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장보기는 믿을 수 있는 전통시장에서.."
상태바
"차례상 장보기는 믿을 수 있는 전통시장에서.."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5.09.26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직한 원산지 표시 의무화 등으로 이용객 크게 늘었다
▲ 명절을 맞아 전국의 전통시장은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아주머니, 이 고사리 원산지 안 붙어있는데 어디 거예요? 국내산이에요?”

하모하모! 이거 다 국내산이다, 국내산.”

. 그럼 조금 담아주세요.”

추석을 맞아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 주부 김유정(27) . 상인의 말만 믿고 장을 본 김 씨는 낭패를 봤다. 국내산이라고 해서 사 온 고사리가 중국산이라며 시어머니에게 혼이 난 것이다. 국내산 고사리는 줄기가 짧고 가늘며 밝은 색을 띄는 반면, 중국산 고사리는 국내산과 비교해 크고 굵으며 검은색을 띤다. 시어머니의 설명을 듣고 이런 차이를 알게 된 김 씨는 두 눈 뜨고 사기를 당했다며 속상해했다.

이와 같이 소비자의 전통시장을 향한 불신과 대형마트와 비교해 느끼는 불편함이 더해져 전통시장 이용률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정직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노력은 빛을 발하고 있다.

 

▲ 부산 서구 해안시장의 각 점포마다 걸려 있는 사진실명제 표시판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부산 서구의 전통시장에서는 원산지 사진실명제를 도입했다. 이 원산지 사진실명제는 시장 상인들이 점포마다 동일한 규격의 원산지 표시판에 점포 상인의 얼굴과 실명을 적어놓은 것을 말한다. 기존의 원산지 표시는 가게마다 중구난방으로 되어있어 소비자의 불신과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해답으로 서구 충무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시장상인회가 내놓은 것이 바로 원산지 사진실명제다. 새로운 표시판은 아크릴로 제작됐고, 아크릴판의 디자인과 내용은 통일해 만들었다. 충무동 골목시장과 새벽시장, 해안시장 3개 시장이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여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내세웠다.

현재 충무동 해안시장 점포마다 똑같은 모양의 표시판이 걸려 있다. 큼지막한 얼굴사진 옆으로 상호와 상인의 이름, 판매하는 품목과 원산지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적혀 있다. 표시판의 종류는 벽이나 공중에 걸어두는 것과 매대에 세워두는 것 두 가지로 준비해 편의성을 더했다.

이날 제사상에 올릴 조기를 사러 해안시장을 찾은 주부 박상희(53) 씨는 사진실명제에 대해서 해안시장 여기는 이렇게 적어놨데요, 눈에 (상인얼굴을) 바로 보이니까 좋지. 저렇게 해놓고는 속일 수가 없어라고 말했다.

해안시장 상인회장 김남철(49) 씨는 해안시장에서 작년부터 원산지 사진실명제를 실시했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 전 점포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얼굴사진을 걸고 영업하니까 저희도 책임감을 가지고 손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서 좋다며 "다른 구의 시장에서는 실명제를 하는 곳이 없고 서구의 세 곳 시장만이 시행하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 해안시장 쌀집 매장 잡곡 바구니마다 원산지가 보기 좋게 쓰여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부산·울산·경남의 전통시장 17곳에서는 전국 최초로 농식품 원산지 안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내센터는 올해 한·FTA로 농상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자 소비자들이 농식품 안전 대책을 요구해서 만들어졌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농산물을 현장에서 원산지 식별 상담을 해주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궁금해 하는 문제를 답변해주는 서비스도 시행한다. 부산에서는 동래시장과 해운대구 좌동시장이 운영하고 있다.

좌동시장을 찾은 이미숙(48) 씨는 예전에 왔을 때보다 시장 정돈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좀 더 믿음직스러움을 느꼈다. 이 씨는 예전에는 표시판 색깔이 다 바래서 적어놓은 글씨가 국산이란 건지 중국산이란 건지 알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와 함께 시장을 방문한 딸 박종현(22) 씨는 " 전에는 아무거나 사고 그랬는데, 잘 보이게 해놓고 하니까 또 한번 더 찾아보게 되고 좋다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한 의원은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대부분 어르신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충분히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매할 때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당부했다.

 

   

▲ 전통시장 과일 매장에서 곶감이 매대에 진열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 전통시장 상인들이 분주하게 한과를 팔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