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기습 철거...부산시 vs 시민단체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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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기습 철거...부산시 vs 시민단체 갈등 심화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4.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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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행정대집행 이해 어렵다"... 오거돈 시장 면담 요구 / 신예진 기자

부산시가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기습 철거하면서 부산시와 공무원노조 등 시민단체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부산시는 공론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지만, 시민단체는 수용 불가 입장을 내걸며 오거돈 부산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조합원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회원 등 100여 명은 부산시청에서 부산시의 강제징용 노동자상 기습철거에 반대하는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들은 여전히 부산시청 안팎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오 시장이 면담에 응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시민단체들은 오 시장 출근 시간에 맞춰 항의 집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들을 피해 ‘007 작전’으로 출근했다. 오 시장은 부산 수영구 남천동 관사에서 관용차로 출발했다가 시청 부근에서 다른 차량으로 바꿔 타 시청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 출근 저지에 실패한 시민단체들은 이날 청사 앞에서 노동자상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는 친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오 시장과의 면담을 위해 부산시청 7층 시장실로 올라가려다 경찰에 막혔다. 일부는 청원경찰들에게 끌려 내려가기도 했다.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등 시민단체는 부산시청에서 강제징용노동자상 강탈 규탄 항의 집회를 벌였다(사진: 전국노조 부산지역본부 홈페이지).

결국 부산시는 논란을 진화시키기 위해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노동자상 철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오 시장은 노동자상 철거 이유로 “조형물 설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인근 지역에 고정작업이 계획됨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어 노동자상 설치 위치와 관련한 ‘공론화’ 과정을 제안했다. 더불어 ▲5월 1일 노동절 이전까지 노동자상 위치 결정 ▲부산시의회 등 시민동의 가능한 기구가 함께하는 공론화추진기구 구성 등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를 거부했다. 대표단의 오 시장 면담 요구는 불응하고, 일방적으로 입장문만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관계자는 “오거돈 시장은 최근 공론화를 제안해놓고 기습적으로 철거한 이유에 대해 ‘유감’이라는 말 외에 타당한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오거돈 시장이 친일 청산이나 역사 바로 세우기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와 오 시장의 ‘회피’도 시민단체를 분노케 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로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자, 부산시는 “내일 얘기하자”고 전했다. 끝장 집회 중인 시민단체가 분노하자, 부산시는 오 시장의 업무가 끝나는 8시까지 기다릴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관계자는 “노동자상은 8000여 명의 시민과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세운 것”이라면서 “노동자상에 관한 면담을 미루는 것은 부산시민과 시민단체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등 시민단체는 부산시청에서 강제징용노동자상 강탈 규탄 항의 집회를 벌였다(사진: 전국노조 부산지역본부 홈페이지).

한편 부산시는 지난 12일 오후 6시쯤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 있던 노동자상을 행정대집행에 나서 철거했다. 시민 성금으로 제작한 노동자상은 지난해 5월 1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건립특위)가 일본 영사관 앞에 설치하려다가 제지돼, 임시로 장군 동상 앞에 설치한 것이다. 부산시는 이날 철거한 노동자상을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겨 놨다.

문제는 강제징용노동자 상에 대한 부산시의 ‘기습 철거’다. 행정대집행 하루 전인 11일 건립특위와 동구청은 노동자상을 동구 쌈지공원에 이전하기로 정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를 반대하며 제3의 장소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부산시는 12일 낮 12시쯤 건립특위에 공문을 보내 이전에 관한 위원회, 동구청, 시의 논의를 제안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공문을 보낸 당일 오후 6시 동상을 기습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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