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이 본 오늘 이 기사] 대통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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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이 본 오늘 이 기사] 대통령 대변인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4.0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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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예진 기자

전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 그는 현 정부가 전쟁을 선포했던 ‘부동산 투기’ 문제에 걸려 불명예 퇴진했다. 퇴진 이후에도 그는 ‘뉴스메이커’이다. 그의 ‘실패’를 증명하는 속보가 잇따르고 있다.

그는 청와대 대변인 시절, 그의 표현대로 ‘까칠한’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그는 “재임 중 ‘정권보호와 관련 있는 문제라면 거친 언어로 ‘돌격대’를 자처했다”는 한 언론의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실상 그가 고별사에서 보인 언론관을 보면, 그는 나름의 진영논리적 우월감을 가진 듯하다. 그러나, 그건 근거없는 독존이요, 언론윤리에의 무지, 사회에 대한 오만일 따름이다. 오죽하면 진보적 언론비평지조차 “김의겸의 행보는 언론인 롤모델의 실패를 재차 증명했다”고 못질했을까.

오늘의 속보 몇 토막. 먼저 “'김의겸 건물' 10억 대출할 때 가게 4개를 10개로 서류 조작”했다는 기사다. 국민은행이 대출액수를 늘리려 임대료를 더 받을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은행은 대출근거로 삼아야 할 외부 감정평가서를 묵살, 대출서류를 조작했다. '특혜대출' 의혹의 후폭풍도 거세다. 이로써, 우리의 의문 한 가지는 풀렸다. 그가 현 정부의 대출기준에도 턱없이 많은 대출을 받은 이유다. 어떤 ‘힘’이 작용했건, 은행은 대출서류를 조작하며 그에게 기준이상의 거액 10억 원을 대출해 준 것이다.

또 하나의 기사. “얼마나 좋기에… 김의겸 논란 후 흑석뉴타운 다시 가보니” 제목이다. 김의겸이 상가건물을 매입한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9구역에서, 최근 투자자의 관심이 확 늘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좋기에 정부가 집값 잡기에 혈안인 상황에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서 샀겠느냐”는 질문과 함께. 우리는 알고 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의 결정’, ‘내가 알았을 땐 되돌릴 수 없는 사정’을 얘기했지만, 그는 투기에 인식이 분명 있었을 것임을.

오늘 읽을 만한 기사. 중앙일보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의 칼럼이다. 그는 김의겸의 불명예퇴진을 “(걸어야 할) 정도를 걷지 않아 뒤끝이 좋지 않은 사례”로 평가한다. ‘그레이 존(gray zone·중간지대)’을 편할 대로 오가며, 알려야 할 자리에서 가르치려 했고, 봉사해야 할 자리에서 누리려 했다는 것이다. 그의 고별사에 바탕한 평가다.

그의 고별사 첫 자락이다. “청와대 기자들에게: (여러분께 얼굴을 붉히고 쏘아붙인 건)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 반박하고 싶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 번만 의문을 달아달라. (당신들)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 있어 생각을 바꾸기 어렵다.”

정말 그는 (언론과 함께) ‘알려야 할 자리’에서 (언론을) 가르치려 한 것이다. 그가 쓴 ‘보수언론의 논리’, ‘선배들의 굳은 머리’ 같은 표현은 그가 정녕 ‘언론인’이라면, 생각조차 못할 유아독존적 오만이다. 신문은 저마다 지향하는 목표가 있고, 정치적 평론의 자유를 갖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다원주의 언론이론이나 언론 자체의 게이트 키핑 기능에도 무지한 ‘사이비’였나? 아니면, 다른 언론을 그토록 비난하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이쯤 기억나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는 표현, 역시 속보가 많은 언론 관련 기사였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방송기자가 물은 “현 기조 안 바꾸는 자신감 어디서 나오나”, 그 날선 질문이다. 이 질문을 둘러싼 반응도 다양했지만, 당시 한 공영방송 기자의 일갈이 유독 기억난다. “조금 더 공부를 하라. 너무 쉽게 상투적인 내용으로 질문하지 마시라”는 것이다. 이 부분 역시 기자가 기자에게 퍼부을 언사는 아니다. 기자, 그의 임무는 ‘언론비평’보다는 '권력감시’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오늘의 기사’를 말하는 이유. 김현기 총국장은 오늘 칼럼에서 김의겸의 퇴임사를 얘기하며, 대구(對句) 삼듯 한 백악관 대변인의 고별사를 인용했다. 버락 오바마 시절(2014-2017) ‘역대 최고의 대변인’이란 칭송을 들었던 조시 어니스트(Josh Earnest)의 고별사다.

조시 어니스트 전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2017년 1월 13일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①백악관 기자들에게: 당신들이 (비판)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알아차린다. 여러분의 일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구심점이며, 바로 그것이 오바마를 더 나은 대통령이자 더 나은 공직자로 만들었다. 그건 여러분이 결코 우리를 살살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②아내에게: 내 성공에 누구보다 크게 기여한 사람이 있는데, 그건 내 아내다. 실수를 하면 그녀는 주저 없이 내게 충고했다. 다음날 내가 제대로 해냈다면 그건 아내의 충고를 따랐기 때문이다. 여보, 당신의 인내, 의리, 조언, 그리고 사랑에 감사해. 모든 게 당신 덕분이야.

정말이지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의 격은, 곧 대통령의 격이다. 참 부러운 대통령 대변인의 언론관이요 아내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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