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이 본 오늘의 기사] 언론 불변의 원칙: 정확성·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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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이 본 오늘의 기사] 언론 불변의 원칙: 정확성·공정성
  • 편집국장 차용범
  • 승인 2019.04.0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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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차용범

‘정확성’과 ‘공정성’은 현대 저널리즘의 2대 전통적 과제다. 미국 저널리즘 교육의 베스트셀러 <News Reporting & Writing>(Missouri Group)은 서문에서부터 강조한다, “언론은 ‘뉴스’를 재정의(재해석)하려 노력하지만, 정확성·공정성은 불변의 원칙”이라고. 언론윤리 논의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언론현장의 다양한 선택과정 속에서 각 언론은 어떤 판단기준을 가져야 할 것인가? 예를 들면, John Merrill의 TUFF 공식 같은 것이다.

언론의 TUFF, Truthful(진실성)-Unbiased(비편향성)- Full(완전성)-Fair(공정성)이다. 그러나, 언론현장에서 완전히 진실하고, 비편향적이며, 공정한 보도란 신(神)의 영역일 터. 그래서 나온 경구들이 있다. 워싱턴 포스트 대기자 밥 우드워드(Bob Woodward)는 ‘진실성’에 대해, “진실을 추구한 최선의 시도”를 얘기한다. 공정보도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BBC는 이 부분의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있다.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We don’t take a side).“

기자들은 자기책임 앞에 어느 정도 만족하나?

오늘의 기사에서 그 언론의 전통적 과제를 다시 생각한다. 우리 기자들은 일상적으로 사실(facts)을 발견하고 기사를 쓰며, ‘기자의 책임’ 앞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 그 기사가 어느 정도 정확했고 공정했는지, 스스로 되묻고는 있는가?

우선 사실관계.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경제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 우리 경제현안에 대해 주문사항을 들었다. 전날까지 “소득주도성장은 세계적으로 족보 있는 이야기”라며, 특유의 논리를 강조하던 대통령이 전직 경제 관련 전직 고위관료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나선 것이다. 왜? 그 배경에 관한 설명은 없다.

돌이키면, 대통령은 전날 시민단체 대표 간담에서 ‘충격적 고언’을 들은 듯하다. 한 청년이 정부정책에 대한 실망·분노를 드러내며 눈물을 흘렸고, 분위기가 엄중해 지면서 청와대는 취재진의 퇴장을 요청했다. 비공개간담에서도 대통령은 한동안 말문을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선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참모를 책임지고 내보내달라”는 질타 겸 문책요구도 있었다. 이 ‘팩트’ 앞에 대통령은 어떤 얘기든, '생생한 고언'을 듣기로 했을까.

경제계 원로간담회를 보는 두 갈래의 보도

이 경제계 원로간담회를 다룬 두 갈래의 보도를 본다. 우선, 독자취재 없이, 청와대 브리핑으로 구성한 기사다. 제목부터 아무런 가치지향이 없다. 대통령이 경제계 원로로부터 경제계 전반 및 현안을 들었다, 참석자는 누구누구다,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화를 소개했다. 누구는 어떤 발언을, 누구는 어떤 얘기를 했다(...)

지난 3일 청와대에서 경제계 원로 초청 오찬 간담회가 진행됐다(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발언 부분. “최근 한국이 ‘3050클럽’에 들어가 무척 자랑스럽다, 앞으로 남북한 및 해외교포 등 8000만 국민의 경제공동체를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격려했다. 정 전 총리는 “북미, 남북 정상회담만이 아니라 남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면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독자취재를 거쳐 발언의 사실관계와 진의를 확인한 기사. “최저임금·52시간, 역효과 내고 있다”-제목부터 논조가 뚜렷하다. 경제계 원로들 청와대 간담 쓴소리, “소득성장·혁신성장은 상충”..., 부제들만 봐도 간담회의 흐름을 짐작하겠다. 발언의 맥락 역시 잘 짚고 있다. (...)간담회에선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은 상충된다”고 지적했다고 언론과의 통화에서 밝혔다(...). 박승 전 한은총재는 행사가 끝난 뒤 전화통화에서 "(참석자들 사이에서) 최저임금, 노동개혁에 대한 의견차이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정운찬 전 총리의 발언도 보도의 결이 확연히 다르다. 그는 이날 “소주성은 경제 아닌 인권정책...최저임금 인상 속도 너무 빨라” 같은 소신들을 언론들에 쏟아냈다. 한 언론은 확인취재를 개가(凱歌) 부르듯, 청와대 서면브리핑을 꼬집었다, “원로들의 따끔한 지적들이 상당수 빠지거나 두루뭉실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뒤끝도 뚜렷했다, “청와대의 서면 브리핑에 나온 자신의 발언을 본 한 참석자는 ‘이런 식으로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할 거면 뭐하러 원로들을 초청했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공정성 상실? 실은 한 쪽 편든 결과일 뿐

이쯤이면, 기자의 일상적 업무, 그 사실을 찾아 기사를 쓰는 일이 (가끔)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 사실을 찾았더라도, 기자가 겪을 수 있는 ‘제한’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결국 기자는 자기 책임 앞에 더 겸허해야 하는 것이다. 기사의 정확성을 장담하지 못하는 한, 그 ‘진실을 추구하는 최선의 시도’는 실패한 것이다. 기사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고는 사회의 신뢰를 상실할 것이다.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우리 언론들이 저지르는 부정확한 보도는 사실 공정성을 망각했기 때문이며, 그 불멸의 가치 공정성을 잃는 것은 실상 스스로 한 쪽을 편들기 위해서였음을-. 그래서, 전가의 보도처럼 ‘팩트 체크’를 내세우는 언론일수록 그 정확성·공정성에 대한 논의는 더 철저하고 가혹해야 할 것임을-. 오늘 한 경제학자는 칼럼에서 경고한다. 우리나라가 중남미처럼 추락하지 않으려면 권력의 부패부터 막아야 하고, 권력의 부패를 막으려면 건전한 언론 등의 권력감시와 비판기능이 중요하다고. 언론이 그 막중한 존립가치를 망각한 채 권력감시 대신 자기이기 논리에 빠져있다면, 그건 민주사회를 좀먹는 해악적 존재일뿐 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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