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실은 ‘잠과의 전쟁 중’...밤에 게임, 알바, 유튜브 하다 낮에 학교에서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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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실은 ‘잠과의 전쟁 중’...밤에 게임, 알바, 유튜브 하다 낮에 학교에서 '쿨쿨'
  • 취재기자 최유진
  • 승인 2019.04.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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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학생 방치하면 대학 교실도 붕괴” vs “특별한 사정 있겠지”...교수들 의견도 제각각 / 최유진 기자

초·중·고 교실에는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과다 학업으로 인한 수면 부족, 학업 포기로 인한 의욕 상실, 대입 전략과 무관한 과목 등을 이유로 아예 수업 중 자는 학생들이 생기면 대개는 교사들이 방관한다. 그래서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학 강의실에서도 강의 시간에 쏟아지는 졸음에 겨워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과연 대학 교실도 붕괴되고 있는 것일까?

한 대학의 강의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지방의 A 대학 교양 수업 강의실. 2시간짜리 수업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고개를 떨군 채 혹은 엎드려 자는 학생이 여럿 보인다. 같은 대학 다른 강의실. 상황은 비슷하다. 열심히 강의 중인 교수님을 아랑곳 않고 아예 엎드려서 깊은 잠에 빠진 학생이 곳곳에 보인다. 이처럼 수업 중에도 수업을 듣지 않고 자는 학생들이 초·중·고에 이어 대학으로 번지고 있다. 수업 중에 잠을 자는 학생들이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의 B 대학교에 재학 중인 전인혜(22, 부산 해운대구) 씨는 오전 9시에 진행되는 아침 수업을 수업 중 졸거나 자는 이유로 꼽았다. 그녀는 “9시 수업에 출석하려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등교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저것 하다가 밤 12시 이후에 자면 몇 시간 못자고 학교에 간 셈이니 수업 중 잠이 올 수밖에 없다”며 이른 기상시간과 부족한 수면 시간을 그 이유로 지적했다.

봄철 식곤증 때문에 잠이 온다는 학생도 있다. C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승미(22, 부산 영도구) 씨는 “오후 1, 2시 수업이 가장 힘들다. 점심 밥을 먹고 수업을 들으려니 쏟아지는 식곤증 때문에 잠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류춘호 교수도 “아무래도 식곤증의 영향이 있는지 점심 이후의 시간에 조는 학생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의실 환경이 졸음을 유발한다는 것을 이유로 꼽은 학생도 있었다. B 대학교 공민식(23, 부산 남구) 씨는 “밀폐된 강의실에 많은 사람들과 붙어있다 보니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져 잠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사람들은 쉽게 졸리게 된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호흡을 하면 내뱉는 숨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이산화탄소가 졸음을 유발하게 된다.

학업에 대한 흥미 부족을 이유로 든 학생도 있었다. D 대학교의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익명의 학생은 “까다로운 전공 수업은 이해가 안되고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엄청 지루하고 집중이 안된다. 그런 상태에서 수업을 들으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졸음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먼 거리 통학에 지쳐서”, “학점에 욕심이 없어서”, “교수님이 소통 없이 책만 쭉 읽어서” 등 여러 의견이 있었다.

졸거나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향한 교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홍익대 류 교수는 “졸린 학생은 강의실 뒤로 나가서 서 있다가 들어오라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졸음을 참지 못한다면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조는 것보다 잠깐 엎어져 자고 나서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내버려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세명대 김기태 교수는 “(엎드려 자는 학생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 등이 있을 것으로 보여 크게 나무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끼리 내 눈치를 보면서 금방 깨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잠자는 학생들을 일부 방관하는 교수들이 있는 반면, 엎드려 자는 학생을 용납하지 않는 교수들도 있다. B 대학의 한 교수는 “교수가 수업하는 데 엎드려 잔다는 것은 학생의 도리가 아니다. 잠이 부족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결석처리를 안 한다는 조건으로 차라리 강의실을 떠날 것을 학생들에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엎드려 자는 학생이 느는 것이 대학 교실이 붕괴되는 것처럼 보여 방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학 등급별로 자는 학생의 차이가 있을까? 서울대 송기호 교수는 “전공이나 교양이나 대체로 자는 학생이 거의 없다. 아이들이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명대 김기태 교수는 “전공수업 시간에는 (자는 학생이) 거의 없고 교양수업 시간에는 간혹 잠을 자는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 수준별 수업집중도의 차이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다만, 학교에 상관 없이 학생의 동기부여 등 개인차에 수업 참여의 정도가 달렸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부산 C 대에 재학 중인 신예림(22, 부산시 강서구) 씨는 “잠이 올 때도 있지만 학점관리를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졸음을 쫓고 버티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C 대학교 장예지(22, 부산시 사하구) 씨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그러나 대체로 학과 교수님이 가르치는 전공 수업은 조는 학생이 적고, 선택과목 등 다른 전공 수업이나 교양수업 때 자는 학생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의 집중도는 조는 학생의 비율에 영향을 준다. 이는 곧 저학년이 고학년보다는 졸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D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재민(26, 울산시) 씨는 “1학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피곤하면 그냥 잤는데, 취업도 있고 하니까 평점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잠을 안자려고 노력한다. 과거 1, 2학년 때 졸아서 학점을 못 받았던 행동이 지금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강의실 잠과의 전쟁에 원인은 많지만 역시 가장 큰 원인은 절대적인 수면시간의 부족이다. 취재 중 많은 학생들은 잠자는 시간이 서너 시간, 많아야 너댓 시간이라고 응답한 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부족한 수면 시간은 낮에 수업시간에 최대한 엎드려 자면서 보충한다는 것이다. 왜 대학생들은 잠자는 시간이 부족한 걸까?

밤늦게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기 때문이라는 학생들이 있었다. 김선영(22, 울산시 중구) 씨는 밤마다 자기 전 유튜브를 즐겨본다. 김 씨는 “동영상 하나가 대체로 5~10분 정도 하는데 하나를 보기 시작하면 또 보고 싶은 추천(연관) 동영상이 계속해서 뜬다. 그렇게 하나둘 보기 시작하면 결국 한두 시간 혹은 두세 시간이 후딱 간다”고 말했다.

휴대폰으로 웹툰, 드라마, 영화, 영국 프리미어 축구 경기 등을 보다가 충분한 수면 시간을 놓지는 사람들도 많다. 토트넘 팬인 이선주(23, 부산시 서구) 씨는 “실시간 경기를 본다는 짜릿한 생각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특히 손흥민 경기가 있을 때는 자지 않고 버티다가 새벽 경기를 본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늦게 집에 들어 와도 좋아 하는 게임을 꼭 한두 시간 하다가 자는 경우가 많다는 학생들도 있었고, 생계 때문에 새벽 한두 시까지 알바를 하고 늦게 잤다가 다시 오전 수업에 가니 하루종일 수업시간에 졸음을 참을 수 없다는 학생도 있었다.

대학생들의 이런 잠 못드는 야행성 생활이 대학 캠퍼스를 잠에 취하게 만든다. C 대학교 강수미 교수는 “대학은 취업하기 전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곳이다. 대학 교실에서 엎드려 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최근 학생들이 자는 것을 방관하는 교수들이 많다는 얘기를 학생들한테 들었다. 자는 학생을 묵인하는 교수들은 대학 교실을 붕괴하도록 방치하는 것과 같다.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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