모는 사람은 노인이었는데, 이 씨를 비롯해서 당시 그 곳을 운행하던 운전자들은 도로 한가운데를 달리는 그 자전거에 너무 놀랐다. 이 씨는 “다행히 1차선으로 달리던 승용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비켜가는 바람에 큰 사고는 면했지만 너무 아찔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요즘 자전거 마니아들로 넘쳐나고 있다. 고급 자전거 판매량이 급증하고, 청소년들의 ‘등골 브레이커’ 아이템이 수십 만 원 짜리 패팅 점퍼에서 수백 만 원 짜리 고급 자전거로 옮겨 갔다. 그래서 길에는 자전거가 넘쳐나고, 그 대신 요즘 차로로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자전거 이용자들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차가 다니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자전거는 인도나 보도로 통행할 수 있지만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부 자전거 이용자들은 차도를 점령하는가 하면, 차도를 역주행하기도 하고, 소위 ‘떼빙(일반 차도에서 자전거들이 무리 지어 주행하는 행위)을 하는 등 법규를 위반하고 있다.

▲ 부산 전포 지하철역 주변 도로에서 한 청소년이 차도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성하연).

이처럼 도로 위 무개념, 혹은 이기적인 자전거 이용자들을 일컬어 ‘자전거 민폐족’으로 부르기도 하고, 자전거와 벌레 충(蟲)자를 합쳐 ‘자전거충’이라는 조롱 섞인 말까지 생겨났다.

그중 자동차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피해는 자전거가 차선을 점령해 도로 중앙을 달리는 경우다. 전직 택시 운전기사 이상언(50, 부산시 사하구) 씨는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에서 차선을 넘나드는 자전거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적이 많다. 이 씨는 “U턴을 하기 위해 차를 돌리는 순간,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쏜살같이 달려가는 바람에 학생을 칠 뻔했다”며 “너무 놀라 창문을 열어 학생에게 소리쳤지만 사과 한마디 없이 여전히 차도를 달려 달아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초보 운전자 이환희(25, 부산시 진구) 씨도 야간에 불도 안 켜고 질주하는 자전거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기 위해 첨단 장치를 사용한 비행기를 의미하는 스텔스기에 비유해서 야간에 불 안 켜고 다니는 자전거 이용자를 ‘스텔스족’이라고 부른다. 김 씨는 “초보 운전자에게는 밤길 운전이 두려운데, 갑자기 나타나는 스텔스족이 스트레스를 준다”며 “자전거가 전조등이나 후미등 없이 달리는 건 자동차가 헤드라이트 끈 채로 운전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하소연했다.

▲ 자전거의 전조등 장착과 미장착의 차이를 보여주는 방송화면(사진: XTM <코드제로> 방송화면 캡처).

자전거 동호회 회원 직장인 주웅섭(39, 부산시 북구) 씨는 자전거 마니아로서 자동차 운전자를 위협하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심기가 불편하다. 주 씨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 자전거는 법규에 따라서 꼭 도로 가장자리를 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씨는 자전거 이용자는 도로 가장자리를 달리면서도 전후좌우 차량을 주시해야 하며, 후미등, 전조등, 백미러 등 자전거 주행 안전장비를 꼭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씨는 “항상 자전거 이용자와 차량 운전자가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전거 이용자가 도로 위 차선을 점령하는 경우, 무리 지어 달리는 경우, 역주행하는 경우 등이 모두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된다”며 “자전거 이용자들은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법에서 규정한 최소한의 안전 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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