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수산물’ 한국 밥상 못 오른다...WTO “수입금지 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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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수산물’ 한국 밥상 못 오른다...WTO “수입금지 타당”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4.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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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소는 아니다...제재 해제 요구 지속할 것" / 신예진 기자

세계 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한국의 손을 들었다.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조치가 WTO 위생 및 생물 위생(SPS)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할 방침이다.

12일 정부는 “WTO 상소기구가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1심 패널 판정을 파기하고 우리의 수입 규제 조치가 WTO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면서 “정부는 WTO의 판정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을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상소심의 최대 쟁점은 ‘차별성’ 문제였다. 1심에서는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검사 수치가 다른 국가들과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는 ‘자의적 차별’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상소심에서는 식품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도 고려했어야 한다며 상소기구가 그 뜻을 바꿨다.

상소기구의 ‘불필요한 무역 제한성’에 대한 해석도 1심과 달랐다. 1심은 “정량적 기준(1mSv/year·방사선수준) 만을 적용해 한국의 조치가 지나치게 무역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소기구는 “패널이 정량적 기준 외에 자연방사능 수준 등 ‘정성적 기준’을 같이 검토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며 앞선 판정을 파기했다.

이 외에 ‘잠정조치 여부’와 관련해 1심은 우리나라의 조치가 임시적으로 시행하는 잠정조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봤다. 그러나 상소기구나 제소국인 일본이 제기하지도 않은 사안을 1심 패널이 판단한 것은 패널의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절차상 조치의 불명확성’ 가운데 우리 정부가 수입규제조치 관련 정보를 일본에 불명확하게 공개한 부분에 대해서만 ‘협정위반’으로 판단하며 1심의 판정을 인용했다.

이번 분쟁은 우리 정부의 ‘임시 특별조치’가 발단이 됐다. 정부는 2013년 9월 9일 도쿄전력 원전 오염수 유출 사실 발표 이후, 일본 8개 현의 수산물 모든 품목과 농산물 일부 품목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모든 일본산 수입 식품 검사 결과 방사능 미량 검출 시, 추가 17개 핵종 검사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반발해 2015년 5월 21일 우리 측 조치의 일부를 WTO에 제소했다. 일본을 상대로 수입금지 조처를 한 국가들 중 한국만 골라 제소했다. 한일은 이에 대해 양자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이후 일본 측은 1심을 위한 WTO 패널 설치를 요청했고, 1심은 차별성과 무역 제한성 등 중요 쟁점 2가지 등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 사실상 한국의 패소 판정을 내렸다. 우리 정부는 불합치 부분의 논리를 보강해 같은 해 4월 9일 패널 판정에 대해 WTO 상소를 제기했다. 결국 이번 12일 상소기구는 일본 측이 제기한 4개 쟁점 중 일부 절차적 쟁점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우리 정부의 편에 섰다.

WTO는 국제분쟁 발생 시 2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상소심 승소로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한과 관련해 국제법적으로 최종 승소했기 때문에 완전히 부담을 덜게 됐다. 정부는 일본 8개현의 모든 수산물은 앞으로도 수입을 금지하고, 방사능 검출 식품에 대한 검사증명서도 계속 요구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산 식품의 방사능 관리기준을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앞서 상소기구 판정을 앞두고 1심 판결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간 SPS 관련 분쟁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 정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승소하면 나머지 국가의 수입 제한도 풀리지 않겠냐는 전략을 짠 것 같다”면서 “우리는 좋지 않은 결과를 대비해 검역 및 원산지 표시 강화 등을 차근차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예상치 못한 판결에 일본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심 판결을 존중하라’고 외쳤던 과거와 달리, “패소는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한국에 수입 금지 해제를 계속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이 12일 WTO 상소심 결과에 대한 일본 측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NHK 캡쳐).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의 주장이 인정받지 못한 것은 진정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해 모든 제재조치 폐지를 요구해 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상소기구가 ‘일본산 식품은 화학적으로 안전하고, 한국의 안전기준을 달성했다’는 1심의 판단을 취소한 것은 아니다. 일본이 패소했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도 담화를 통해 “진정으로 유감”이라면서 “한국에 대해 조처의 철폐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상소기구의 보고서 내용을 분석해 향후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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