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지금 ‘술과의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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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는 지금 ‘술과의 전쟁’ 중
  • 김혜경
  • 승인 2013.01.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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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대는 올해부터 신학기 모든 행사에서 술을 금지하고 있다. 이 대학 한방스포츠의학과는 최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신입생 환영회를 ‘무 알코올’로 진행해 참가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음료수가 술을 대신했고, 자기 소개 시간, 인간 윷놀이, 퀴즈 등의 레크리에이션이 음주를 대신했다. 이 학교 학생회장 김가온(24) 씨는 “처음엔 일부 학생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술 마시는 것보다 훨씬 분위기가 좋았고 후유증도 없었다.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앞으로 모든 학과 행사는 무알코올로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매년 3월이 되면 대학가는 술 취한 학생들로 인해 몸살을 앓는다. 개강 시즌을 맞아 학과별 신입생 환영회나 동아리 모임이 쉴 새 없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 환영회는 대학 새내기들을 축하하고 선배들이 대학생활에 대한 ‘비법(?)’을 알려주는 행사였다. 그러나 오늘날 신입생 환영회는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술이 취한 채 밤새 길거리를 배회하는 행사로 전락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대학 새내기들은 술 새내기들이기도 하다. 물론, 고교 시절에 한두 잔 일탈의 추억을 가졌던 새내기들도 있겠지만, 허리띠를 풀고 자신의 주량껏 마신 경험을 가진 새내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새내기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는 주량 이상의 술을 마시게 된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김혜성(20) 씨는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해서 술을 마셔야 하는 환영회에서 친목을 다지는 것이 힘들다. 술 없는 다른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성대학교 유아교육 학과에 재학 중인 하지혜(22) 씨도 “이제는 술이 아닌 새로운 내용의 환영회가 자리 잡아야한다”라고 말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지난 2월 24일 복지부 장관실로 전국 18개 대학교 절주 동아리 회장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으며, 그 직후인 2월 27일, 전국 348개 대학 총학생회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각 대학 총학생회가 대학 내 음주사고 예방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전 장관은 서한에서 “신입생 환영회 등 학기 초 각종 모임에서 잘못된 음주문화가 한창 꽃피워야 할 젊음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대학 내 절주 운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건 복지부는 2007년부터 ‘대학생 음주 문화 개선’ 사업으로 전국 18개 대학 절주 동아리에 연간 300만원을 지원했고 올해부터 전국 모든 대학에 절주 동아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학과 특성을 살린 이색 환영회도 생겨나고 있다.

경성대학교 체육학부는 10년째 광안리 달리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학교에서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왕복 7km 거리를 달리는 것이다. 신입생 환영회를 겸해 하는 이 행사에 신입생과 학부생 150여명이 함께한다. 이 학부 정종철(22) 씨는 “모두가 함께 땀 흘리고 협동심을 기르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강인한 체력을 가진 우리 과 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행사인 것 같아서 더욱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동의대학교 음악학과는 3월 30일 석당아트홀에서 '신입생 음악회'를 열었다. 관현악, 성악, 피아노, 작곡 등의 파트에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신입생들이 공연을 펼치고 실용음악 파트는 신입생과 선배가 함께 팀을 이뤄 합동 공연을 진행한다. 보컬을 맡고 있는 신입생 김보우(19) 씨는 “합주실에서 선배들과 함께 연습하며 호흡을 맞추다보니 어느새 친해졌다"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술은 없었다.

그리고 경운대학교 역시 이색 신입생 환영회를 열었다. 이 대학 임상병리학과는 3월 13일 교수와 학생이 함께 학교 뒷산 정상에 올라가 대학생활에 관한 설명회와 토론회를 가진 후 다과회를 갖는 것으로 신입생 환영회를 대신했다. 이 대학 물리치료학과는 3월 14일 교수와 학생 115명이 참여한 가운데 금오산 대혜폭포까지 등반한 후 등산로 주변에 흩어진 쓰레기를 줍는 자연보호활동을 펼쳤다.

또, 경호학부는 역시 3월 20일 대학 체육관에서 선배들이 "후배를 사랑으로 대하고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선서와 함께 신입생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연 후 체육경기를 통해 친목을 다지는 것으로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했다.

신학기의 대학가는 이렇게 술과의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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