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외워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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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외워야 한다고?"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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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커닝

어느 대학 신문을 보니까 커닝(cheating)에 대한 특집기사가 실렸더군요. 그 기사의 요지는 커닝이 너무 만연되어 있는 실정인데 이는 불법 행동이므로 대학에서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대학에서는 총장이 커닝을 방지하는 강력한 지시를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총장지시에 대해 학생과 교수들은 시험 때 부정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인위적인 규제보다 학생 스스로 커닝을 하지 않는 대학문화가 어서 정착돼야 한다는 반응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어느 사람이 올린 글을 보니까 대학가에 커닝이 너무나도 만연해 있어서 커닝을 하는 학생을 구경하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라며, 이러한 잘못된 대학 문화가 바로 잡혀야 한다며, 커닝 없는 대학이 부패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첩경이라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니 ‘커닝하지말기 국민운동본부’라는 조직도 있더군요. 이런 것들을 보니 커닝이 대학사회의 커다란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커닝의 방지책

그만큼 커닝은 예나 지금이나 문제입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도 커닝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커닝 페이퍼는 예사이며, 핸드폰이라는 첨단기기를 가지고 커닝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커닝이라는 불법·부정행위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아까 총장처럼 강력한 처벌로? 아니면 자율적으로 커닝을 하지 않게끔 인간적으로 인도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전 그 둘 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력해지면 더 은밀하며 교묘한(cunning) 커닝 방법이 생길 것이며, 인간적으로 유도하기에는 커닝의 유혹과 그에 대한 보상이 너무 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커닝을 그냥 눈감아 주어야 할 수 밖에 없을까요? 아닙니다. 전 지금 커닝을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하지만 의미 있습니다. 바로 커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를 내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아니, 가능했습니다.

평가의 기준들

커닝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들을 암기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렇고 누구나 다 경험하듯이 그렇게 해서 달달달 외우고 시험보고 나면 어렵게 해서 머릿속에 암기되었던 지식들은 수증기처럼 날아가 버립니다. 하지만 암기력을 측정(measurement)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고력을 평가(evaluation)하는 문제를 내면 설령 옆에 사람 것을 보고 쓰라고 해도 쓰지 않게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런 문제를 내는 시험을 치러 왔습니다. 정말로 그런 시험에서는 커닝의 존재 의미가 전혀 없지요. 그 시험(examination)의 더 큰 목적은 학생과 저와의 교감(communication)입니다. 지금까지 수업시간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해력, 흡입력, 감수력, 공감력, 통찰력 등의 전반적 사고력을 보며 평가합니다. 최종 평가는 개별 시험 평가와 함께 출석, 발표, 학습태도 등 학생 한명 한명과 그동안 일일이 나누었던 지속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평가를 합니다. 학생들의 성적을 매긴다기보다 학생 한명 한명 생각을 보살핀다는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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