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암표 기승...2만 원짜리가 10만 원에 팔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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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암표 기승...2만 원짜리가 10만 원에 팔리기도
  • 취재기자 안신해
  • 승인 2015.10.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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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은 새벽부터 줄서기..."인기 좋지만 바가지 너무 심하다," 팬들 울상

지난 1일 개막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바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년간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더 다양한 소재와 이벤트를 마련해 개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뜨거운 예매 열기는 영화제를 향한 관객의 관심을 입증한다. 9월 22일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작한 개·폐막작 티켓 예매는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개막작 <주바안>은 1분 30초, 폐막작 <산이 울다>는 2분 50초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영화제를 즐기려는 사람은 많지만 좌석은 한정되어 있어서 예매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온라인 예매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영화제를 보기 위해 현장에서 밤을 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영화제 기간 동안 매표소에서 당일 상영작 좌석의 20%를 선착순으로 현장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표소 중에서도 밤샘 줄서기가 가능한 곳들이 있어 사람들은 전날 저녁부터 담요, 텐트 등을 챙겨와 줄을 서서 기다린다.

특히 4일 현장에서 티켓을 판매하는 날엔 아침 8시부터 매표소 앞에 늘어선 줄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속에는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외국인들까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자원봉사자들은 전날 저녁 9시부터 줄을 서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현장판매를 하고 있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와서 줄을 섰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코드번호 *** 매진입니다!”라고 외치는 자원봉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줄 뒤쪽에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영화제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부산을 찾은 백하정(16, 서울특별시 광진구) 양은 현장판매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차례가 채 되기 전에 원하는 영화 티켓이 매진되어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 유아인을 더 가까이서 보고 소통하고 싶어서 영화제를 찾았지만, 정작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백 씨는 “어제는 새벽부터 줄을 서서 티켓을 구매하고 영화제를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너무 늦은 것 같아 아쉽다”며 "영화제에 갈수만 있다면 가격이 2~3배 비싸더라도 당연히 암표를 살 것"이라고 답했다.

▲ 밤샘 줄서기가 가능한 현장예매 매표소. 일렬로 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사진: 취재기자 안신해).

현장판매 티켓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고 이마저도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구매할 수 없다. 이렇게 예매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온라인에선 암표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온라인 예매가 끝나자마자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는 티켓 판매 게시글로 넘쳐났다. 그러나 거래되고 있는 티켓들이 정상가보다 몇 배나 비싸게 팔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제 표의 정상가격은 일반상영작이 6,000원, 개·폐막작이 2만 원이다. 그런데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선 값을 2~3배 부풀려 평균적으로 일반상영작을 2만 원, 개·폐막작을 6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개막작 같은 경우엔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기 때문에 그 가격은 더 높다. 연예인들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앞쪽 좌석들은 10만 원까지도 거래됐다.

▲ 한 장에 1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영화제 개막식 티켓(출처: 중고나라 캡처).

정상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암표는 불티나게 팔렸다. 돈을 더 주고서라도 표를 사고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판매자뿐만 아니라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의 글도 많이 올라온다. 이들은 웃돈을 더 주고서라도 거래를 하겠다고 하며 스스로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자신에게 팔라고 말한다.

암표 문제는 비단 온라인에서뿐만이 아니다. 현장에서도 암표 거래는 행해지고 있다. 개막식이 열리던 날 기자는 그 현장에 있었다. 야외극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 많은 인파 사이로 눈치를 살피며 서성거리는 몇몇 사람들이 포착됐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들은 “표 팔아요. 자리 아주 좋습니다”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정상가보다 2배가 넘는 5만 원이었다. 입구 바로 앞에서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대학생 최지형(25,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씨는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아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암표상들의 매매행위 때문에 화가 난다. 최 씨는 “예매가 시작된 당일부터 티켓을 판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건 손가락질 몇 번 빠르게 움직여서 이득을 보려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작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암표는 팔지도 사지도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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