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교수의 에너지와 국제정치] 에너지 정책의 화이부동(和而不同): 화석연료와 신재생 에너지의 조화
상태바
[이철우 교수의 에너지와 국제정치] 에너지 정책의 화이부동(和而不同): 화석연료와 신재생 에너지의 조화
  • 충북대 이철우 교수
  • 승인 2019.04.11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철우 교수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다름은 객관적인 모습이고, 틀림은 주관적인 판단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관용과 공존을 추구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가 갈등을 줄여준다.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수요를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원으로 충족시키는 에너지 시스템의 최적화는 화이부동의 물리적인 구현이라 할만하다. 그래서 에너지 문제는 어느 에너지를 버리고 어느 에너지를 취하느냐 하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다. 에너지 시스템의 화이부동은 여러 형태 에너지의 차이로부터 조화로운 에너지 조합을 구현하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와 화석연료는 환경부담 측면에서 서로 다르다.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는 물과 공기를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도 에너지를 모으기 위한 설비의 제조, 운반, 설치에도 에너지가 소비되므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환경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평균수명이 30년인 태양광 발전설비도 설비구축에 소비된 전력량과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회수)하는 기간(에너지 회수시간, EPBT: Energy Payback Time)이 지난 다음에야 친환경 발전이 된다. 그런데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제조에 소비되는 전력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됐으므로 태양광 발전이 지구 전체에 미치는 친환경성을 단순하고 쉽게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스웨덴에서 나왔다. 이는 우리가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친환경성을 따져야 한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바이오연료를 제외한 신재생 에너지는 대부분 전기로 생산되는 반면, 화석연료는 연소시켜 열과 전기를 얻기도 하고, 소재물질(플라스틱이나 비날론처럼 석탄이나 석유로 추출되는 공산품의 원료)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화석연료의 쓰임새가 열과 전기라는 에너지 이외에도 엄청나게 광범위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화석연료인 석탄과 함께 등장한 증기기관이 인간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또 원유는 내연기관의 발명과 함께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인간의 활동공간을 확대시켰다. 이 때문에 화석연료는 그 사용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고 하나, 앞으로 수십 년간 여전히 전 세계의 주요 1차 에너지원의 지위를 잃지는 않는다.

화석연료의 쓰임새가 열과 전기라는 에너지 이외에도 엄청나게 광범위하다. 그래서 화석연료는 그 사용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고 하나, 앞으로 수십 년간 여전히 전 세계의 주요 1차 에너지원의 지위를 잃지는 않는다(도표: 이철우 교수 제작).

화석연료는 에너지와 각종 소재물질(공산품 원료)로서 현대 문명을 떠받치고 있는 만큼 일반상품처럼 거래되는 반면, 신재생 에너지에서 얻는 전기는 판매(거래)가 쉽지 않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소량의 전력을 넓은 지역에 흩어진 많은 곳에서 간헐적으로 생산되는 신재생 전기를 소비자에게 고품질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기존 전력망을 혁신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따라서 신재생 전기는 자유경쟁시장에서 판매가 용이치 않다. 한편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휘발유 가격의 54.6%, 경유 가격의 45.9%가 세금인 데서 알 수 있듯이, 화석연료는 각국 정부의 주요 세원인 반면, 신재생 에너지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에너지다.

각국은 화석연료에 세금을 부과해서 주요 세원으로 삼는다. 위 그래프의 빨간색은 각국이 석유에 부과하는 세금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각국의 유류 가격구조를 보면, 정유사의 마진보다 정부의 조세가 훨씬 크다(도표: Taxes on Oil, OPEC Data/Graphs).

원유와 천연가스가 특정지역에 많이 부존하는 것처럼, 신재생 에너지 자원도 전 세계에 고루 분포하지는 않는다. 태양광에 필요한 일조량은 위도와 기후조건에 좌우되며, 풍력에 필요한 바람은 어디서나 고르게 불지 않는다. 이처럼 신재생 에너지도 지역적으로 편재하며, 발전시간에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설비를 기존의 발전 시스템과 연결시키려면 에너지원 확보의 간헐성과 지역성을 보완할 전력의 디지털화, 전력 저장장치, 예비설비 등이 필요하다. 신재생발전설비는 시설용량만큼 발전이 지속되지 않으므로 안정적으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기 저장장치나 비상발전설비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 설비는 활용이 아주 제한적이고 고비용 설비다. 또한 태양광 발전처럼 직류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나 전력 저장장치를 기존의 교류 송전 시스템과 연결하기 위한 교류 변환은 에너지 손실과 추가비용을 발생시킨다. 직류를 교류로 변화하지 않으려면 송배전망을 직류로 바꾸어 주어야 하는데, 이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풍력발전에 필요한 고성능 자석은 네오디늄과 같은 희토류가 필요하고, 태양광 패널에는 인듐이나 갈륨 등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의 희토류 생산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그런 환경오염을 방지하려면 결국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될 수밖에 없다.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단위 부피 당 생산되는 에너지양이 작아서) 넓은 지역에 걸쳐 설비를 갖추어야 하는 만큼 토지의 활용 측면에서 환경적인 부담을 안겨준다. 풍력 터빈의 작동 소음과 태양광 패널의 반사광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까이 하기에 부적합하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의 설비를 전주기적으로 평가(전주기 평가, LCA: Life Cycle Assessment)할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친환경적이지 않다.

따뜻한 창가에서 느긋하게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커피콩을 따고, 모아 고르고 말린 사람들의 땀이 배어있듯이, 신재생 전기가 생산되고 소비되기까지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과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의 에너지원 자체는 청정하고 공짜지만 그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내기 위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이게 사실상 에너지 자원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 기회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산업화 초기에 우리의 석탄을 주 연료로 삼아 산림녹화의 기반을 닦았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던 나라에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조선산업을 일으키고 원유를 정제해 수출할 뿐만 아니라, 석유시대의 총아인 자동차를 만들고 팔아 20세기 석유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석유가스 자원의 축복을 받지 못했으나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연관산업 내지는 연관기술(이를 ‘가치사슬’이라 한다)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석유시대에 적응했던 경험을 비추어보면, 우리는 신재생 에너지 생산에 주력하기보다 신재생 에너지의 연관기술이나 연관산업에 적응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시대의 핵심 연관기술 중 하나가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배터리, 전지)이다. 이 방면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 가운데 하나가 고효율의 안전한 전지 개발 및 생산 능력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기업이 전 세계 전기자동차 전지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전지가 바로 제2의 반도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이 분야의 압도적인 경쟁력 확보를 우리의 도전과제로 삼을 만하다.

이와 관련하여, 울산과기대의 이상영 교수팀이 고효율 고체 이온전도체를 개발했다는 4월 8일자 뉴스는 반갑기 짝이 없다(기존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액체 전도체를 사용해서 열을 발생시키는 위험이 있음). 이 교수 팀의 연구가 발전해서 고체 이온전도체를 기반으로 안전한 고성능 고체 전해질을 생산하여 전지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다면, 우리가 신재생 에너지 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화석연료와 신재생 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여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 에너지의 화이부동은 화석연료와 신재생 에너지의 시너지를 찾는 일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