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 ‘민국이,’ ‘만세’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유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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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이,’ ‘민국이,’ ‘만세’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유명인’
  • 시빅뉴스 인도네시아 특파원 김제니
  • 승인 2015.10.09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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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 한국 드라마 같은 날에 보고, 한국 화정품 세일날엔 인산인해
▲ 수라바야 내의 쇼핑몰인 로얄 프라자(Royal Plaza)에서 열린 K-POP 경연대회(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만 보면 한국 드라마와 K-POP에 관련된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 문화에 빠졌다. 놀라운 것은 시간 차 없이 드라마나 K-POP이 한국과 동시에 인도네시아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경우, 한국에서 방영되자마자 인도네시아 유튜브에서 자막이 입혀진 영상이 뜬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인근 DVD가게에서 한국 드라마 DVD가 판매된다. 한국의 공중파 방송 드라마뿐만 아니라 케이블 방송의 드라마까지 섭렵해 제목을 줄줄이 꾀고 있는 인도네시아인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 드라마를 매일 볼 정도로 좋아한다는 고등학생 트릭시(17) 양은 인도네시아 드라마는 연기와 연출 모두 작위적이라서 보기가 싫다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쇼핑몰에 가면, 이따금씩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K-POP을 현지 인도네시아인이 한글 그대로 부르거나 K-POP에 맞춰 춤을 추는 경연대회가 열린다. 기자의 인도네시아 친구가 그 경연대회에 직접 참가한다고 해서, 응원하러 갔었는데, 기자도 잘 모르는 한국 신곡들이 인도네시아 K-POP 경연대회에서 쏟아져 나왔다. 또 이곳 노래방에도 K-POP은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노래방에는 심지어 한국의 최신 곡부터 예전 노래까지 빠짐없이 있었으며, 특히 아이돌 그룹의 노래는 전곡이 있다시피 했다. 이번 학기에 인도네시아에 교환학생으로 온 한국 대학생 손연주(20) 씨는 인도네시아 노래방에 한국노래가 최신 곡까지 빠짐없이 있는 것을 보고 매우 감탄했다고 말했다. 손 씨는 한국 노래를 부르려고 했더니 가사가 한글 그대로 발음한 형태의 영어로 적혀 있어서 신기했지만 따라 부르기가 힘들었다. 그런 가사를 보고도 잘 부르는 인도네시아 친구들을 보니 그만큼 한국 K-POP이 널리 알려진 것 같아서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기자가 한국인 몇 사람과 택시를 타자, 택시기사가 단번에 기자 일행이 한국인임을 알아보고는 K-POP을 택시 오디오로 틀어주었다. 기자 일행은 택시기사의 사소한 배려에 감동을 받은 채로 목적지에 도착했고, 택시비를 지불했는데, 거스름 돈을 적게 주는 것이 아닌가? 기자 일행이 잔돈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자, 택시기사는 뻔뻔하게도 노래 값을 더 받은 것이라고 말해, 우리 일행은 당황스러웠다. 결국 약간의 팁을 더 주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인도네시아 택시 기사가 한류를 영업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 인도네시아 가정에서 시청 중인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화면. 영어 자막이 밑에 나와 있는데, 상영 후 며칠 후면 이런 영어 번역 버전 한국 TV 프로그램이 나돈다(사진: 캐서린 씨 제공).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서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런닝맨><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인기가 대단한데, 사람들이 <런닝맨>의 모든 출연자 이름을 아는 것은 물론이며 <런닝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사인 지석진 아웃!”까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대한이,’ ‘민국이,’ ‘만세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며 연신 어색한 발음으로 귀여워~”를 외친다. 이처럼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인도네시아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한국 공중파 방송사 중 KBSSBS가 인도네시아 현지 TV에서 케이블 채널로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케이블과 마찬가지로 추가 요금을 내면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케이블 채널을 통해 매주 <런닝맨>과 같은 여러 한국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또한 케이블을 통해 KBSSBS뿐만 아니라 MNET, 아리랑TV도 접할 수 있다. 케이블 채널을 설치해 한국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인도네시아 학생 캐서린(16) 양은 한국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서 보는 것도 맞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워낙 한국인을 좋아하다보니 한국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인도네시아에서 공유하고 싶어 시청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수라바야내의 대형 쇼핑몰인 ‘갤럭시몰(Galaxy Mall)’내의 한국 화장품 에뛰드 매장이 개장 기념 할인을 하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섰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사진-갤럭시몰 인스타그램과 인스타그램 아이디 ‘arifinbh’ 제공).

인도네시아의 여성들은 한국 화장품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대형 쇼핑몰 안에는 여러 한국 화장품 매장이 위치해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 화장품 에뛰드의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화장품 매장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할인 행사를 갖는 것에 반해,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보다 4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화장품이 판매되지만, 할인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뛰드의 인기는 건재하다. 한 번은 수라바야내의 대형 쇼핑몰인 갤럭시몰(Galaxy Mall)’ 내의 에뛰드 매장이 개장 기념으로 50% 할인을 한 적이 있었다. 에뛰드의 인기에 걸맞게 많은 여성들이 몰려들었고, 결국 줄을 서서 차례대로 구매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는 쉘린(21) 씨는 에뛰드가 인도네시아 내에서 큰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에뛰드 제품을 사용한다고 많은 광고를 하기 때문이라며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들은 상당한 인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에뛰드가 인기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처음 만난 현지인들이 기자와 사진촬영을 요구해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사진: 취재기자 김제니).

인도네시아 한국인들은 부끄럽지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모든 한국인이 유명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적이 한국이라는 이유로 인도네시아인들이 보내는 한국인에 대한 환대는 상상 그 이상이다. 어디에서든 한국인에게 건네는 간단한 한국말 인사부터, 인도네시아인들은 뚫어질 만큼 뜨거운 시선을 한국인들에게 보낸다. 한국인들이 인사를 건네면, 인도네시아 인들은 수줍게 인사조차 못하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나 쇼핑몰, 관광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을 만나는 경우는 흔하다 못해 없으면 섭섭할 정도다. 교환학생으로 인도네시아에 체류 중인 한국인 전다은(21) 씨는 “한국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거리 사람들의 시선을 매일 받다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다”며 “학교에서는 인도네시아인과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약속을 잡는 경우도 있었고, 족자카르타에 여행을 갔을 때, 처음 보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를 통해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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